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서민경제 파탄 새로운 재앙 예고

김병은 / 기사승인 : 2011-02-23 09: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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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4%에 비해 MB정부 전세값 14% 상승

▲ 서울 송파구 잠실의 부동산 밀집상가
주택시장의 최대 현안인 전세난이 서민들에게 악몽을 심어주고 있다. 서민들 대부분이 조그만 방한칸이라도 편한 삶을 살기 원하지만 현실은 쪽방은 불구하고 길거리로 나 앉게 생겼다. 정부는 전세난 해결을 위해 온갖 대책 마련에 급급하지만 평범한 전세난을 넘어 전세대란 지경에 이르면서 정부대책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지금의 전세대란은 미리부터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겪이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제시하는 대책들이 현재의 전세 판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단계는 넘어설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버렸다. 오히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확한 진단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지난 16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MB정부 출범시기인 2008년 말과 비교해 2011년 현재 평균 15%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B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노무현 정부시절에 비해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MB정부 3년간 전국 매매변동률은 -0.10%로 참여정부 3년간 매매변동률인 29.17%에 비해 매우 낮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도시의 경우 분당(-15.45%), 일산(-12.37%), 평촌(-10.95%) 등 1기 신도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2.16%를 기록, 참여정부 3년간 55.52%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와 같이 MB정부 들어 매매변동률이 저조한 이유는 참여정부 시기인 2005-2006년에 집값이 크게 오른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고 2008년 9월 시작된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해 국내외 경기상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DTI규제로 가수요가 차단됨 점도 매매가 하락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전세시장의 경우에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참여정부 3년간 전국 전세변동률은 3.88%에 불과했지만 MB정부 3년간 전국 전세변동률은 13.93%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경기와 지방 대도시의 경우 큰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15.54%를 포함해 신도시 10.94%, 경기 13.34% 등 수도권은 모두 두자리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지방 대도시들은 대전 31.16%, 부산 25.39%, 경남 20.41% 등은 수도권 평균 전세변동률 이상인 평균 14%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수도권의 경우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신규 매매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고 보금자리 주택 공급으로 인해 전세수요를 유지하고자 하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지방은 분양시장 침체로 신규 공급이 크게 줄며 매매가뿐만 아니라 전세가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전셋값이 상승한 가장 큰 요인은 전세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는 수급 불균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부는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앞당기고 민간 건설업자에 자금지원만 확대하는 등 전세 공급물량을 늘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부동산전문가들도 정부의 이런 민간건설업체 살리기식의 대책에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정부는 무책임한 발언 등을 통해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전.월세 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한 후 가진 기자들과의 만찬자리에서 “내놓을 수 있는 전세대책은 다 내놨다”며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전세대책이란 있을 수 없다”며 “언론을 통해 전세난이 부각되면서 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9월에도 “현재 전세난은 매년 이사철에 나타나는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고 무성의한 발언을 한 바가 있다.


결국 이 말은 별 뾰족한 수도 없는데 어쩔 수 없이 필요도 없는 대책을 내 놓았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당시 발언이 실언일 수도 있고 잠깐 웃자고 한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민들에게는 정부가 전세난에 대해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더 재미있는 일은 이런 말을 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13일 세입자에게는 빚내서 전세금을 올리고 돈 있는 사람들은 집을 사서 세를 놓으라는 조금은 황당한 대책을 내놓았다. 결국 이런 무책임한 대책들이 또 다시 전세값 폭등을 초래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다행이도 이런 정부가 요즘 전세난을 잡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인 전세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전셋값 상승을 일시적으로만 생각하고 약간은 성의가 없는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정부의 예측과는 달리 전셋값이 폭등하자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11일 전세 추가대책을 발표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일부 당국자는 전세 관행의 반전세와 월세 전환 가능성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셋값이 급등한 지역에서는 세입자와 임대인 간 타협으로 전세를 반전세 혹은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강남권을 들 수 있다. 잠실 일대는 2년전 입주와 더불어 전세계약을 체결해 최근 만기를 앞둔 아파트 등 많은 물건이 반전세로 나오고 있다.


▲ 대학가도 전세 역풍
지금은 전셋값을 활용해 부동산 투자를 하던 예전과 달리 저금리가 지속되고 주택금용도 발달해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전셋값 상승 혹은 월세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이러하다 보니 전셋값의 급등이 당연한 결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풀어야할 과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전세값 급등 가능성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재건축과 재개발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이후 공급부족 사태로 인해 전세금이 또 한 번 오를 우려가 있다. 서울은 이미 재건축, 재개발을 제외하고는 가구 수를 늘릴 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지만 몇 년에 걸친 주택경기 침체로 재개발 사업 등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작년에 비해 올해는 신규 입주 물량이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상태여서 재개발사업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세대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내년을 기대했던 서민들은 또 다시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다.


전세 대란 속에서 서민경제가 무너져 가는 가운데 뉴타운 지역은 대부분 빈집인 상태로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은평뉴타운의 경우 전체 만5천여 가구 중 대형 아파트를 제외하면 모두 분양된 상태지만 막상 입주해 살고 있는 가구는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정부가 뛰는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명박 정부 초창기 정부가 전매 제한을 완화한다는 대책을 발표함과 동시에 투기를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학숙난까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월 40만원 정도 하던 하숙비가 현재는 5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인상됐으며 어떤 곳은 하숙비에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1년치 선세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도 전세값 상승이 불러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전세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지만 전셋값이 대폭 상승하면서 금액을 감당키 어려운 직장인들이 가격이 싼 대학가로 몰려서이다.


정부가 지난 11일 전세대출 한도를 늘리고 이자를 낮추는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서민의 금융 부담만 늘릴 것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더 이상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서민주택 공급을 예견도 못했고 대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물가대란에 전세대란, 구제역 대란까지 온 나라가 난리통”이라며 “이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맞는가”라고 비난했다.


여당 내에서도 정부의 대책에 반발이 심하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난 관련 당정회의에서 “지난해에도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정회의를 했는데 그때도 정부 답변과 시장상황은 괴리가 있었다”며 “대책이 미흡하고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세제도가 월세제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인지, 공급 부족에서 기인한 것인지 만약 공급 부족때문이라면 정부의 주택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크게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송희영 논설주간은 지난 12일자 칼럼을 통해 “640여만 세입자 가구를 격분케 하고 있는 전세대란이 내년 총선.대선에서 폭발할 것”이라고 정부여당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입을 것, 먹을 것과 함께 편안한 쉴 곳을 찾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다. 요즘 곡물 파동으로 먹을 것이, 전세난으로 쉴 곳이 불안해졌다. 불안해진만큼 640여만 세입자 가구의 아우성은 거칠어질 것”이라며 “가진 자를 향해 뭔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노가 내년 선거에서 어떤 정치적 대폭발을 유발할지 주목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장기화된 전세시장이 주택시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물론 건설, 부동산업계에서 전세가격 안정 및 원활한 물량 공급과 거래 지원을 위해 다양한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전세난이 주택시장에 새로운 트랜드를 내고 있는 셈이다.


우선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힘든 한 해를 보낸 건설업계도 최근 전세난과 소형 트랜드에 맞춰 소형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분양하거나 예정중인 물량 중 전용면전 85㎡이하 소형주택은 총 1만699가구로 전체 공급계획 물량의 51%가량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소형만 짓거나 소형을 80-90% 이상 공급하는 사업장도 출현하고 있다.


또한 최근 움직임이 뜸했던 리츠도 투자 가능성이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세난 해소를 위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기준이 완화되면서 최근 1년간 인가 받은 20개 부동산투자회사(리츠) 중 5곳에서 오는 2013년 상반기까지 총 1161세대의 도시형생활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투자규모가 작고 회수기간이 짧아 리츠의 도시형생활주택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전세난 속 이색 주택 마케팅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월말 한 홈쇼핑에서는 “중대형 아파트를 서울 중소형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컨셉으로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한 신규아파트까지 소개됐다. 이외에도 미분양 주택 판매가 시도되는가 하면 최근 유행하는 소셜 커머스 방식까지 도입되고 있어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시도가 예상된다. 물론 직접 발품을 팔아 주택을 싸게 살 수 있는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도 더욱 열기가 뜨겁다.


전세난이 내년까지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다양한 방법의 해결책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서민들은 이제 물가상승과 전세값 상승의 이중 폭탄을 맞으면서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3일 내놓은 보고서 ‘가계 재무상태 악화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전세대란으로 한 가계당 평균 부채는 늘고 저축액은 더욱 줄어 재무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대책마련에 급급하다. 2.11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이 발표되는가 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토해양부와 전셋값 문제를 긴밀 공조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정위는 15일 전셋값 문제와 관련 “국토해양부와 소관법령의 범위내에서 조사와 단속을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다만 담합조사와 관련된 사항은 보안유지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부처간에 공조할 사항이 아니다”며 정확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정부가 이처럼 연일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불안 등 현재 판도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인 만큼 전세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고 그에 맞는 제대로 된 처방을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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