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 직급 체계 변경 놓고 '능력 고려' vs '비상식' 내홍...사측 "정확한 정보 없이 소문만 듣고 오해"

조무정 기자 / 기사승인 : 2019-04-01 15: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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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뉴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회사 경영 비판한 회사 계정 메일 삭제 등 불만 토로
한세실업 관계자 "외부에서 메일을 보내게 되면 필터링 작동...오인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내용"

[일요주간 = 조무정 기자] 의류수출전문 기업인 한세실업(대표 김익환)이 최근 직급 체계 변경 여부를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 일부 직원들이 직급 체계 변경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글을 잇따라 게재한 이후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회사 계정으로 가입한 직원들 이메일 중에 오너일가의 경영을 지적한 내용이 담긴 메일이 삭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같은 내용을 처음 보도한 'UPI뉴스'에 따르면 해당 이메일이 발송된 지 20여분 만에 전직원의 계정에서 일괄 삭제 조치됐다. 이와 관련 ‘한세는 내부적으로 곪아 있어 아무리 소리쳐도 바뀔 것이 없다' 등의 글이 블라인드에 게재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일요주간>과의 전화통화에서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직급 체계 변경은 진행 단계가 아니고 현재 직원들과 실행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인 사안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직급 체계와 관련 “(내부적으로) 시끄러운데 지금 시대에 직급체계를 회사 마음대로 바꾼다는 게 어렵다. (직급체계와 관련해) 직원들의 얘기를 듣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호봉제다. 호봉제 같은 경우는 1년을 만근하게 되면 회사에서 지정한 일정 부분의 연봉 상승분이 생긴다”며 “당초에는 대리 4호봉이 됐을 때 과장 진급에 대한 자격이 주어진다. 회사 내부적으로 과장 진급에 대한 자격조건이 있다. 당연히 자격조건이 안되거나 실적 미달 등 여러가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누락된 직원들이 발생하는 거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내부적으로) 불가피하게 S호봉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누락 되는 직원들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가 진급하면 좋겠지만 조직이 능력에 상관없이 모두다 진급시켜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 앞서도 말했듯이 S호봉이 되면 연봉 상승분이 없다. 누락이 됐기 때문이다. 즉 과정 진급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급에서) 누락된 직원들이 누적이 되면 회사 입장에서도 진급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면서 “이러한 이유 때문에 5호봉을 신설하려고 작년부터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다. 다만 이부분에 대한 사전 고지가 없이 소문이 흘러나갔기 때문에 말이 나온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회사가 (직원들에게 사전 고지를 못해) 잘못한 부분도 있다. 다만 직원들이 이해 못한 부분은 S호봉이 되면 연봉 상승분이 없다. 반면 5호봉이 되면 연봉 상승분이 있다. 이 얘기를 들었다면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을까"라고 반문하며 "아마 적었을 것이다. 이러한 설명이 없이 회사에서 (직급 체계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다보니 직원들의 불만이 생긴거다”고 덧붙였다.

회사 계정을 통해 만든 직원들의 이메일로 직급 체계 변경 등 경영진을 비판한 내용의 글이 전달이 됐다 삭제된 것에 대해서는 “회사 계정으로 만든 이메일은 (사내) 업무용으로 사용하게 돼 있다. (문제의 메일은) 어떻게 보면 업무와 관련성도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외부 계정으로 저희 쪽에 보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부에서 메일을 보내게 되면 당연히 필터링 작동한다. 마치 회사가 (직급 체계 변경을) 독단적으로 결정을 한 것처럼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메일이 외부 계정을 통해 (회사 메일로) 들어오다보니 삭제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일 블라인드에 한 직원은 "진급이 그냥 운에 따른 것이냐, 승진 기준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2019년도 승진발표에서 대리과장 진급대상자 70여명 중 15명이 진급했다"면서 "과장 진급자 중 지난해 진급누락했던 대리 S호봉보다 4호봉이 더 많다는 점이 논란거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동조한 직원들 사이에서 같은 팀 소속인데도 4호봉은 진급하고 S호봉은 진급누락하는 등 승진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원성이 이어지면서 ‘4호봉에서 진급한 직원은 특진이냐’, ‘다른 면접자들은 들러리였냐’,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곳’, ‘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가져가는 월급루팡이 너무 많다’ 등 직원들의 불만과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세실업 주주현황.(출처=전자공시시스템)

한세실업의 창업주(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아들로 회사의 대표에 오른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의 2세 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김익환씨가 대표로 취임한 뒤 지난해 영업이익이 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하며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당 배당금은 2015년 200원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2018년과 2019년 450원으로 증가해 배당금 증가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오너일가라는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세실업의 지분구조를 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최대주주는 42.32%의 주식을 보유한 한세예스24홀딩스이며 뒤를 이어 창업주인 김동녕 회장이 5.49%, 김 회장의 장남 김석환 예스24 대표 3.58%,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 3.58%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6.54%다.

 

▲한세실업의 최대주주인 한세예스24홀딩스의 주주현황.(출처=전자공시시스템) 

한세실업의 최대주주인 한세예스24홀딩스의 경우 김석환 대표 25.95%, 김익환 대표 20.76%, 김동녕 회장 17.61%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79.02%로 80%에 육박한다. 때문에 배당금 확대의 최대 수혜자가 오너일가라는 점에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

 

한세실업은 지난 2월20일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45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176억원에 달한다.

 

▲한세실업은 지난 2월20일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45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176억원이다.

이에 대해 한세실업 관계자는 “(실적과 배당을 판단하기에 앞서) 회사의 자산가치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처럼 해외에 수출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환율. 원가, 관세 등 여러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단순히 당기 순이익이 떨어졌다고 (회사가) 적자가 나는게 아니다. 배당이라는 건 말 그대로 주주들을 위한 금액아니냐. 주주친화적인 회사다. (오너일가가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도 주주일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회사의 경영과 관련 직원들이 익명으로 모든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인) 블라인드에 각종 글들이 올라오는 것에서 볼 수 있 듯 불법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며 “회사에서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직원들의 글을 모니터링 안하고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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