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전 리쿠젠타카타에 밀어닥친 쓰나미는 게센천과 야하니천을 거슬러 올라와 천변의 게센(氣仙), 다카타(高田), 이마이즈미(今泉), 오하타(大畑), 다케코마(竹駒) 마을을 휩쓸었다. 오하타 마을과 다케코마 마을은 항구에서 약 8㎞ 떨어져 있었지만 수마의 무서운 손길을 피하지 못했다.
다케코마 마을부터 게센천을 따라 걷는 동안 보이는 것이라고는 부서진 건물 잔해와 어지럽게 널린 가재도구뿐이었다. 게센천에 놓인 약 50m 길이의 다리는 교각만 남아있었고 철제 상판 부위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게센천에 처 박혀 있었다.
쓰나미에 휩쓸린 건물 중 온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붕과 외벽은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고 집터만 확인할 수 있었다. 20m 높이의 거목은 뿌리째 뽑혀 쓰러졌고 콘크리트 전신주는 두 동강이 난 채 나뒹굴었다.
항구에서부터 떼밀려온 어선이 뒤집혀 진흙에 박혀있었고 자동차들은 산 중턱에 걸쳐있었다.
일본 경찰 및 소방당국은 하루종일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고 자위대 헬기 2대가 마을 상공을 돌며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찾았으나 처참하게 파괴된 이곳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보였다.
폐허로 변한 마을을 말없이 바라보던 이즈미다 마사요시(65)씨는 "쓰나미가 밀려온 날 가족과 함께 온 힘을 다해 도망친 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마을이 완전히 부서졌다. 지옥에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시 당국은 다카타 마을 인근 리쿠젠타카타 시립제1중학교에 피난소를 마련했다. 이곳에는 이재민 1천여 명이 머무르며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음에도 피난소 이재민들은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음식과 모포 등 구호품을 받을 때 새치기를 하거나 더 달라며 떼를 쓰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조를 짜 마을 복구 작업에 참여하거나 집터를 찾아가 가재도구를 챙기는 등 차츰 실의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삽을 들고 폐허가 된 마을로 내려가는 이재민을 따라 걷던 중 진흙에 파묻힌 가족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앨범 속에는 장기자랑을 하는 개구쟁이 아들의 모습과 생일을 맞은 할머니의 환한 웃음, 5~6살로 보이는 딸을 품에 안은 아버지의 미소 등 한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잔혹한 수마는 이 가족의 행복을 한순간에 휩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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