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우선협상대상자 낙점...노동계 "투기자본에 졸속매각...STX팬오션 전철 밟나"

조무정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9 1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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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혈세 투입한 HMM 졸속매각 비판...매각 금액 최소 5-7조인데 현금성 자산 1-2조 원 불과한 하림그룹 컨소시엄 입찰 참여 졸속"
하림지주는 "하림그룹은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고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 컨소시엄이 낙점됐다.(사진=newsis)
 

[일요주간 = 조무정 기자]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유일하게 남은 국적해운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에 투입된 세금이 무려 3조 780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HMM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추진 중인 HMM 매각이 졸속매각 논란에 휩싸이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일 하림그룹 컨소시엄이 HMM의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그러나 하림그룹(회장 김흥국)의 HMM 인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무리한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는 지적과 함께 해운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HMM을 인수한 하림이 자칫 기업 규모가 더 큰 기업을 인수할 때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승자의 저주'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실제 자산규모만 놓고보면 HMM은 25조 8000억 원으로 하림그룹(17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게다가 HMM의 인수가는 6조 4000억 원으로 하림의 현금 보유액 10조 원의 60%를 넘는다. 이 때문에 자체적인 자금조달만으로는 인수가 어려워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하림이 입찰 과정 때부터 무리한 자금 조달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민노총연맹 "현금성 자산 고작 1-2조 원에 불과한 하림그룹 컨소시엄이 매각 금액 7조대 HMM 인수 시 졸속매각 우려"

HMM 노조 등 노동계의 반발도 넘어야 할 숙제다. 현재 사측과 단체협약을 진행 중인 HMM해원연합노조는 이번 하림의 HMM 인수가 '졸속 매각'이라고 비판하며 매각 절차를 중단시키기 위해 투쟁한다는 입장이다.

 

▲하림그룹 김흥국 회장.(사진=newsis)

앞서 지난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HMM 매각과 관련해 성명울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국제 해운업황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HMM의 매각 금액이 최소 5조 원에서 7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고작 현금성 자산이 1조 원에서 2조 원에 불과한 하림그룹 컨소시엄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고 졸속매각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현재 HMM의 총자산은 26조, 부채가 5조, 현금성 자산만 14조에 달한다. 누가 봐도 입찰에 참여한 하림 컨소시엄이 침을 흘리며 달려들 규모가 아니다"며 "설령 인수를 하더라도 글로벌 해운선사가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필연적으로 HMM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특히 인수전에 뛰어든 하림의 과거 사례를 들며 "하림이 지난 2016년 STX팬오션을 인수한 과정을 되짚어 보면 당시 하림은 인수금융에 참여한 JKL의 지분을 2년 만에 매각해 투기성 사모펀드의 먹튀를 지원한 바 있다"며 "현금성 자산이 약한 예비인수기업들은 투기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수금융의 한계로 반드시 자본약탈적 행위들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사모펀드를 동원해 HMM을 약탈하려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앞장서서 부실하기 짝이 없는 빚투성이 인수금융 계획을 가진 기업에 매각을 추진하며 국가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고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렇듯 뻔히 보이는 졸속매각이 추진될 시기도 추진할 이유도 없다. 지금은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해운업이 몰락의 위기를 겨우 벗어나 HMM을 중심으로 재건의 발판을 마련한 시점이다. 오히려 HMM에 막대하게 축적된 자본을 오롯이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과 확대에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끝으로 "이런 상황에서 HMM을 졸속으로 매각하게 되면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고 이후 치루게 될 대가는 막대하고 파괴적이다"며 "HMM에 유보된 자본을 약탈하려는 그 어떤 자본의 개입도 거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HMM에 대한 졸속매각의 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HMM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과 관련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입장문을 내고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18일 밤 HMM 경영권 매도인 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림지주는 "하림그룹은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고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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