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화폐개혁의 진위

김쌍주 대기자 / 기사승인 : 2019-05-08 18: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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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김쌍주 대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리디노미네이션 발언으로 화폐개혁 논의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화폐개혁 진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슈를 고려한 존재 과시용 불 지피기 일뿐이라며 폄훼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침체된 경제의 불씨를 되살릴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는 여론이다.

대한민국의 원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어 화폐단위가 국격에 맞지 않게 낮게 책정됐다는 시각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 시점이 1000원의 액면가를 1원으로 줄여야하는지에 관해서는 저마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국민적 논란이 확산된 상황이 부담스러운지 한국은행은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변죽만 울리는 화폐개혁의 본질을 제대로 알아보고 현시점 왜, 이 논쟁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아봤다.

■ 화폐개혁 논의에 대한 시발점

최근 화폐개혁에 대한 논의의 시발점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다. 그는 최근 국회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우리나라 화폐개혁 논의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이 총재는 후폭풍이 거세지자 “원론적인 차원의 이야기일 뿐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물러섰다, 또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차원에서 화폐개혁을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시중으로 확산되면서 그 파장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오는 13일 오전 9시 30분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소속 이원우 의원과 최운열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리디노미네이션(화폐개혁)과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계획하는 등 논의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화폐개혁을 둘러싼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진다.

 

▲사진=newsis.

■ 화폐개혁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우리나라 화폐단위가 OECD국가들과 비교할 때 국격에 맞지 않게 낮게 책정돼 있어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화폐의 가치변동 없이 모든 은행권 및 지폐의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조정해 새로운 통화단위로 화폐의 단위를 변경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행 1000원을 화폐의 가치는 그대로 둔 채 액면가만 1원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국회 기재위에서 이원우 민주당 의원의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질문에 이주열 총재는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은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가 논란이 커지자 다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에 발언을 했다가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화폐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해명을 한 바 있다.

이 총재의 발언 이전에도 이 같은 일은 반복돼왔다. 2004년에도 한국은행 주도로 리디노미네이션 계획을 진행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사실 한국은행은 15년 전 박승 총재 시절 이미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연구를 끝내놓고 발표만을 않고 있으며, 수시로 자료보완을 통해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0~196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경험이 있다. 1953년 100원을 1환으로 1962년엔 다시 10환을 1원으로 절하했다. 이후로는 화폐개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수십여 년 간 경제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1990년대 이후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 돼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총 금융자산은 2010년 들어 뒷자리에 0이 16개나 붙는 1경원을 넘어섰다. 올해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중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 일반법인 기업, 금융법인, 일반정부 등 모든 경제부문(국외부문 포함)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1경7148조1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위 수준이나 화폐가치는 200위권에 그친다. 1달러가 일본 엔화로 112엔, 유럽 유로로 0.88유로, 중국 위안으로 6.71위안인 반면 우리나라 원화로는 1130원 수준이다.

1달러 대비 환율이 네 자릿수를 넘어가는 나라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보다 작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역시 1달러 환율이 1.33 싱가포르달러, 3.56 링깃 등으로 단위가 낮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화폐에 경제규모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잊을만하면 화폐개혁 왜 끄집어 내나…지하경제 양성화 등 효과 다양

금융전문가들에 따르면 “리디노미네이션이 가져올 경제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화폐개혁을 언급했다가 들끓는 여론에 의해 철회를 하는 행태를 되풀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먼저 화폐의 자릿수 축소로 거래와 회계장부의 기장을 간편화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1000원을 1원으로 조정할 경우 기존 1억원의 단위가 10만원으로 변경돼 회계처리와 기입이 간편해진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리디노미네이션의 가장 큰 목적은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화폐 표시금액이 점차 증가해서 발생하는 계산, 지급, 장부기재상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소비 진작과 내수부양 효과도 뒤따른다는 것이다. 화폐단위가 낮아지는 만큼 가격이 줄어든다는 ‘착시효과’로 일시적인 소비증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단점도 있다고 한다. 또한 화폐단위가 변경되면 은행 현금지급기, 금융거래 관련 각종 소프트웨어 등을 교체해야 하는데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에게는 사업의 기회인만큼 내수부양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자릿수를 줄여 우리나라 화폐의 대외위상도 제고할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2018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35조4752억원의 화폐가 발행됐는데, 이 가운데 5만 원 권이 25조262억 원으로 70% 가량을 차지한 반면, 환수율은 67%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지하에 숨겨진 돈이 신권교환을 위해 시중에 유통될 수 있으므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안정목표를 2%로 설정했지만 3월까지 물가는 0.5% 상승에 그치는 등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걱정할 문제가 아닌 반면,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시점이므로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리디노미네이션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앞으로 가져올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 등 편익을 철저히 분석해야 하는 등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해 비용보다는 편익이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해 추진해 화폐교환 시기 무제한으로 물가영향이나 국민적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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