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는 배제되고 경제논리로 따져야"

김병은 / 기사승인 : 2011-03-28 09: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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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시사...입지선정 산으로 가나

▲ 고심하는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시사발언에 이어 국토해양부가 경제성을 따져본 후 선정이 아예 안 될 수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표를 내놓으면서 영남권이 폭발직전이다. 일각에서는 만약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대국민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강한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권 내에서 4.27 재보선 이후로 입지선정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그동안 꾸준히 제시되어 온 만큼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으며 입지선정 평가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여론은 더욱 들끓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동남권 신공항 등 국책 사업과 관련해 "정치 논리는 배제되고 경제 논리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벨트 관련 갈등이 심하니 합리적 기준으로 신속히 결정해 달라"는 안 대표의 건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결국 갈등을 고조시킨 결과가 돼버렸다. 여론이 악화되자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갑자기 경제 논리를 거론한 것에 대해 원론적인 언급일 뿐이라고 둘러댔지만 날이 설대로 선 해당 지역민 사이에서는 백지화 또는 재검토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토부도 지난 23일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과 관련, 경제성 분야에 상대적으로 더 큰 가중치를 두고 평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최근 경제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입지평가위원회가 결정한 평가항목과 평가분야의 가중치 등 평가기준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의 입지평가에 있어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입지평가위가 논의해 가중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남 밀양을 지지해 온 대구경북 민심은 '폭발 임계점'에 도달한 수준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4차례나 발표를 연기한 것도 모자라 백지화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정부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비판이 오르내릴 정도다.


백지화시 부산 김해공항 확장 안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백지화나 평가유보를 가장 경계했던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울산,경북,경남 의원들의 반발은 당연히 더 심할 수 밖에 없다.


대구의 한 의원은 “어느 지역이 1등이고, 2등이라고만 발표하면 된다”며 “결정을 또 미루다보면 혼란과 지역갈등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경남 지역의 한 의원도 “밀양은 모든 면에서 우위”라면서 “다만 정부가 오판하거나 정치적 고려에 따라 백지화를 결정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반대로 부산지역 의원들은 경제성을 최고로 하겠다는 국토부의 발언에 미심쩍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인천공한 선정 때와는 달리 경제성이 평가배점의 40%로 높아진데 대해 밀양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로 절차가 공정하거나 투명하지 않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한 국토해양부에 대해 영남권 의원들이 "월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4일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토부 스스로 35곳의 후보지 중에서 2곳을 최종압축한 뒤 둘 중의 하나로 판단한다고 밝혔다"며 "백지화는 입지평가위의 월권"이라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현지실사 전에 백지화 가능성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이미 결론을 내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며 "백지화한다면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은 24일 동남권 신공항 논란과 관련, "입지선정 발표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백지화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경남 밀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조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동남권 신국제공항 입지선정 발표에서 기존의 밀양, 가덕도 둘 중 하나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의 백지화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처럼 말을 했는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의원은 "일부 보도처럼 여기에서마저 정치적 꼼수를 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신공항 입지선정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영남권 주민들로부터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당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는 데에만 몰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진 의원도 "입지평가에는 경제성도 들어가야 하지만 국토균형발전도 중요한 판단기준"이라며 "대통령 공약사항 이행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부산과 영남권 의원들이 주장하는 것은 신공항 무용론은 '주적'이고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정운영의 기본가치를 무시한 논리라는 것이다.


반면 부산지역 의원들의 처음의 강한 반발과는 달리 뒤로 한발 물러서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신공항 무용론'에 손을 든 것을 비롯해 입지발표를 연기해도 무방하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것만 봐도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부산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모 의원은 "가덕도와 밀양 유치로 지역갈등이 극단적으로 커진 마당에 괜히 공항 입지를 선정해 갈등을 더 키울 필요가 있느냐"며 "만약 양쪽 모두 경제성이 미치지 못하면 좀 더 검토하겠다는 정도로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일주일 앞둔 지난 23일 평가기준이 공개되면서 후보지 내 지자체의 계산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평가의 투명성을 위해 그간 평가항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국토부가 입지평가위원회의 현지답사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항목을 공개한 것이다.


어차피 24~25일로 예정된 해당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비공개적으로라도 평가기준이 공개될 수밖에 없던 터여서 미리 공론화한 셈이다. 이날 공개된 평가기준을 놓고 가장 바빠진 곳은 역시 부산과 경남(밀양)·대구·경북이다.


▲ 지난 24일 부산 가덕도에서 현지실사에 나선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원들에게 부산시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4일과 25일 이뤄진 부산 가덕도와 밀양의 현장실사는 지역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준 자리였다. 부산시는 입지평가위원회의 현장실사에서 미리 준비한 방대한 양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자세히 브리핑하며 가덕도 해안의 입지우위를 강조했다. 부산시는 동남권 신공항이 들어설 장소로 가덕도 해안이 밀양보다 우월한 점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꼼꼼하게 보고했다. 밀양 역시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입지평가위원회의 마음을 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펼쳤다.


이번 평가에서 1-2위가 가려질 경우 1위 후보지가 공항부지로 선정되지만, 그 1위마저 국토부와 입지평가위가 정한 절대 점수 기준에 미달할 경우 후보지 두 곳은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평가단은 외부와의 철저한 차단을 위해 서울도 후보지역도 아닌 중부권 제3의 장소에서 합숙하며 평가작업에 집중한다. 이렇게 가덕도와 밀양에 대한 항목별 평가점수가 30일 오전 최종 산정되고, 동시에 입지평가위는 세부항목에 대한 가중치를 결정한다.


평가단이 산정한 점수와 평가위의 가중치는 30일 오전 처음으로 합산되며, 정부도 이를 당일 알게 된다는 게 국토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지평가 결과 발표일인 30일에 가중치 등을 계산한 최종 점수가 나오는 만큼 그 이전에는 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한다"며 투명성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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