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김정환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가 도를 넘어 나라 전체가 악취로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측근들이 권력을 손에 쥐고 흔들다가 몰락하고 있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이에 최근 돈봉투 사건 배후에 드러난 이들의 행태와 최측근의 줄구속으로 재기 불능에 빠져들며 철저하고도 참혹한 모습을 드리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고 휘둘러온 영일대군 이상득 의원부터 MB의 멘토라고 일컬어졌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친이계 거물인 박희태 국회의장 등은 본인 및 측근들의 비리 등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쓰러지고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 마저 비리로 이어진 여권 내부 친이계 추락 속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상득 의원, 최시중 위원장, 박희태 의장의 비리 공통점과 쟁점은 바로 정권 실세이자 돈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실세들 비리가 돈으로 연결되며 돈줄 역할을 한 기업인들도 줄줄이 끌려오고 있다. 검찰의 정권 실세 비리 수사가 재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이상득 의원, 최시중 위원장, 박희태 의원 등 MB 최측근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연루된 기업인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12월 대선 앞두고 뿌려진 돈봉투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위원장, 박희태 의장, 이재오 의원 등은 모두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들은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집단, 동교동계나 상도동계 같은 어떤 동맹적 입장을 갖고 뭉친 것은 아니었지만 목적은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로 모아졌다.
결국 정치적 이념 보다는 정치적 이해집단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친이계 전반의 모임 성격이 강했다. 더욱이 이들은 대권을 향해 총력을 쏟았고 대권을 거머쥐면서 연대를 하나 싶더니 대립하며 갈등을 보이곤 했다. 이에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등도 개국공신으로 분류 되며 힘을 받았지만 결국 권력다툼에서 밀려나면서 친이 소장세력로 흡수돼 반발과 함께 극심한 내분 중심에 서게 된다.
여기서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의원의 대립도 본격화 된다.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의원은 2011년 5월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정적으로 갈라선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상득 의원은 이병석 의원을, 이재오 의원은 안경률 의원을 각각 원내대표로 밀었다. 하지만 끝내 친이 후보 사이의 단일화는 무산되면서 두 사람의 대립은 극에 달하게 된다.
이렇듯 친이계들의 논란이 거듭되며 현재까지 이르게 된 시점에 급기야 최근에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터졌다. 어떻게 보면 여권 내부의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크다.
이는 2008년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가면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당시 한나라당은 친이계의 당 대표가 필수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희태 대세론은 친이계 전반의 공통분모로 기획됐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집권 초기 친이계의 강력한 친정체제 힘이 필요했던 청와대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여기에 최시중 위원장도 각종 비리와 추문에 휩싸이며 휘청거렸다.
이상득 의원과 서울대 동문인 최시중 위원장은 1970년 무렵부터 ‘청년 이명박’을 알았고 이 대통령이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문한 1992년 이후 이상득 의원과 함께 대권 준비를 하며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박희태 대표 만들기에 이상득 이재오 직접 나서
당시 박희태 캠프는 이상득 세력과 이재오 세력들이 장악하며 힘을 모으고 대표를 만들기에 몰입했다. 좌장과 상황실장은 친이재오계인 최병국 의원과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맡았다.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으로서, 서울 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건네도록 구의원들에게 현금 2천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병용 위원장 역시 친이재오계로 이 의원의 최측근이다. 이런 친이계가 힘을 모았다.
다시 말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전당대회 과정에서 박희태 대표를 만들려는데 쉽게 풀리지가 않았다. 정몽준 의원의 추격이 시작된 것이다. 친이계들은 대표직을 따내기 위해 유·무형의 자산을 최대한 결집시켜야 했다. 결국 돈봉투가 나타나며 살포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당대회 돈봉투 문제를 폭로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고승덕 의원도 마찬가지로 세력 중심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다.
이에 고 의원의 지역구는 서초을로 박희태 국회의장의 먼 친척인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박 의장이 지원하고 있는 곳이다. 결국 총선 공천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되자 고 의원은 칼을 빼든 것이다. 이어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돈봉투를 뿌리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박희태 캠프의 내부 문건도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서울과 부산 지역 38곳의 현역 의원들과 원외 위원장들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명시돼 있다. 돈봉투 준비와 살포를 맡은 비밀 선거사무실이 당시 박희태 캠프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정치권에 돈 바친 기업 5-10곳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의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에 박희태 캠프의 재정지출·자금집행 내역과 돈봉투 전달 지시 여부 및 경위 등에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 우선 검찰은 돈봉투 자금의 출처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박 전 의장이 돈봉투를 뿌린 게 사실이라면 어디서 돈이 나왔냐는 게 관건이다.
이에 검찰은 기업에서 돈이 나왔다는 기업 자금 루트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문병욱 라미드그룹(옛 썬앤문그룹) 회장을 소환해 박 전 의장과의 의심이 깊은 자금거래 사실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전대 당시 박희태 캠프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문 회장 자금이 박 의장 측에 유입된 단서를 포착한 것이다. 특히 검찰은 문 회장이 박 전 의장에게 건넨 돈은 전대를 앞둔 시점에 박희태 캠프의 재정 담당이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의 계좌에서 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검찰은 문 회장의 돈이 박 전 의장의 경선 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원과 당협 간부 등에게 전달된 돈이 문 회장 돈인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조사에서 문 회장은박 전 의장에 유입된 자금과 관련해 변호사 선임료일 뿐 전대와는 관련이 없다는 진술을 했다. 검찰은 문 회장 외에도 전대에서 한나라당에 돈을 건넨 기업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전대에서 박 전 의장과 선거 공조를 했던 공성진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공성진 캠프도 몇몇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지원받아 상당부분 많은 돈이 뿌려진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결국 검찰은 전대 후보를 겨냥한 기업들의 전방위 로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특히 전대의 자금지원 공세가 있었는지 여부에 조사 중이다.
이 결과에 따라 재계에 돈 봉투 살포 사정 한파가 몰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당을 포함한 정치권에선 최소한 5개 이상 또는 10개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후원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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