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1호 사건’ 촉각, 근로자 사망에 경영책임자 책임

정창규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7 09: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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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내용 두고 의견 분분 시행 초 현장 혼란 불가피
정부, 판례 쌓이면 법 제도 보완해 나갈 계획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4단계 건설사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주간 = 정창규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늘부터 시행됐다. 지금까지는 안전조치를 어겨 노동자가 숨지면 안전보건책임자, 즉 현장소장만 처벌을 받았지만 이제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1호 사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초긴장 상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시행된다.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1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발효된다.

 

이 법은 노동자가 한 명 이상 숨지거나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재해로 간주된다. 중대재해가 났을 때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받는 것이 핵심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중대재해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이 어렵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이법이 제정됐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는데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다.

고용부는 중대산업재해와 관련해 관리·감독 권한을 갖게 되는데 이때 중대산재는 ▲사업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화학 물질 등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급성중독, 화학적 인자, 열사병, 독성 감염 등 각종 화학적 인자에 의한 24개 직업성 질병에 대해서도 업무 관련성이 확인될 경우 중대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현장에 대해선 2024년 1월27일부터 법을 적용키로 유예를 뒀다.

법상 안전보건 의무 주체는 대표이사로 사업 총괄 권한이나 책임을 가진 이다.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안전담당 이사)도 경영책임자의 범주에 들어간다. 안전담당 이사는 대표이사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총괄하고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최종 결정권자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조치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구축 등으로 요약되는데, 중대산재 발생 시 이 같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경영책임자가 법 처벌 대상이 된다.

근로자 사망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징벌적 손해배상도 적용받을 수 있다. 법인 또는 기관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망 외 중대산재의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겐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법인 또는 기관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사업주 처벌보다는 예방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산업계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D-2, 공기단축이 부르는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단 새해 초부터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 여론이 악화하고 있고, 고용부 역시 이를 두고 엄정 수사를 예고한 상태다. 법 적용을 가정한다면 기업으로선 당장 처벌 1호가 될 경우 총수부터가 여론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법안의 세부 내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만큼 시행 초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판례가 쌓이면 법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처벌 대상이나 보호조치 의무 등이 모호해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등의 회의적인 반응이다.

반면 노동계는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을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간의 유예기간이 적용돼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이 된다. 산재 사망사고가 집중되는 소규모 사업장이 사각지대에 놓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 적용에 예외를 두거나 적용을 유예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의 약 80%가 5인 미만 사업장과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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