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예보관들의 애환… “스트레스.불규칙한 생활리듬 수명 단축”

김학송 기상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0-04-16 11:11:47
  • -
  • +
  • 인쇄
<김학송의 기상 리포트> ‘변화무쌍 기후와 숨바꼭질’

천근만근이나 되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위험기상과 사투
국민들 시선 집중…여간한 배짱 없으면 예보관 쉽게 못해


▲ 예보관이 발표한 예보에 대한 평가는 바로 다음날 나온다. 그것도 전 국민으로부터 받는 평가이다. 여간한 배짱이 없으면 예보관을 하겠다는 말을 선뜻 꺼낼 수는 없다.


2009년의 겨울은 유난히 눈과 비가 자주 내려 예보관들을 힘들게 했다. 눈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돌풍, 혹독한 추위도 찾아와 동장군의 심술이 우리를 괴롭혔다. 이런 변덕스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상청 예보관이 눈 예보를 하면 눈이 왔고, 비 예보를 하면 비가 내렸다. 또 추워진다고 할 때 추웠다. 현상에 대한 예보는 참 잘 맞아줬다.


그러나 눈 예보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몇 Cm의 눈이 올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눈 예보는 적중했지만 양적으로 빗나가면 언론이나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맡기 때문이다. 또 눈 예보를 했는데 오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쨌든 기상예보관을 곤혹스럽게 한 날이 있었다.

지난 1월 4일 서울의 경우 10Cm이상 눈 예보에 1937년 이래로 많은 눈인 25.8Cm나 내렸으니, 국민들에게는 당연히 빗나간 예보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생각하면 맞은 예보인지 모른다. 10Cm의 눈은 결코 적은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틀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예보관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예보관은 하루 종일 많은 눈에 속상해 했을 것이다. 아마 소화불량에 걸린 듯 했을 것이고, 신경질은 부리지 않았는지, 사랑하는 가족과 다투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예보관이 발표한 예보에 대한 평가는 바로 다음날 나온다. 그것도 전 국민으로부터 받는 평가이다. 그러니, 여간한 배짱이 없으면 예보관을 하겠다는 말을 선뜻 꺼낼 수는 없다. 어려운 업무는 물론이고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리듬으로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이다. 예보관의 고질병이다. 병원의사들도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국민들이 이해로 감싸주면 고질병을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봄은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쌀쌀한 날씨다. 점차 평년 기온을 되찾을 전망이다. 앙상한 가지에서 새 순이 트고 있다. 기후변화는 산업혁명 이후 서서히 진행돼 지금까지 왔지만, 우리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해야하고 잘 가꾸어나가야 한다.


날씨 변화가 심하다 싶으면 무조건 기후변화로 몰아간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했다고 해서 꼭 온난화가 지속되리라는 생각은 이제 떨쳐 버려야하지 않나싶다. 최근의 다소 쌀쌀한 날씨는 온난화가 잠시 쉬고 있다는 말인가? 모두 자연현상의 하나로 보고 이에 대처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싶다.


최근의 기압계 패턴이 조금 바뀌었다. 북극은 당연히 찬 공기가 자리 잡아야 하는데 따뜻했다. 따라서 찬 기류를 남쪽으로 밀어냈다. 유럽과 북미, 우리나라로 찬 기류가 밀려 내려왔던 것이다. 이런 현상을 북극진동이라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중 ? 동태평양'상의 수온이 상승한 것이다. 엘니뇨는 페루부근해역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엘니뇨와 비슷한 '엘니뇨 모도키'라 이름 지어진 엘니뇨가 새로 생겼다. 따라서 그 서쪽에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로 고온 다습한 기류를 마구 유입시켰다.


▲ 변화무쌍한 함백산(2010 기상사진전 입선), 포토제공 김학송


기상예보관들의 고생도 컸다. 천근만근이나 되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위험기상과 사투를 벌였다. 바로 전투를 한 것이다. 결국 빗나가는 예보도 있었지만 예보관이 승리했다. 자랑인 것 같아 쑥스럽지만 자랑할 수밖에 없다. 예보관은 항상 비난만 받아왔지 칭찬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랑을 늘어놓으면 혹시 칭찬의 메시지가 날아올지 몰라 눈 찔끔 감고 자랑을 했다.


눈 내리는 길을 걸어가노라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애가 되는 것 같다. 영화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이 아니어도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사실 기상예보관은 눈 오는 것이 그리 반가운 것은 아니다. 집중호우예보도 어렵지만 그 보다 더 어려운 것이 눈 예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예보관은 많은 눈이 내려줘 고맙다고 한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그럴 법하다. 대설특보를 발표하였는데 선행시간을 많이 확보했다 한다.


발표에서부터 5Cm 도달된 시간까지가 선행시간인데, 예보관은 선행시간을 많이 확보해야만 우수예보관에 선정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두 지역을 발표했는데 한 곳만 맞았다면 50%의 정확도밖에 확보를 못한다. 필자도 과거 예보관시절인 2004년 3월 5일, 대전에 49Cm의 눈이 내렸다. 최고 15Cm예상 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큰 비난은 없었다.


사전에 많은 눈이 내릴 것을 홍보한 덕이었다. TV에 출연해서도 칭찬을 들었다. 칭찬을 들어 기분은 좋았지만 즐겁지 않았으니 예보와 실황의 차가 컸기 때문이었고, 앞으로도 눈 예보는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먼 산이나 가까운 공원의 어린나무에서 서서히 봄기운을 읽을 수 있다. 20개월 된 외손녀도 그것을 아는지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한다.


겨울의 삭막한 색깔의 검정에서 연두색의 빛깔이 은은히 펼쳐진다. 산이 나를 부르는 것 같다. 필자는 오랫동안 예보업무를 해 오고 있지만, 재미를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발표한 예보가 바로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상예보관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모두 산에 올라 허파의 구석구석까지 뭉쳐있던 응어리들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쏘옥 빼면 좋겠다. 겨우내 움츠려져있던 근육들을 서서히 풀어줘야겠다.
아침에 출근하다 보면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메고 산을 찾는 분들이 많이 눈에 띤다. 산에 가기 전에 챙길 것이 많다. 우선 그날의 날씨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 산의 날씨는 생각한 것보다도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면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겨울철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푹 꺼지기도 하고, 능선을 오르다보면 갑자기 바람이 강해지기도 한다.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구름은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지만, 바로 그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안개 속을 헤매게 된다. 이 안개가 산안개구름(층운 層雲)인데, 수증기가 응결되어 형성되는 바로 그것이다. 다만 지상의 안개는 입자가 작아서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바로 소산되어 좋은 날씨를 보이지만 산안개는 소산이 잘 안된다.


산의 경사면에서 발달하는 구름은 집중호우가 되기 쉽다. 기온 변화도 심하다 보통 100m 올라갈 때마다 약 1℃, 구름층에서는 약 0.5℃씩 하강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체온유지에 각별 유의해야 한다. 산은 지형이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고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때문에 평지보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압도 내려가고 산소의 양도 적어진다. 따라서 호흡곤란증이 나타나면 더 이상 산행을 하면 안 되겠다.


지상의 기압은 약 5Km 올라갈 때마다 반감한다는 사실도 기억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지상기압이 1000hPa 라면 5Km부근의 기압은 약 500hPa로 내려간다. 10Km고도에서는 약 250hPa이다. 층운이란 구름이 나왔으니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층운은 하층운이다. 회색을 띤 구름인데 이슬비, 얼음침, 가루눈이 내리기도 한다. 보통 수적(물)으로 이루어졌지만 아주 저온일 때는 빙정(얼음)으로 되어있다.


엷은 층운은 해나 달의 윤곽이 뚜렷할 때도 있지만, 완전히 가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면 부근의 층운은 지면이 가열되거나 바람이 불면 서서히 상승하여 소멸된다. 또한 중층운의 아래에서 강수로 인해 습기가 많은 상태에서 따뜻한 기류를 받으면 형성되기도 한다.


산행을 할 때에는 충분한 준비를 한 후 떠나자. 등산로 지면 상태나 구름형성, 강수, 기온 및 기압변화, 강한 바람 등에 대비하자. 비상라디오는 꼭 준비하여 기상예보를 청취하자.


필자는 언제인가 제주도 한라산 등반 시 경험 했는데, 1950m(제주도에서는 한번 구경 오십시오로 표현)의 정상에서 어찌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지 옷을 두둑이 넣어갔으니 다행이었지 얼어 죽을 뻔 했다. 이제 등산하기 좋은 계절은 돌아온다. 체력을 단련하여 자신을 키워가자.


▽ 김학송 프로필
- 조선대 대학원 대기과학과 석사
- 現 대전지방기상청 방재기상과장
- 광주지방기상청 방재기상과장
- 기상청 예보관실 예보관
- 대관령기상대장,김포공항 예보관
- 대전지방기상청 예보관
- 제주 및 청주공항기상관측소장
- 1971년 3월 기상청 입문
- 해외문화교류회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 한국해외문화교류회 회원
- 조선대 대학원 대기과학과 석사
- 現 대전지방기상청 방재기상과장
- 광주지방기상청 방재기상과장
- 기상청 예보관실 예보관
- 대관령기상대장,김포공항 예보관
- 대전지방기상청 예보관
- 제주 및 청주공항기상관측소장
- 1971년 3월 기상청 입문
- 해외문화교류회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 한국해외문화교류회 회원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