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비준안 강행처리, 얼어붙은 국회…돌파구 묘연

윤영석 / 기사승인 : 2011-11-28 11: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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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치 내년 총ㆍ대선과 맞물려 대립각 커져

[일요주간=윤영석기자] 한나라당이 국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강행처리 한 가운데 국회가 사실상 마비되며 정치권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며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다.
내년도 예산을 결정해야 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가 중단되면서 법정기한(12월2일) 내 처리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들도 지난 23일 오전 회의 일정도 전면 취소한 채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날 기획재정위와 지식경제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등 7개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와 소위 등이 예정돼 있지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만 열렸을 뿐 나머지 회의는 회의실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행안위도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는 `반쪽 회의'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가장 해결해야 할 내년도 예산안의 예산결산특별위가 열리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삭감, 증액하는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는 전날 FTA 본회의 표결로 중단된 이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예결위 간사회의를 갖고 계수조정소위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회의 재개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관계가 계속 대립하며 풀리지 않을 경우 1주일 이상 계수조정소위가 열리지 못하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예산안 기한 내 처리는 불가능해진다. 결국 한나라당은 원내에서 민주당 등 야당들은 원외에서 투쟁을 하며 정국 경색만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민주당과 야당은 전면적인 무효투쟁 선언과 함께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 심사 및 민생법안 처리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김용덕ㆍ박보영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기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날 부터 야당은 진보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대대적인 대여(對與) 장외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당시 발생한 '촛불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여야 대치가 내년 총ㆍ대선과 맞물리면서 대립각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비준안 날치기 규탄대회'를 갖고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손학규 “정권교체 통해 바로잡을 것”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를 막지 못한데 대해 제1야당의 대표로서 사죄의 뜻을 밝혔다.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손 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어제(22일) 우리는 민주주의의 죽음을 봤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또 의회쿠데타를 저질렀다”며 “국익이 빼앗긴 FTA, 이익의 균형이 깨진 FTA, 경제주권이 침해당하는 FTA, 이런 FTA를 한나라당의 일방적 강행처리에 저희가 이를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해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기습날치기는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망동이었다”며 “비공개회의까지 하고 몰염치한 처사였다”고 비난했다.


손 대표는 “저희가 FTA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하며 “이명박 정권에 재협상으로 이익균형의 깨진 것을 재재협상으로 바로 잡으라는 것이었고 10+2라는 구체적 협상안을 내놓았으며 정 안되면 ISD만이라도 폐기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이 ISD문제점을 인정하고 비준발효 후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한 것 여기에 대해서 양국간의 문서로 합의해달라고 했다”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또한 “어떻게 해서든 합리적인 처리, 합리적인 국회운영을 시도했고 예산안을 제대로 심도 있게 심의하고 순조롭게 진행돼 와서 올해에는 민생예산을 제대로 챙기자고 의원들도 의욕에 차 있었다”며 “그런 가운데 계수조정소위가 열리는 (실제적인) 첫날 기습처리를 했다”고 한나라당을 규탄했다.


이어 “한마디로 어제 날치기는 무효다. 한미 FTA 비준 저희는 전면무효를 선언한다”고 밝히며 “이제 무효화 투쟁이 나설 것이다. 저희는 무효화투쟁을 통해서 한미 FTA 재협상을 관철하고 이것이 지금 되지 않는다면 총선을 통해서 우리가 국회 다수 의석을 통해서 FTA 재협상을 관철할 것이며 내년도 정권교체를 통해서 FTA 재협상을 관철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부터 비준 전면무효화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대여-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아울러 “농민과 농업과 농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우리의 경제정책이 한미 FTA 재협상 요구의 기조”라고 강조하며 “허가특허연계제도로 인한 제약산업의 피해 등 피해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부득이한 선택"


한편 한나라당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처리와 관련해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비준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먼저 국민 여러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그러나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의 당리당략을 위한 반대 때문에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국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변인은 “한미 FTA는 국가경제와 국민민생을 위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안건이었다”며 “더구나 민주당이 그토록 반대하는 투자자-국가소송조항(ISD)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체결한 것으로써 민주당은 당시 이 조항을 이미 결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바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민주당은 야권통합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목적과 내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당리당략적 목적으로 한판 정치 쇼를 벌이려는 낡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며 “그래서 민주당은 터무니없는 생떼를 쓰면서 국회를 마비시켜왔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동안 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이러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를 요청하는 많은 의원들이 있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끝내 당리당략적 목적 때문에 대화와 타협을 거부했던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 하에서 매년 15조원의 기회비용이 발생되는 국가적 손실이 눈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직권상정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여당의 부득이한 선택에 대해 많은 현명한 국민들께서는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앞으로 한나라당은 국가와 국민들의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李대통령, 29일 비준 서명할 듯


한미 FTA 강행처리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 한 듯 정부의 후속 조치가 빨라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오전 8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FTA)후속 조처를 신속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어제 (한.미FTA)통과됐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본격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며 "정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들에 대해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히 챙겨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농업 부문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며 "피해를 보상한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이를 계기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농업도 수출산업"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회를 잡아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면,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국민적 단합을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오는 29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협정서에 비준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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