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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은 10일 “남측 군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고 대화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더 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대화중단을 선언했다.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공보’에서 “겉으로는 대화에 관심이나 있는 듯이 흉내 내고 속으로는 북남대화 자체를 거부해 6자회담 재개와 조선반도 주변국의 대화 흐름을 막고 대결과 충돌국면을 지속시켜 반공화국 대결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내외여론을 무마해보려는 것이 역적패당의 속내”라고 회담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날 남북 군사실무회담장을 일방적으로 빠져나간 북측 군대표단이 공보를 통해 남한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남북 군당국간 대화는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남북간 상호 비방 중단을 제안한 뒤 남한 당국에 대한 거친 표현을 삼가 온 북한이 이번에 남한 정부를 ‘역적패당’으로 다시 지칭함에 따라 대남비난의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북측은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의제와 관련, 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리면 먼저 남측이 주장하는 천암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다룬 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해소와 군사적 행위 금지 방안을 협의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남측은 두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도발방지 확약’만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고위급 군사회담 수석대표의 급에 대해서는 남측이 예비회담 초기에 단장 급수를 4성 장성급으로 하자고 제의했다며 “우리 측이 이미 우리 인민무력부장과 남측 국방장관이 서한교환을 통해 군사회담 급수를 정한 조건에서 회담 급수를 변경하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추궁하자 괴뢰들은 ‘남측 국방차관은 고위군사당국자가 아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고위군사회담 개최 일정에 대해서도 북측이 3∼4일 안으로 본회담을 개최하자고 한 반면 남측은 정월대보름 휴식과 회담 준비기간을 내세워 2월 말 경에나 본회담을 개최하자는 입장이었고, 정월대보름 다음날인 18일로 날짜를 앞당기자는 북측의 절충안도 남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공보는 이어 2월 말께 ‘키 리졸브’ 및 ‘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개최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역적패당은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는 2월 말 경에 고위급 군사회담 날짜를 정한다면 우리 측의 반발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타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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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군사실무회담 이틀째인 9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우리측 관계자들이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언제든지 방북할 용의 있다”
潘총장, 남북 대화재개 촉구
남북한 군사실무회담이 하루 만에 결렬되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협상과 대화재개에 나섰다.
남북한 군사실무회담이 하루 만에 결렬되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협상과 대화재개에 나섰다.
마틴 네서키 유엔 대변인은 9일 반 총장이 대화를 통해 남북 간 이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반 총장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현안 해결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밝혔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과거에도 수차례 남북한 관계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방북할 뜻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네서키 대변인은 또 반 총장이 최근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를 포함한 한반도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국방부도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데이브 레이펀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남한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으로 정당한 불만을 갖고 있으며 북한은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면서 이를 위한 적절한 방식은 남북 간 직접 대화라고 강조했다.
또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일본과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크롤리 차관보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 일본의 6자회담 신임 수석대표인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쓰루오카 코지(鶴岡公二) 외교정책국장,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참여했다.
“北, 진정성 보일 기회상실”
美, 식량지원 재개계획 'NO'
크롤리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남북한 군사실무회담이 북한의 퇴장으로 결렬된 데 대해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줄 기회를 상실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번과 같은 회담은 북한의 도발에서 비롯된 남북한 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vehicle)이 되는 것이고,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이런 태도 때문에 실무회담이 결렬된 데 대한 일차적인 판단은 한국이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미국도 향후 이번 회담 결렬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천안함 사건은 물론 연평도 포격사건 등 최근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난 후에 한반도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식량사정을 계속 파악 중”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만일 식량지원이 재재된다면 식량 수요량 파악, 식량지원 프로그램의 효율적 관리 문제, 식량 배분 감시 문제 등 필요한 사항이 있을 것임을 그동안 분명히 밝혀 왔다”면서 “특히 정작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지원된 식량이 돌아가지 않도록 지상에서 식량 분배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식량난은 비단 좋지 않은 기상 상황과 더불어 북한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정책도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단순히 한 가지 이상의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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