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 제밥그릇싸움에 서민들 등골 터진다

김병은 / 기사승인 : 2011-03-21 10:45:52
  • -
  • +
  • 인쇄
여.야, 2월은 '민생국회'...실질적 대책 無 정치자금법 기습 처리 거센 여론에 꼬리 내려
정치자금법 청목회 사건 축소 의혹
사법개혁안은 국회의원 면죄부용
주요 쟁점 법안 4월 국회에서도 아리송

구제역·고물가 등 민생 대란 속에서 여야가 '민생국회'로 설정했던 2월 국회가 11일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정치권은 2월 국회에 대해 어느 정도 서민을 위한 입법이 이뤄졌다고 자평하면서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탓을 돌리기 바쁜 모습이다.

지난 13일 청목회 입법 로비 사건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 국회는 청목회 로비에 면죄부를 주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했다. 청목회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단체의 ‘쪼개기 후원금’을 사실상 합법화 시킨 것이다. 결국 국회의 이 같은 행동들이 청목회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국회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 민주당 박지원 원내내표와 의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2월 국회에게 가장 쟁점이 됐던 사법제도 개혁방안도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사법개혁안의 내용은 그동안 대형사건을 전담하는 대검 중수부를 없애고 판사나 검사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청’을 설립하는 것인데 특별수사청의 수사대상에 국회의원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국회 사법개혁특위 6인 소위원회가 지난주 발표한 법조개혁안의 주요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당 특위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특수수사청의 소속 기관과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 대법관 증원 여부 등에서 절충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원회 합의안에서 대검 산하에 두기로 했던 특수수사청은 법무부 외청으로 설치, 검찰에 대한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과 함께 이 방안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이날 "검사를 수사 대상으로 둔 특수수사청이 검찰과 한지붕 밑에 있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며 "전체회의에서 법무부 외청으로 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는 중수부 폐지안은 기구를 아예 없애지 않고 직접수사 기능만 회수하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주 의원은 "1981년 대검 중수부가 설치되기 이전의 전신인 특별수사부 때에는 직접수사 기능이 없었다. 그 모습으로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라며 "현재의 대검 공안부처럼 중수부가 일선 검찰청에 대한 수사 지휘와 참모 기능만 수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 의원은 `대검 중수부를 폐지해야 검찰 개혁이 완성된다'는 논리이고, 검찰도 `사실상 중수부를 없애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 이주영 의원(위원장)을 포함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6인 소위' 소속 의원들
대법관 6명 증원 방안도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겨져 있는데다 한나라당 장윤석, 민주당 김동철 의원 등이 "하급심을 강화하면 사건 부담이 줄어 대법관 증원 필요성도 적어진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나아가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 수임제한 기간을 합의안대로 1년이 아닌 6개월로 하고, 대상도 민사사건 등 일부로 한정하자는 주장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 절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위는 오는 4월 국회가 열리는대로 전체 위원들과 법조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공청회를 열어 합의안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한편 쟁점이 되지 않았던 합의안 내용에 대해서는 법 조문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6인 소위원회가 발표한 법조개혁 방안에 대해 사개특위 위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아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일부 위원들은 11일 오전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6인 소위원회가 전날 특위 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개혁안을 발표한 것은 문제라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6인 소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양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특히 (사개특위) 위원들과 상세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한데 대해 사과한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강한 비판에 부딪혔다.

박민식 의원은 "내가 핫바지냐. 그런 식으로 회의 진행한다면 빠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6인 소위 활동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정한 한 두명이 모여 주고받고 나눠먹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갖는다"고 힐난했다.

이두아 의원도 "6인 소위가 지금까지 회의를 몇차례 했는지 회의록을 다 공개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상규 의원 역시 "6인 소위라는 이름은 어제 처음 들었다. 왜 6인 소위, 특별소위라는 이름으로 변질시켜 모든 것을 다 하려 하느냐"면서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수사와 관련해 검찰.법원 손대기 의혹까지 불러일으킨다"고 가세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대체로 6인 소위의 개혁안을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 많았다.

유선호 의원은 "각당과 법원, 검찰의 반발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와있다. 6인 소위 위원들의 충정을 평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양승조 의원 역시 "주성영 간사한테 정말 감사하다"면서 "17대 때 전관예우나 공수처 등에서 한발짝도 진전안됐는데 6인 소위에서 엄청난 결정 내렸다. 6인 소위의 결정이 충분히 존중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사개특위 위원장은 "논의 내용이 그대로 개혁대상 기관들에 전달되는 문제가 발생해 6인 의원끼리 논해왔다"면서 "6인 소위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발표했느냐는 질책은 달게 받겠지만 발표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논의 결과를 양당 지도부에 보고해 절충하는 과정도 거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50여분간의 회의가 끝난 뒤 회의장 밖에서 "결정되지 않은 개혁안을 왜 발표했느냐", "내용도 자세히 모르면서 왜 비판만 하느냐"며 고성을 지르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법조개혁안의 핵심이라고 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를 놓고서는 대체로 여당 내에서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검찰 출신인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발표안만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중수부를 폐지한다는데 중수부에 있는 검사만 검찰권을 남용하고 나머지 전국 검사들은 수사권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역시 검찰 출신인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중수부 폐지는 국민이 반대할 것 같다"며 "중수부가 없어지면 국회 권력이 겁낼게 없어질 수 있고, 부패한 정치인, 고위공무원, 재벌이나 좋아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판사 출신인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도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의 실질적 역할을 해온 만큼 중수부를 폐지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특별수사청을 놓고 변호사 출신인 같은 당 손범규 의원도 "특수수사청 수사 대상으로 국회의결로 의뢰한 사건을 정한 것은 검찰권의 지나친 정치화를 초래한다. 정치 보복적인 수사요구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인 이한성 의원도 "수사 대상을 판.검사로만 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와 검찰청법에 규정된 경찰의 복종의무 삭제 방안에 대해서도 "독자적 수사개시는 인정해줄 필요가 있지만 검찰의 지휘권을 박탈하면 안된다"(장윤석), "경찰의 편사수사, 인권침해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이한성), "`검찰, 경찰에게 한번 망신 좀 당해봐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손범규)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당론으로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한 공직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주장해온 민주당 의원들은 "미흡하지만 차선이라도 하는게 낫다"며 대체로 찬성해 대조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여야 원내지도부가 `6인 소위'의 법조개혁안에 대한 수정 방침을 시사해 논의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 2월 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중요한 법안인 만큼 앞으로 공청회와 여러 번에 걸친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수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것은 민주당의 확정된 안이 아니다"라며 "더 토론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개혁안이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사법제도개혁안 등 쟁점 현안들이 졸속적으로 처리되고 가장 국민들에게 현실성 있는 아동.청소년 성범죄 관련 법안 등은 뒷전으로 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치권은 2월 국회를 나름대로 잘 마무리 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은 이번 국회를 '철저한 민생국회'라는 목표 하에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정부정책을 점검하고, 수준 높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저축은행 부실사태 해결을 위한 '예금자보호법', '농협법', '하도급거래공정화 법' 등 처리를 성과로 들며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선진화법' '한-EU FTA' '북한인권법'을 반드시 처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일부 야당이 여전히 대안 없는 '정부정책 흠집 내기' '근거 없는 의혹제기' 등 정쟁만 일삼는 모습은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줬다"면서 "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당리당략이 아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 산적한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대책 마련에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면서 채권공정추신법, 하도급거래공정법, 장애인활동지원법 처리와 지난 연말 여당에 의해 날치기 처리된 과학비즈니스벨트법, 친수구역특별법, 국립서울대법인화법 등의 재상정을 성과로 들었다.

전 대변인도 정부 여당 탓은 잊지 않았다. 그는 "정부 여당의 반대나 비협조로 국민들을 위한 국회로서는 아직도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동시에 비난하는 양비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2월 국회가 구제역과 전세란, 물가폭등 등에서 정작 국민을 위한 2월 국회였는지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원희룡 사무총장이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 대변인은 "민생은 도외시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샅바싸움만 하다가 새 봄이 오도록 한겨울 문제를 그대로 남겨 뒀다"면서 "봄은 봄이되 봄이 아닌 국회의 모습"이라고 양 당을 동시에 공격했다.

2월 국회가 마무리 되면서 몇몇 법안은 여야 진통 끝에 각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아직 많은 현안들이 4월 임시국회를 기약하게 되면서 관련 제도 시행이 늦춰졌다.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많은 법안들이 4월 국회에서도 2월 국회처럼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져 주요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허송세월 보내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