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리비아 공습' 두고 총체적 혼선

연합뉴스 / 기사승인 : 2011-03-28 11: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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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에 따라 비난 목소리…美역할론?작전지휘권?목표도 모호

▲ 21일(현지 시각) 프랑스 코르시카섬의 솔랑자라 공군기지에서 프랑스 공군의 미라지2000 전투기가 리비아로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되자 리비아 반군에 대한 카다피군의 공세도 주춤하고 있다.
서방 연합군의 대(對)리비아 3차 공습이 21일 밤(현지시각) 개시된 가운데 공습 개입 자체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리비아 국민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공습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러시아와 독일은 이를 비난하는 등 실리와 정치외교력 강화 등을 고려한 이견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함께 공습에서 미국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란을 비롯해 작전 지휘권과 목표의 불분명함도 부각되고 있으며 나토는(북대서양조약기구)는 군사개입에 대한 합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유엔의 군사적 개입을 승인하는 안보리 결의 채택에 기권했던 러시아와 독일 등은 유엔 결의를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유엔의 결의에 결함이 있으며 이번 공습이 "중세시대의 전쟁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역시 안보리 표결에 기권했던 독일의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앞서 "군사개입이 시작되자 아랍연맹이 이를 비난한 것은 유엔이 위험한 계산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반대했던 이유는 충분했다"고 항변했다.


표결에 함께 기권했던 중국 외교부의 장위(姜瑜) 대변인은 중국은 한결같이 국제관계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해왔다면서 리비아에 대한 군사공격에 유감을 표시했었다.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서방이 대규모 전쟁의 시작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으며 인도의 SM 크리시나 외무장관도 리비아 공습이 죄 없는 시민과 외국인, 외교사절 등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습에 리비아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서방국의 속내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력(曆)에 맞춰 발표한 새해 메시지를 통해 서방의 개입은 리비아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가리아의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는 "이번 시도는 리비아의 유전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 의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위한 유엔 결의는 지지하지만 리비아의 '정권 변화 독트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히피케푸니에 포함바 나미비아 대통령도 리비아에 대한 외국 군대 개입에 반대하는 아프리카연맹(AU)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美서도 이견, 美 역할은 어디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자국 내 비판도 이어졌다. 카다피가 1988년 270명이 사망한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을 직접 지시한 것을 상기하며 보복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마이클 혼다(민주당) 하원의원은 미 헌법은 전쟁을 선포할 권리를 의회에만 부여하고 있다며 이번 공습은 "미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일격을 가했다. 캔디스 밀러(공화당) 하원의원도 미국의 공습 참가가 의회의 공식 승인 없이 이뤄진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중남미를 순방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돌아와 의회에서 이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리아나 로스-레티넌 미 연방 하원외교위원장(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리비아 공습과 관련해 미국의 안보 및 목표에 대해 자국민에게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역할이 어디까지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로버트 게이츠 장관은 이날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군사작전의 첫 2∼3일 동안은 미국이 주요한 역할을 했지만, 조만간 지원하는 역할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리비아 공습과 관련해 미국은 처음부터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져 개입 범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게이츠 장관은 이번 작전을 통해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목적은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리비아 영토에 미군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작전 지휘권과 목표도 불분명


리비아 공습에 영국과 프랑스 등이 참가한 가운데 첫 번째 공습은 프랑스 공군이 주도했지만 작전 지휘권을 누가 갖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게이츠 미국 국방 장관은 전날 미국이 며칠 안에 작전 지휘권을 프랑스나 영국 또는 나토 쪽으로 넘길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


연합군에 참가한 미군의 작전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미군 기지가 지휘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작전이 혼선과 논란으로 점철되고 있다면서 그 중 하나로 군사 지휘권을 꼽았다.
미국 측은 어쨌든 유럽 쪽으로 지휘권을 넘기고 싶어한다. 나토가 주도권을 갖거나, 프랑스와 영국이 작전을 이끄는 '나토 스타일'을 원한다는 것.


이번 공습 작전에 참여한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의 카터 햄 사령관은 지훠권 이양이 언제 이뤄질 것인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날짜를 확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햄 사령관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통제권을 가질 그 조직이나 기구가 어디냐는 것"이라고 말해 아직까지 중심 역할을 누가 맡을 것인가가 정해지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제각각 작전본부를 두고 있어 이탈리아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3자간 방식이 무질서하다며 나토가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휘권뿐 아니라 이번 군사작전의 최종 목표가 무언인지 모호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미국은 카다피 정권이 통치의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그의 퇴진을 촉구했지만 처음부터 제한적 군사작전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프랑스와 함께 공습을 주도하는 영국의 리엄 폭스 국방장관은 "카다피는 합법적인 공격 목표"라고 말해 혼선을 더했다.


▲ 21일(현지시각) 총리 관저가 위치한 영국 런던의 다우닝가(Downing Street)에서 베일로 얼굴을 가린 무슬림 여성들이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나토, 군사개입문제 합의 또 실패


나토는 리비아 군사작전 개입 문제를 놓고 이날 상주대표부 대사급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나토는 리비아 군사작전을 주도했던 미국이 뒤로 물러서면 나토가 지휘권을 넘겨받을지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과물은 없으며 토론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 대사가 전했다.


나토가 비행금지구역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려면 28개국 회원국의 전원 동의가 필요하지만 터키 등 일부 국가들은 나토가 리비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 총장 “전 세계 한목소리 내야”


유엔의 결의 이후 연합군이 공습에 나선 것과 관련 이견이 이어지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랍연맹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 세계가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유엔 결의와 관련해 "이 강력하고 확고한 조치는 아랍연맹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안보리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공식 요구한 22개 아랍국가의 기구인 아랍연맹의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은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당초 비행금지구역 설정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서방 연합군 공급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무사 사무총장은 그러나 이날 반 총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유엔 결의를 존중하며 여기에 이견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비아에 대한 아랍연맹의 입장은 처음부터 확고했다"며 입장을 다소 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과 함께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랍 국가 내에서도 카타르는 리비아 공습에 참가한 반면 이라크는 국제사회 개입을 지지하는 등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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