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문제아에 가출소녀…취업 후 암투병까지
런던에서 서울까지 ‘꿈의 파노라마’ 시작할 것
적극적이고, 당당하며,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아는 젊은이를 우리는 ‘글로벌(Global)’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G세대’라 부른다.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는 이 ‘G세대’들의 국제적 마인드를 한층 고취시키는 계기가 됐다. 세계를 무대로 뛰고, 경쟁을 주저하지 않으며, 창조적 도전정신에 불타는 젊은이들. 이들은 이제 ‘G20세대’라는 이름을 달고 더 광활한 세상을 향해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실패’라는 건 없습니다. 해보고 안 되면 계속 시도 하면 되는 거니까 모든 꿈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스스로 작성한 ‘꿈 리스트’ 73개 중 현재 35개를 성취했다는 김수영(30)양. 김 양은 지난해 12월 31일, 만 20대의 마지막 날을 킬리만자로 정상 우후루 피크(5895미터)에 오르면서 34번째의 꿈을 이뤘다. 그 뒤 4일간은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 사파리를 하면서 35번째의 꿈을 달성했다.
나머지 38개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여행을 마친 뒤 말라리아와 싸우느라 며칠간 투병생활을 했다는 그는 “세상에 쉽게 이기는 건 없다.”며 눈웃음(^^)을 보내왔다. 이메일 인터뷰였지만 그의 단단하고 야무진 성격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김수영은 1999년 실업고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도전골든벨’ 우승자가 돼 이름을 알렸다. 그 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고,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를 거쳐 현재 세계 매출 1위 정유기업 로열더치쉘 영국 본사에서 카테고리매니저(마케팅 담당)로 활동 중이다.
김수영 양의 현재를 들여다보면 꿈과 도전, 희망이라는 단어, 어느 것 하나 그의 것이 아닌 게 없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은 이런 단어들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던 시절이었다.
김 양은 5살 때부터 관광버스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할 정도로 끼가 많고 호기심 많은 아이였지만, 집안형편이 급격히 기울면서 주눅이 들고, 또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면서 말없이 책만 읽는 아이로 변했다. 그 뒤 문제아, 가출소녀 등 방황의 십대 시절을 보낸 그는 여수정보과학고 역시 남들보다 일 년이나 늦게 들어갔다.
“꿈도 미래도 없고, 아무도 나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지요. 가출했다가 서태지의 ‘컴백홈’ 노래를 듣고 눈물을 폭발하며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어요.”
꿈을 잃지 않은 덕에 도전골든벨의 우승자로 올라섰고, 경리로 취직이나 하라는 부모님 말씀에 대학 합격장을 보여드리며 마음을 다잡은 그였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입사 직후 암이 발병하면서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억울했어요.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부모님께 진 빚도 갚지 못했는데… 암 초기라 비교적 어렵지 않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힘든 시간이었지요. 예고 없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는 건 억울한 일로 여겨졌어요.”
100번이 넘는 서류지원과 수십 번의 인터뷰 끝에 당당히 입사한 영국의 일류기업 ‘로열 더치 셸’은 그에게 또 다른 기회로 다가왔다.

그런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곧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이라고 했다. “영국으로 오기 전부터 5년 주기로 대륙을 옮겨 다니기로 마음먹었어요. 오는 6월부터 1년간 런던에서 서울까지 육로로 여행하는 <꿈의 파노라마>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무슨 꿈을 꾸고 어떻게 그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지 매일 한사람씩 인터뷰 할 예정이에요.”
그는 육로 여행 중 10개국에 들러 자신의 꿈 10개에 도전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의 지중해 요리법을 배우고, 터키에서는 벨리댄스쇼에 참여하거나, 파키스탄 난민촌 자원봉사, 인도 발리우드 영화에 출연해보는 것 등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어요. 저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글과 사진, 영상으로 공유하면서 사람들에게 꿈에 대한 영감과 확신을 주고 싶어요.” 어려운 가정환경, 방황의 학창시절, 암 투병 등 만만치 않은 인생의 여정을 꿋꿋이 헤쳐 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역시 ‘꿈’이었다.
“똑같은 상황에서 꿈이 없었을 땐 세상을 원망하기만 했으니까요. 인생은 한번 뿐이라는 자각 역시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죠. 좌우명 역시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입니다.”
김 양의 그 다음 목적지는 라틴아메리카, 특히 브라질이다. 문화적,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역동적인 곳이어서 마음에 든다고. 물론 뭐든지 ‘현재진형행’인 그는 “아직 50개국 밖에(?) 가보지 못해서 다른 곳이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거 같다”며 여운을 남겼다.
어느 나라에 가있든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배우, 댄서, 작가, 사진작가, 요가강사로도 활동하고 싶다는 그의 꿈 얘기는 그 뒤로도 거침없이 계속됐다. 지금까지 세워놓은 73개의 꿈도 새로운 꿈이 생기면 더 추가될 예정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앞뒤 재지 않고 바로 시도한다는 게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지요.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할 때도 있고, 준비가 충분치 않아 사서 고생을 할 때도 많지만 그런 제 자신을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합니다.”
누군가 “나도 김수영처럼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면?
“꼭 누구처럼 산다기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최선 아닐까요? 그것이 어떤 삶이든 거침없이 두려워 말고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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