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

최형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1-12-05 12: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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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눈물'

“‘여보, 만약 사고를 냈을 경우에 꼭 기억해요. 내가 가장 사랑하고 걱정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어떤 부인이 운전이 서투른 탓에 급기야 사고를 내고 말았다. 부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 운전자에게 변상을 해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차 앞바퀴가 찌그러진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틀 전에 새로 산 차를 찌그러뜨려 놓았으니 남편 볼 낯이 없었던 것이다.


보험회사 직원은 사고보고서를 적기 위해 면허증과 보험증서를 요구했다. 그녀는 필요한 서류가 들어 있는 봉투를 운전석 옆 사물함에서 꺼내고 있었다. “이것은 남편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만든 서류를 담아둔 봉투예요.”


그런데 꺼낸 서류를 보다가 다시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보험회사 직원은 서류 제일 앞장에 커다랗게 적힌 글씨를 보았다. ‘여보, 만약 사고를 냈을 경우에 꼭 기억해요. 내가 가장 사랑하고 걱정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부부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영화에 필요한 다양한 구두를 제작하던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카메라 앞에서 구두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배우들을 보고 착용감이 뛰어난 구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는 좋은 구두를 만들기 위해 첫 단계로 모든 고객의 발 모양을 조사했다.


그 결과 배우들의 20%가 평발, 45%는 티눈, 굳은살, 구부러진 발톱 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배우들의 단 1%만이 정상적인 발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는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마침내 최고의 구두를 탄생시켰다.


페라가모 구두를 사랑하는 이들은 그의 숨은 노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그의 구두를 신는다. 인간의 육체적인 고통을 잘 알아주는 것도 이렇게 찬사를 받는데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는 일은 또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겠는가?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은 정상적이지 않고 삐뚤어지고 어그러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것처럼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호주에서 생긴 일이다. 어느 날 어부가 자신의 그물에 걸려 죽게 된 백상어를 발견하고 즉시 풀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 백상어가 바다로 나갈 때마다 그의 배를 따라 다니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생선들이 놀라 도망갈 수밖에 없었고 고기잡이는 어려워지게 되었다.


멸종위기의 백상어 보호법 때문에 다른 강압적인 방법을 행사할 수도 없었고 어부는 어느 날부터인가 그를 따라 다니는 백상어에 대한 애정이 생기게 되었다. 가끔 수면 위로 올라오는 그 상어를 쓰다듬어 주는데 상어는 이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공격성으로 유명한 백상어도 애정을 보이는 어부에게 애정으로 화답하는 것을 보면 짐승들도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는 대상에게 존경을 보내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인간이 동물을 사랑해주면 이에 동물은 존경으로 화답하기 마련이다. 박목월 시인은 유안진을 평가하며 시는 좋지만 훗날 쉽게 포기할 것을 염려하여 문단에 추천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여성들은 주부로 돌아가면 문단으로 돌아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여류시인 유안진을 유명하게 만든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문학사상’이란 잡지에 펑크 난 원고 대신 실린 것이라고 한다. 어려운 살림 걱정을 하던 그녀가 우연히 손 댄 수필 한 편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이 수필은 80년대 독자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양하고 폭 넓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정서와 용기를 주는 그녀의 글은 사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잡지의 필자 한 명이 펑크 낸 원고를 대신해서 하룻밤 만에 쓴 이 글이 발표되자마자 당시 장안의 화제로 부상했다. 학생들은 이 글을 암송했고 이 글을 담은 공책이나 책갈피 및 책받침이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내 학창시절에도 이 글이 적힌 책받침을 즐겨 사용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녀는 아직도 어려운 시절을 기억하며 어려운 이들을 돕는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희망을 갖고 싶었고 또 그 희망을 공유하고 싶었던 그녀의 바램처럼 우리도 모두 훈훈함을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 마음껏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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