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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참여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시민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유시민 전 장관이 국민참여당의 신임 대표에 오르며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유 대표는 취임 후 잠깐의 여유를 부릴 시간도 없이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4당과 여당인 한나라당을 예방하는 등 대선에 뛰어들었음을 보이기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다.
또한 유 대표는 지난 21일엔 영유아 보육시설, 민주노총, 전교조 등을 방문하고 청소노동자 파업 현장에도 참석해 보육, 비정규직 등 서민 중산층을 겨냥한 민생 이슈에 가장 먼저 초점을 두고 서민 끌어안기에 나섰다.
국민참여당은 지난 19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제2차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이날 당대표 후보를 단독 출마한 유 전 장관은 당원 찬반투표에서 총 유권자 8722명 가운데 투표자 3060명 중 2969표를 얻어 97%의 찬성률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유 대표는 이날 대표수락연설에서 “우리는 참여정부의 자산이 아니라 부채를 승계하는 정당”이라며 “그동안 참여정부가 부채를 남겼다고 비판해왔던 진보정치세력과 손잡고 힘을 모아 국민에게 진 빚을 갚자”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옳았다는 것, 불가능한 꿈을 꾼게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성공했다는 것을 끝까지 보여줄 것”이라며 “부당한 특권과 반칙도 용납하지 않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이날 총선과 대선이 있는 내년 파격적인 개혁을 예고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내년 4월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압도적인 개혁국회가 될 것”이라며 “적어도 20명의 남녀 당선자들이 노란 넥타이와 스카프를 매고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19대 국회의원 선서를 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년 총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2012년 4월 국민들은 진보개혁정당을 국회의 압도적 다수파로 만들어줄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맞선 야권연대 후보들이 국회 의석 중 180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 대표는 이날 대표수락연설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참여정부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참여정부가 남긴 유산 가운데 자산은 빼고 복지국가 토대를 완성하지 못한 것, 지역구도 타파 등의 빚만 인수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처럼 유 대표가 국민참여당의 새로운 사령탑에 오른 후 치밀한 계산 하에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을 펼치자 여야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손학규 대표와의 경쟁은 불꽃이 튈 정도다.
가깝게는 4.27 재보선, 길게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내 가장 부각되는 인물들로써 두 사람이 직접적 협력과 견제 관계에 놓이게 되면서 야권 대표주자 자리를 향한 진검승부에도 시동이 걸린 셈이다. 특히 내년 대권을 위한 야권연대.연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 신경전도 갈수록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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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2일 국회 대표실을 방문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손 대표는 먼저 신수가 아주 좋다고 인사를 건낸 뒤 “유 대표가 국민참여당 대표로 본격 등장해 국민들 기대가 크다”며 “국민의 기대는 민주진보세력이 하나가 되는 것이니 언론 접촉도 많이 해서 국민에게 하나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희망을 주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손 대표의 말에 공감한다”며 “제1야당 대표로서 큰 리더십으로 잘 이끌어주고 다른 야당들도 잘 보듬어 주시고 모든 어려운 문제를 잘 타개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대답했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장외에서는 양당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전개됐다.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김해을 후보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해에서 유 대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매우 크다”며 “어르신들이 ‘큰일 할 사람’이라고 격려하고 중장년층과 20-30대 반응도 매우 뜨겁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같은 프로에 출연한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유 대표가 최근 민주당의 경우 김해 지역에 ‘친노’ 후보가 없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유 대표의 발언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유 대표가 국민참여당 대표가 된 후 지지율이 상승한 것에 대해 “손 대표도 취임 후 그 정도는 올라갔다”고 비꼬았다. 그는 또 “정당이라는 말이 좋아야 기수가 잘 달릴 수 있지 않느냐”면서 “향후 대권후보 단일화시에는 손 대표 지지율이 이렇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 대표는 현재 야권 대선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대표는 지난 21일 마포 당사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지율이 선두를 달리는 것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 대표는 “야권 후보 중 그래도 내가 많은 지지를 받는 현상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며 “기성정당과 그 정당의 지도자들이 무엇인가 비어 있고 국민이 애정을 쏟을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교묘히 상대를 깎아내리듯 발언했다.
그는 또 “당의 기초가 없는데도 나에 대한 지지, 일부는 참여당 지지로 나타나는 것이야말로 한국정치가 혁신돼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라며 “야권의 정당이 자신들에게 불편한 참여당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가 야권의 연합.연대를 주장하면서도 기득권을 쥐기 위한 행동을 자꾸 드러내자 민주당 역시 초조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듯 팽팽하게 돌아가면서 양당은 대권경쟁의 전초전 격인 이번 재보선에 사활을 걸 태세다. 손 대표는 당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 분당 차출론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면서 최대 승부처인 강원지사를 ‘수성(守成)’해 유 대표에게 밀린 채 답보상태인 지지율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처지다. 유 대표도 겉으로는 강한 자신감을 표현하지만 속으로는 경남 김해을에서 패배할 경우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쌓여있다. 결국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지지율 추이 등 각 당의 대표인 두 사람의 야권내 입지에도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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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지난 24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너럭바위를 잡은채 무릎을 꿇고 묵념을 하고 있다. |
또 한가지 손 대표나 유 대표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를 쉽사리 내줄 수 없는 입장이어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한바탕 설전이 오고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유 대표가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일각에서는 서로 합쳐도 어려울 판국에 오히려 ‘친노분열’까지 가져와 야권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친노’의 대표주자 격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손학규 대표를 지지하면서 그 우려는 더욱 현실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전 지사는 지난 17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 취병2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희망대장정 행사에 동행해 “예측가능한 분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손 대표의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지사는 이날 “솔직히 손 대표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대통령 한 사람이 집권 5년 동안 나라를 거꾸로 가게 하고 못 바꾸도록 정말 예측된 미래가 중요하다”면서 “손 대표는 예전 어려운 시기에 민주화운동을 했고,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지사, 당 대표를 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 대표는 이 전 지사가 돌아서자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유 대표는 지난 21일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래도 정치인으로서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것은 마땅히 존중돼야 하고 그 나름대로의 고민이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바란다”며 “자기를 지지해 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많이 아프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서로 해석이 다를 수 있고 또 선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고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친노그룹’은 대표주자들이 모두 각자의 길을 가면서 사실상 분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지사의 ‘커밍아웃’, 유 대표의 국민참여당 대표 취임은 물론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도 각개약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유 대표 입장에서는 입이 바짝바짝 탈 지경이다. 유 대표는 누가 뭐래도 자타가 공인하는 ‘노무현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 생전에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고 사후에는 자서전 집필을 맡을 정도로 ‘친노’ 핵심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유 대표는 시사평론가로 활약하던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을 지키겠다”며 정치판에 뛰어들어 탄핵, 대연정 등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비마다 한결같이 그의 곁을 지킨 인물이다.
실제로 그가 국민참여당 창당을 주도할 때도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내세웠으며 대표에 오른 지난 19일에도 친노의 상징색인 노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해 친노의 ‘적통’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친노그룹’의 대표주자들이 모두 각개약진을 펼치면서 친노 진영 내 다른 그룹이 어떤 결정을 하는가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친노 그룹은 크게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민주당을 살펴보면 손학규 지지그룹과 정세균 최고위원 지지그룹으로 나눠진다. 손 대표 쪽 친노 인사로는 최근 가세한 이 전 지사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손꼽을 수 있고 정 최고위원 쪽은 안희정 충남지사를 포함해 과거 노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들 수 있다. 이 외에는 정당과 시민단체의 중간 격인 친노 모임인 ‘시민주권’이 ‘친노그룹’ 중 하나이며 이 모임의 경우 이해찬 전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가 이끌고 있다. 마지막이 바로 유 대표의 국민참여당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두 그룹은 각각 손 대표와 유 대표를 지지했지만 나머지 ‘친노그룹’은 ‘양강(兩强)구도’가 형성돼 있는 만큼 좀 더 관망하자는 분위기다. 특히 ‘친노그룹’의 원로 격인 이 전 총리와 한 전 총리가 공동대표인 ‘시민주권’은 내년 총선 이후까지 지켜볼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결국 손 대표나 유 대표의 지지율이 계속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내년 총선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다른 방법을 택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렇게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의 영향력과 함께 김두관 경남지사와 문재인 전 실장의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판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친노 인사가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는 정통성, 유 대표는 표의 확장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두 사람이 뜨지 않는다면 김두관, 문재인 대망론의 불씨가 지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만 보더라도 그 의미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한 유 대표의 의지는 필사 죽음을 앞두고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과 같이 그 의지가 결연할 정도다. 그의 강력한 결의를 보고 당내에서는 현재 유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친서민 복지 행보와 더불어 재보선을 통해 친노 등 야권 제세력을 결집해 나간다면 손 대표를 가뿐히 따돌리고 ‘마(魔)의 15%’지지율 벽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대표는 취임을 알리기 위한 예방을 어느 정도 끝마친 만큼 이제는 4.27 재보선 격전지인 김해에 거점을 두고 선거지원에 ‘올인’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연대는 각당과 지지자들이 그런 불편한 마음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성인군자처럼 너그러운 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만 생각해봐도 다시는 뼈아픈 기억을 만들지 않겠다는 유 대표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유 대표가 뛰어 넘어야 할 문제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정치를 하면서 특유의 직설화법과 파격 행보가 그를 유명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올려놓기도 했지만 반면 열린우리당 시절 ‘분열의 씨앗’이라는 비판까지 들을 정도로 정치권에 숱한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그의 스타일은 아직까지 불안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그를 지지하는 고정적인 세력도 있지만 그만큼 강한 반대세력도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가 명실상부한 야권의 대표주자로 자림매김 하기 위해 ‘확장성 없는 후보’라는 세간의 평을 뛰어넘고 외연확대에 성공해 자신이 주장하는 친노의 ‘적통’을 이어 향후 대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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