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도지사직 상실…강원도 정·관가 '격랑'

이진희 / 기사승인 : 2011-01-28 15: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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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판결을 지켜본 이광재 도지사의 부인 이정숙씨가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법정을 떠나고 있다.
두 번째 권한대행체제…각종 시책 결정 지연 전망
도지사 없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 위축 우려



이광재 강원도정 5개월…대체로 '긍정적' 평가
국제적 인맥 통해 각종 투자유치 가시화 성과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강원도정은 물론 정·관가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이 지사가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돼 도정사상 초유의 권한대행체제를 겪었던 도정은 또다시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되면서 각종 현안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여 도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대법원 3부는 이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천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지사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취임 7개월 만에 도지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지사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강원도의 운명을 가르는 중차대한 해가 될 것"이라며 "희망을 향해 돌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가속페달을 밟아 왔으나 도지사직 상실로 개인적인 정치인생은 물론 도 현안이 파행을 겪을 전망이다.


지역특화사업을 비롯한 각종 공약사업과 최근 중국 투자단으로부터 3천5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낸 알펜시아 활성화 방안,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동서고속철도, 여주~원주 전철 연장 등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의 원활한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도지사 공백 사태로 강원도의 명운을 가를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14~20일 진행될 예정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 현지실사를 개최도시 수장 없이 권한대행이 대신하게 돼 유치활동의 위축이 예상된다.


또 4월 27일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도지사가 선출될 때까지의 유치활동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된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개정안이 오는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3월 현지평가 등을 받아야 하고 춘천 중도에 유치를 추진 중인 레고랜드는 영국 투자법인과의 최종상담이 다음 달로 예정돼 있으나 도지사 공백에 따른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알펜시아 등에 대한 중국 투자단의 3천500억원 투자도 최근 매매계약(MOA)이 체결됐다 해도 권한대행 체제에서 제 속도를 낼지 의문이다.


MOA가 국가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하지만, 당장 3월 초까지 중국 투자단으로부터 650억원의 예치금을 받아야 하는 일정이 도백이 없는 상황에서 추진력이 약화될까 걱정스럽다.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철도를 비롯해 여주~원주 전철 연장 등도 상반기에는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이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부에 제 목소리를 낼지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새로운 사업의 추진이나 정책적 결정보다 연례적이고 반복적인 정책이나 진행 중인 사업의 유지와 관리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 때문에 신임 도지사가 선출될 때까지 도정운영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도청 내부 인사와 달리 절제와 파격으로 철저히 일 중심의 인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강원도개발공사와 강원발전연구원, 강원신용보증재단, 강원테크노파크 등 산하기관장의 역할도 유동적이다.


임명권자인 이 지사가 도지사직을 상실한 상태에서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거취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추진력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또 조직안정은 물론 도민통합도 우려되고 있다. 보궐선거 입지자를 향한 공직자의 줄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 지사 당선과 함께 갈렸던 도민 정서가 보궐선거 과정에서 갈등으로 표출될 우려도 크다.


이밖에 보궐선거에 100억원 가량의 비용도 도비로 지원해야 하는 만큼 혈세 낭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관가의 우려섞인 기류와는 달리, 오는 4월 보궐선거를 겨냥해 빠른 행보를 보였던 예비 주자들은 이번 판결로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게 됐다.


일부 입지자는 '준비해서 손해 볼 것 없다'며 보선 준비를 했던 터라 본격적인 얼굴 알리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도민들은 강원도정이 두 번째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도민 단결과 화합은 물론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취임 후 7개월, 직무복귀 후 5개월여 만에 27일 대법원 최종 판결로 도지사직을 상실한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도정 운영은 대체로 '긍정적' 또는 '활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7월 1일 취임사에서 "행복한 강원도를 위해 강원도만 생각하고 위하는 길만 택하겠다"며 "도를 위한 일이라면 사자의 가슴을 가지고 당당하게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이 지사는 곧바로 직무정지라는 암초를 만나 의지가 꺾이는가 싶었지만 2개월 후인 9월 2일 직무에 복귀하면서 도정 운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지사는 직무복귀 후 실.국장 및 과장들과 아침운동을 함께하거나 공관으로 초청해 식사를 같이하고, 퇴근 후에는 하위직원과 맥주집에서 '번개 모임'을 하면서 의견을 수렴하는 등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면서 조직에 동화하고 융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 같은 이 지사의 행보는 그동안 경직된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게 했고 조직의 변화를 일으켰다.


인사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그동안 지원부서 중심에서 경제와 복지 등 사업부서를 중요시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


정무부지사가 경제부지사로 전환된 것을 비롯해 도의 선임 국이 자치행정국에서 산업경제국으로 바뀌면서 현장 위주로 변화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이다.


또 현안 해결에도 역량을 발휘해 도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알펜시아 문제와 관련 중국 투자단으로부터 3천500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뤄내는 등 돌파구를 찾아냈다는 반응이다.


기업유치 부문에서도 지난해 9월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1천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대규모 콜센터기업인 ㈜씨큐어넷을 춘천으로 이전하는 데 성공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세계적인 고무부품 다국적기업인 프랑스 허친슨사의 공장을 원주에 유치하는 등 대규모 기업을 유치했다.


이는 청와대 국정상황 실장 등을 지내면서 구축한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은 물론, 모든 사안을 '방법을 찾으면 길이 보인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추진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또 SOC 사업 분야에서도 정부에서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던 강릉~원주 간 철도를 비롯해 여주~원주 전철 연장,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등 도의 주요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도민의 염원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와 관련 개최도시 수장으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수석부위원장을 수용해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를 끌어들이는 포용력도 발휘했다.


또 강원도개발공사와 강원발전연구원, 강원신용보증재단, 강원테크노파크, 강원도문화재단 등 도의 산하기관장 인사도 선거 후 의례적인 논공행상을 극복하고 일 중심의 절제와 파격으로 단행해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분과 실리를 살리고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도의 가치를 조명해 현안을 풀어갈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전략적으로 추진한 민선 5기 도정의 각종 시책과 비전이 조직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해 일부 혼선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 지사의 공약인 무상급식 및 서울사무소 확대 운영 등 각종 공약과 시책이 '포퓰리즘'에 기반을 둬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각 시·군과의 관계를 비롯해 도의회와의 협력도 원만하지 못해 갈등의 소지가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 지사는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 2개월 후 직무복귀와 함께 5개월여 만에 도지사직 상실로 이어지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앞으로 개인적인 정치인생은 제한을 받겠지만 강원도정에 남긴 흔적은 대체로 '긍정적'이란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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