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재앙 구제역 전국 비상

김병은 / 기사승인 : 2011-02-15 16: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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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재앙 구제역이 대한민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경북 안동에서 발생된 구제역이 3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전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구제역의 청정구역이 돼야 하는 국립축산과학원 마저 구제역이 발발하며 충격은 배가 됐다.
지난 6일 천안 국립축산과학원의 돼지 22두가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아 살처분되며 구제역 판정을 받은 농가에 희망의 불씨마저 꺼뜨릴 위기에 처했다.


경제적 손실 역대 최고치
농민 안타까운 죽음으로 연결


구제역은 초기 경북 지역에서만 부분적으로 발생했으나 정부의 미비한 대응으로 인해 전국 9개 시.도, 69개 시군구 등 총153곳으로 확산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전국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평생을 바쳐 애지중지 키운 가축들이 한 순간 허무하게 살처분,매몰되자 전국 축산 농가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이 자살하는 사건마저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충주시 가금면 한 야산에서 인근 마을에 사는 김모(61)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충주경찰서 측은, 발견당시 김 씨의 주변에는 먹다 남은 농약병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음독자살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씨는 지난 1일 “키우고 있는 소 중 1마리가 구제역에 걸린 것 같다”는 동사무소 측의 연락을 받고 집을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지난 2000년 3006억원, 2002년 1434억원 등에 비해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림수산부의 자료에 따르면, 충남 홍성, 경북 울진, 경산 등에 연이어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현재까지 돼지와 소 등 316만 4천여마리가 살처분,매몰 됐으며 피해보상금만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당. 시민단체 정부 무능함 질타


구제역의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자 이동제한 조치, 초동방역의 실패 등 정부의 무능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6일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에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와 간이진단킷트로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진단했지만 가축이 연달아 폐사하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28일 구제역이 신고됐으며 29일 구제역으로 확진됐다.
그러나 실제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의견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첫 신고는 경북 안동의 한 축산농장에서 11월 23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에 잘못된 판단으로 확진까지 6일간의 공백이 생기면서 구제역은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확산됐다.
결국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한 일주일간의 공백이 전국 축산 농가를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쫓는 신세로 만들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중순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만 발생하며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초동방역의 미흡으로 12월 중순을 넘어 경기도 파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이동통제의 허점 역시 구제역 확산에 한몫을 했다.
구제역 발생 지역의 가축이 도축장에서 출하된 후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지난 1월 15일 민주노동당과 가톨릭농민회 등 시민단체는 구제역으로 인해 농가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의 조기 해결을 촉구하는 범국민비상연석회의를 발족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전염병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대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원인규명을 비롯한 이번 사태의 책임자 처벌, 향후 대책수립을 위한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자유선진당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방송 좌담회에서 백신을 주사하면 살처분의 99%가 해결된다고 낙관했다”며 “이렇게 대통령부터 착각하고 있으니 구제역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직접 구제역 현장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구제역 발생 50일이 지나서야 대통령이 현장에 한 번 다녀온 것 뿐”이라며 “국민들은 다시 한 번 대통령이 잠바 입고 현장에 나가서 방역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도대체 이렇게 살처분, 매몰 처분하면서 지하수는 어떻게 하고, 해동되면 환경재앙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문제를 제기해도 정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며 “방역도 못하고 파묻는 것도 못하고, 무책임하게 묻어서 환경재앙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강력하게 질타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나라당이 급하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실현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구제역 사태에 대해 방역위주로 대처하다 보니 매몰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있고, 2차피해 우려가 있다”며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 유출을 우려해 조속히 예산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은 부실이 우려되는 매몰지를 전수조사하고, 전문가 합동점검을 실시하도록 정부에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전국 4천여개 매몰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1차적으로 경기도, 강원도, 충북 등 상수원 인근 지역의 매몰지를 대상으로 진단하고 해빙기에 붕괴나 유실 가능성이 있는 매몰지의 경우에는 4월 말까지 시설을 보강할 계획이다.


치솟는 물가 서민 파탄 지경
학교 우유 부족사태 ‘진풍경’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안 그래도 비싼 물가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특히, 소비량이 많은 삼겹살의 경우 가격을 보면 아찔할 지경이다.
얼마 전까지 식당에서 1인분에 9000원 하던 가격이 현재는 1만 2000원 정도를 호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삼겹살 기준으로 100g당 1983.6원을 기록해 전주보다는 9%가 올랐으며 1월 첫째 주 1567.7원과 비교하면 26.5%나 상승했다.
우유 부족사태의 진풍경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소들이 살처분 되면서 우유 생산량이 급감해 학교에 공급해야 하는 우유도 모자랄 판국에 이르렀다.
구제역이 장기화되자 우유 가공업체들이 공급을 제한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어떻게 가나?


상황 악화로 인해 초.중.고교의 개학이 미뤄지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7일 16개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지역의 학교들의 경우 개학을 미루도록 권고했다.
학생들이 이동할 경우 구제역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확산 여부에 따라 개학이나 졸업식을 미룰 수 있고,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체험 학습을 해도 출석 인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학 연기나 등교 정지는 해당 지역의 구제역과 발생 여파에 따라 전국 초.중.교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교육감의 판단에 따라 전체 휴교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현재 구제역 여파로 인해 전국 90개교가 등교 정지 및 개학을 연기했다.


사상 최악의 환경재앙 예고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구제역 장기화로 인한 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매몰지역이 4000여 곳을 넘기며 자칫 전국이 가축들의 무덤으로 넘쳐날 태세다.
환경재앙은 이미 예견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 역시 환경재앙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배재근 교수는 지난 8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를 통해 “짧은 순간 너무 많은 살처분이 이뤄지다 보니 매몰지를 고려할 수 없는 상태였고, 매립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배포된 매뉴얼조차 전문가들이 아닌 이상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된 매몰작업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식선에서 보면 가축류의 몸체 80%가 물이다. 유기물이 분해되면 거의 물로 나오게 되고, 심각한 것은 적정한 온도가 유지되면 분해가 굉장히 빨리 진행된다. 그래서 악취가 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게 결국은 지하수 오염 쪽에만 타겟이 되어 있지만 굉장히 광범위하게 오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대규모 환경재앙을 예고했다.
배 교수는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지하수 오염문제를 거론하며 “고농도의 침출수가 다량으로 나오는데 침출수를 뽑아내기 위해 설치된 대부분의 차수막이 간이처리방식이기 때문에 토압의 의해서도 거의 유실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국 대부분의 매립지에서 침출수 유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또 하나는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결국은 악취, 현재는 악취에 대해서 전혀 고려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악취가 상당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하나는 침출수가 발생되고 가스가 발생하게 되면 결국은 병원성 균이 매개를 하게 되고 결국은 전염병이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2차 환경재앙의 우려가 깊어지자 정부는 다급하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오는 10일-16일 경기,강원,충북 지역의 한강 상수원 인근 매몰지에 대해 정부합동 현장조사에 나서 부실 여부를 진단하고 3월 4일까지 전국 4200여 곳 매몰지역 전체에 대한 사후관리 실태조사를 마친 후 3월 말까지 붕괴우려가 있는 매몰지역에 대해 보강공사 완료 계획을 발표했다.


마지막 청정지역 전남북
제주도 구제역 방지 총력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발병하지 않던 구제역 청정지역 부산마저 뚫렸다.
부산은 지난 5일 사하구의 한 농가에서 접수된 구제역 의심 신고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내렸다.
부산시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구제역 발생 농가의 진,출입로를 차단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반경 1km내의 축산 농가에 대해서는 방역을 강화키로 했다.
이제 남은 지역은 전라남북도와 제주도 밖에 없다.
마지막 보루인 이 지역마저 뚫리면 전국이 가축들의 무덤으로 넘쳐나 인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정부도 ‘무능한 정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청정지역들은 구제역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철저한 대응에 나섰다. 가장 걱정이 됐던 부분은 이동이 많은 설 연휴기간 이었지만 제주와 전남북지역에서는 다행히 구제역 의심신고가 한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전남 장성 지역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으나 음성으로 판정났다.
전북은 구제역을 막기 위해 도내 모든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일제 소독을 실시했고 각 시군구에 편성된 예찰요원을 투입해 구제역 동향과 징후를 살피고 있다.
제주도는 역시 구제역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제주도는 설 연휴 전인 지난 1일 제주지역 축산 농가들을 대상으로 구제역 예방 1차 백신접종을 마쳤다.
도는 1차 예방접종이 완료됨에 따라 항체가 형성되는 15일 전후가 구제역 방역의 최대 고비로 보고 방역을 강화한 후 2월말 2차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여수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구제역방역대책본부,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24시간 운영 중이다. 또한 축산농가에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시키고 방역소독약품을 공급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숙한 초기대응으로 구제역 재앙의 빌미를 제공한 정부가 마지막 보루로 남은 전남북과 제주지역을 끝까지 지켜낼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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