[일요주간= 이광명 기자] 대전에 사는 강필성(가명)씨는 도박이라면 치를 떤다. 그의 매형과 사촌이 경마장 도박에 빠지면서 가족이 모두 풍비박산이 났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하며 성실히 살던 그의 매형과 사촌은 스크린 경마장이 들어오면서부터 토요일과 일요일만 되면 사업장은 버려둔 채 경마에만 매달리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휴일과 여가 생활이란 것은 이미 먼 나라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가족 경제가 망가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간의 신뢰가 모두 깨지고 말았다. 집도 잃고, 가족의 사랑까지 사라진 후 남은 것은 오로지 끊이지 않는 싸움과 다툼뿐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의 매형과 사촌은 경마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고.
강씨는 “마약이라고 하면 아주 나쁘고 사람이 피폐해 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약보다 더 나쁜 것이 경마”라며 “마약은 자기 몸이 나빠지면 더 이상 할 수가 없지만 경마는 자기 주머니에 단돈 10원만 있어도 가는 곳이라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복막염 수술을 한 다음날 환자복을 입고와 경마를 하는 사람을 본적도 있다”고 했다. 게다가 “가족들로부터 시작해서 악수 한 번 해본 사람에게까지 돈을 빌려 경마를 한다”며 도박중독이 주변 사람들에까지 미치는 폐해를 설명했다.
강씨가 더욱 분개하는 이유는 이 사행산업을 전부 나라에서 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농어촌에다가 특별 장학금 주려고 경마장을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국민 세금을 떼려고 도박을 시키느냐는 것”이다. 국가에서 이런 사업을 확산시키고 조장하는 정부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국민이 멍들어 가고 있는 것을 방관하지 말아주길 당부했다. 무엇보다 “도박이 우리사회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강씨는 정부를 향해 “고용창출이 된다는 간계를 부리며 경마장을 세우는 것을 부추기는데 한 사람의 고용창출을 위해 열 명이 도박 중독이 돼 죽는다면 그게 제대로 된 정책이냐”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덧붙여, “피해입지 않은 가족들에게도 미리 알려 더 이상의 희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도박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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