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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
현대차그룹은 지난 8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본계약(SPA)을 현대건설채권단 측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신고 등을 거쳐 내달 8일까지 채권단에 인수대금을 납입하면 모두 마무리된다.
지난 8일 현대건설 채권단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오후 3시에 현대자동차그룹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종 매각 대금은 4조 9601억 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의 인수로 자동차,건설,철강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3대 핵심 축을 구축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철강, 건설 3대 핵심성장 축을 통한 미래성장 전략의 추진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며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육성 발전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본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오는 31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현대건설의 조직 재정비 등 대대적인 변화를 보일 예정이다.
인수 작업을 담당할 인수추진단을 구성할 방침으로 인수추진단장에는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과 김용한 현대차 기획담당 부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현대차관계자에 따르면, 사장에는 이미 현대건설의 일등공신으로 알려진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이 유력시 되는 만큼 인수추진단장에 오르는 인물은 향후 현대건설을 이끌 최고경영자에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대적인 인사설이 예고되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연말과 올 초 두 차례 인사를 단행하면서 사장급 이상의 고위급 인사는 보류한 만큼 이달 말이나 4월로 예상되는 고위급 임원인사에서 인사태풍이 불어 닥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조 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라있지만 우시언 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김중겸 현 사장의 선임도 배제할 수 없다. 그룹 내 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진 조 사장의 경우 이번 현대건설과 인수에서 현대차 컨소시엄 현대건설 인수 태스크포스(TF)팀 팀장을 맡아 총지휘를 했던 만큼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에 선정되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더라도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현대차그룹이 차지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가 있다.
우시언 전 이사장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맡기 전까지 28년간 현대에 몸담았던 현대맨으로 뛰어난 경영능력을 인정 받았다.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그는 1998년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이사, 1999년 현대아산관리본부장, 2001년 현대아산 금강산사업본부 상부, 2003년 현대?기아차 전략기획실 실장, 2005년에는 현대?기아차 자문을 역임하며 뛰어난 관리능력을 보였다.
김중겸 사장의 유임설도 만만히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관련업계에서는 건설적인 부분에서는 김 사장을 따라올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존 현대건설 경영진이 뛰어난 활약을 보였기 때문에 현대건설 출신들이 맡는게 더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말이다. 대우건설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을 당시 경영진의 변동없이 운영됐다. 이처럼 쟁쟁한 후보들이 즐비하자 국내와 해외부문 사장으로 나뉘는 투톱체제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본격적으로 인수함에 따라 향후 현대건설을 10년후 매출 55조원의 글로벌 건설사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발표한 ‘현대건설 인수 후 10년 청사진’을 보더라도 기존 자동차.철강에 이어 건설을 그룹의 미래 3대 핵심 성장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런 중장기 계획의 시작으로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현대건설에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주요 투자 부문은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신재생 에너지 개발, 건설장비 구매, 환경 및 민자발전?담수화사업, R&D 투자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현재 직.간접적으로 9만여 명인 현대건설 고용 인력도 2020년까지 41만여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며 중장기글로벌 계획에 따라 주요 사업지역인 중동과 동남아 뿐 아니라 현대?기아차의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중남미는 물론 아프리카 등지로 시장을 넓힐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단순한 인수를 떠나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는 현대건설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현대차그룹 내의 건설사인 현대 엠코와 합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기아차 1.8%, 글로비스 31.8%, 엠코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글로비스도 엠코의 지분을 25%나 갖고 있어 정 부회장은 사실상 엠코 지분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엠코와 현대건설이 합병하게 되면 정 부회장의 입지는 한층 강화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현대그룹의 모태가 되는 현대건설의 인수는 故정주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적통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인수계약 체결과 함께 현대건설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영증권은 지난 9일 현대건설에 대해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1만 7000원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신영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향후 적극적인 투자가 동반된 안정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풍부한 수주잔고에 신규수주 성장이 더해져 현대건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1조9863억원, 7419억원으로 전년대비 19.8%,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현대건설 노동조합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등 채권단에 현대건설 직원들에게 진 빚 5500억원을 갚으라고 주장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내홍이 예상된다. 현대건설 노동조합이 외환은행 등 채권단에 사실상 매각대금의 10%가 넘는 손실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법정소송으로 번지거나 극단적으로는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건설 노조측은 강경한 입장이다. 임동진 노조위원장은 “손실보전을 요구하는 2000여명의 직원 동의서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전달했다”며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노조는 처음부터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것을 세습에 이용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로 생각하고 인수를 적극 반대했던 입장으로 인수가 마무리되더라도 당분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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