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30년집권' 무바라크 퇴진시위 확산

연합 / 기사승인 : 2011-01-28 16: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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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경찰 충돌 3명 사망…튀니지 혁명 일파만파

튀니지 시민혁명의 파장이 북아프리카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ㆍ경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려 시위대와 경찰 등 3명이 숨졌다.


특히 이날 시위는 빵 가격 상승에 불만을 품은 서민들의 폭동으로 최소 79명이 숨진 지난 1977년 반(反)정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오는 9월로 예정된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이집트 정부가 `안정적'이라면서 폭력사태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튀니지식 정권 축출'이 이집트에서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시위 격화..경찰 최루탄.물대포 응수 = 이날 카이로와 수에즈,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시위가 격화되면서 시민 2명과 경찰 1명이 숨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관리는 항구도시 수에즈에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시위 참가자 1명이 최루가스를 마시는 바람에 숨졌으며, 다른 1명은 시위 도중 날아온 돌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카이로 중심부 타히르 광장에서 경찰관 아흐메드 아지즈가 시위대가 던진 돌을 맞아 숨졌다고 이 관리는 전했다.


`경찰의 날'에 맞춰 열린 이날 시위에서 시민들은 "국민은 정권 퇴진을 원한다" "현 정부는 불법이다. 현 대통령은 불법이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들에게 돌을 던졌고,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무바라크 대통령과 하비브 알-아들리 내무장관의 사진을 불태우기도 했다.


이에 카이로 시내에 배치된 2만~3만명의 경찰병력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맞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도 2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만수라와 이스마일리아, 시나이 등에서도 각각 수천명의 시위대가 정권퇴진과 경찰폭력 중단 등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특히 이날 타히르 광장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빵을 나눠먹는 장면도 목격돼 군경이 시위에 동참해 정권을 축출한 튀니지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햤다.


◇소셜네트워크로 시위대 조직 = 이집트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에 이슬람 과격 단체인 `무슬림형제단(Muslim Brotherhood)'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부 무슬림형제단 조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사실상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가난과 정치적 압제에 불만을 품어온 개인 인터넷 운동가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까지 페이스북에는 9만명의 네티즌이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서명했으며, 일부 네티즌이 튀니지 국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해 `튀니지식 시민봉기'를 촉구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인 트위터가 이집트에서 접속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이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했다.


트위터측은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으나 전문가들은 시위대가 소셜네크워크를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확산시키려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인 것으로 추정했다.


◇무바라크 정권 향배 주목 = 이집트의 이번 대규모 시위가 무려 23년간 지속된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튀니지 시민혁명의 `복제판'이 될지 주목된다.


특히 오는 9월 대선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8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6선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아들인 가말 무바라크 집권 국민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에게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이번 사태가 향후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이날 시위에서는 "가말, 이집트 국민은 당신을 싫어한다고 아버지에게 말하라"는 구호와 함께 가말 의장의 사진을 찢는 시위대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 CNN은 튀니지식 시민혁명이 이집트에서 재연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이날 보도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매먼 팬디 연구원은 "카이로 시위 사태에서 (정권축출의) 극적인 순간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집트의 체제는 너무 강하고 내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시간대 후앙 콜 교수도 "튀니지는 독특한 사례"라면서 "아랍권에서 시민전쟁과 사회적 동요는 많았지만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1979년(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 정부가 `안정적'라고 평가하면서 사태진화에 나선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기본적인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지지하며, 양측 모두에 자제를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이집트 정부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무바라크 정부가 이집트 국민의 요구와 이익에 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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