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구리 전량 수입 의존하는 한국, 금속發 인플레이션 경보음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2 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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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AI·태양광이 끌어올린 금속 가격…서민 물가 부담 우려도
구리 톤당 1.2만 달러 돌파, 전자·자동차 등 산업 전반 생산자 물가 압박
▲ 22일 금값이 '한 돈 100만 원' 선을 넘어섰다. 이날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순금 1돈 매입가는 100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사진=newsis)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최근 금과 은, 구리 같은 주요 금속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금 가격은 온스당 4533달러, 은은 79달러, 구리는 톤당 1만 25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격 상승폭도 심상치 않다. 은은 1년 새 148% 급등했고 금 64.6%, 구리 41.7% 올랐다. 같은 기간 알루미늄이나 니켈 같은 일반 금속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유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금속 가격만 치솟은 점도 이례적이다.

지난 8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금속 가격 급등 배경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인플레이션 불안, 산업 수요 급증, 공급 부족, 그리고 투자·투기 자금 유입이다.

◇ 달러 불신·인플레 우려에 금속으로 몰린 돈…AI·태양광이 은·구리 빨아들인다

먼저 인플레이션 불안이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감세 기조, 완화적인 통화정책 전망이 겹치면서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럴수록 투자자들은 현금이나 달러 대신 금과 은 같은 실물 자산으로 눈을 돌린다.

여기에 미국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부채 증가로 미 국채와 달러의 ‘안전자산’ 이미지가 약해진 점도 귀금속 수요를 키웠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산업 수요 증가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 재생에너지 확대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전기가 잘 통하는 은과 구리는 필수 자원이 됐다.

태양광 패널에는 은이, 송·배전망과 전선에는 구리가 대량 사용된다. 실제로 산업용 은 가운데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비중은 10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을 짓는 데만 수천 톤의 구리가 들어간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과 미국 경제의 비교적 견조한 흐름 역시 글로벌 금속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 공급은 제자리…ETF·선물시장으로 몰린 투자자들

문제는 공급이다. 은은 대부분 구리나 아연을 캐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기 때문에 은만 따로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환경 규제 강화로 신규 광산 개발도 쉽지 않다. 그 결과 은은 2021년 이후 계속 ‘수요 초과’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구리 역시 광산 사고와 설비 중단, 여기에 미국의 관세 추진 움직임까지 겹치며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관세가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수요까지 몰리면서 가격을 더 끌어올렸다.

여기에 투자 자금까지 가세했다. 금 가격이 너무 오르자 상대적으로 싼 은에 투자자들이 몰렸고 은 ETF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구리 역시 ‘앞으로 더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선물시장 투기적 거래가 급증했다.

이처럼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몰리면서 금속 가격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 물가 부담 경고음…한국, 공급망 대책 시급

뉴욕사무소는 내년에도 금속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 첨단산업 투자, 주요 금속의 ‘전략 자산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어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경계 요인이다. 실제로 최근 증거금 인상 여파로 하루 만에 금·은·구리 가격이 급락하는 등 출렁임도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제는 서민 물가다. 구리 같은 산업용 금속은 전자제품, 자동차, 건설자재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쓰인다”며 “금속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생산자 물가를 거쳐 소비자 물가까지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뉴욕사무소는 “특히 한국은 구리와 알루미늄 등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이차전지·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 원자재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 금속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산업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급처 다변화, 해외 자원 투자, 재활용 인프라 확대, 주요국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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