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김정환 기자] 이재용이 지난달 29일 독일로 출국했다. 출국목적은 헬무트 판케 BMW 회장과 BMW사의 경영진을 만나기 위해서다. 느닷없는 이재용의 출국을 두고 재계에서는 그 목적에 대해 말들이 많다.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서부터 후계구도와의 연계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재용은 독일에서 BMW를 방문해 CEO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대표이사를 만난 후 지멘스를 방문해 피터 뢰셔 대표이사를 만날 예정이다. BMW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에는 삼성SDI의 기술력이 녹아져 있다. 삼성SDI와 독일 기업 보쉬의 조인트벤처인 SB리모티브에서 BMW에 자동차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고 있는 것. 또 BMW 독일 본사에는 BMW·삼성 테크 데이도 매년 개최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사장은 BMW·지멘스 경영진과 만나 최근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삼성에서 만든 자동차용 전자부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구매 등 의사타진을 하려 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재용 사장은 자동차용 전자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박상진 삼성SDI 사장과 이진건 SB리모티브 부사장을 함께 동행했다.
◆실제로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그러나 삼성 일각에서는 이재용 사장의 이번 방문목적이 자동차용 반도체보다는 연료전지와 친환경 배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멘스는 독일 기업 중에서 물산업과 연료전지 산업 등에서 세계적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재용 사장은 BMW와 지멘스의 대표이사들과 만나 자동차용 반도체와 전장 전자제품 등의 판매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겠지만 자동차용 배터리와 연료전지가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이재용 사장이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 분야 중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분야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0년 5월 10일 이건희 회장은 승지원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향 후 10년 동안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친환경 및 건강증진 사업에 23조3000억 원을 투자해 집중 육성한다는 내용의 '비전 2020' 확정했다. 이 중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는 이부진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 사장이 담당하는 것으로 업무영역이 정해졌다.
이에 이재용이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 경쟁에서 동생 이부진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의 미래 전략사업 중 나머지 부분을 맞아 최소한 이부진 수준 이상으로 성공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이재용이 선택한 분야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분야이고 독일로 날아간 이유는 자신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을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 전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친환경 전지기술은 20세기 반도체·IT기술 못지않게 시장성이 어마어마한 분야다. 지식경제부 산하 스마트그리드 사업단의 김재섭 단장은 “지구온난화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될수록 신재생·친환경 에너지로 만든 전기에너지가 보편적으로 쓰여질 것”이라며 “그 중 핵심이 바로 대형 친환경 배터리 기술”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태양열, 지열, 수소, 소수력, 하수열 등으로 전기를 생성한 후 이를 대형 연료전지에 저장해 산업과 가정에서 동력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용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의 성능과 효용성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다. 그러므로 연료전지와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 대한 국제적 주도권을 삼성에서 확보할 수 있다면 이건희 사후에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부진의 신수종 사업
삼성그룹은 지난해 2월 25일 바이오 제약 서비스업체 중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퀸타일즈와 자본금 3000억 원 규모의 조인트벤처를 구성했다. 그런데 이 법인의 지분구조를 보면 퀸타일즈가 10%를 갖고 삼성물산 10%, 삼성에버랜드 40%, 삼성전자 40%로 구성돼 있다.
결국 삼성그룹이 자본금의 90%를 책임지는 삼성 계열사인 셈이다. 이 법인에 참여하는 삼성 계열사들중 삼성물산에는 이부진이 상사부문 고문이라는 직함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삼성에버랜드에는 경영전략 담당 사장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도 지분의 40%를 가지고 있지만 바이오 사업의 경우 이재용 COO 사장이 아닌 이건희 회장이 이부진에게 힘을 실어주며 직접 관장하고 있다.
결국 퀸아일즈와 설립한 바이오 벤처기업은 이부진이 지분 90%를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김태한 삼성신사업추진단 부사장은 “지난 2008년 초부터 에버랜드의 바이오 전문 인력들이 공동으로 바이오제약사업을 기획하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2009년 감사보고서 매출액 수준을 보면 삼성에버랜드는 1조7264억 원인 반면 삼성전자는 154조6300억 원에 달한다. 매출규모에서 77배나 차이가 나는 회사가 동일한 자본을 투자했다면 이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에 비해 77배나 더 많은 투자를 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김 부사장은 “이는 삼성그룹 미래성장동력에 대해 삼성에버랜드가 보여준 적극성과 열망의 크기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의 열망은 곳 이부진 경영전략 담당 사장의 의지라는 것이 에버랜드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는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사장이 고문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10%의 지분을 참여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는 농업용·식품용 사업을 진행하며 바이오 관련 기술과 전문 인력 등 노하우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바이오제약 사업에 대한 사업적 연계성이 가장 높은 계열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부진이 주도하는 바이오기업은 임상실험 플랜 전문업체인 퀸타일즈의 플랜에 따라 삼성에버랜드의 자본으로 복제약 등을 제조하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만들어 낸 상품들은 이부진 사장이 고문으로 있는 삼성물산의 상사부문에서 마케팅과 수출을 책임지는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부진에 의해 컨트롤되는 이곳에서는 복제 약의 위탁생산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복제 약의 위탁생산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이 확인된 바 있다. 이와 관련 AnC홀팅스 최종원 회장은 “복제약 위탁생산기업”이라며 “세계 유수의 신약 업체들이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인정하고 한국 기업으로 위탁생산 계약을 하러 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의 바이오산업을 이부진이 맞게 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COO사장이 일순 긴장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0년 비전 2020을 확정하는 자리에서 바이오산업을 특히 강조하면서 “바이오제약은 삼성의 미래 산업이므로 사명감을 갖고 적극 추진하라”고 특별 지시했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에버랜드에서 주도하고 있었던 것. 이와 관련 삼성그룹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미래 신사업 투자를 결정하기 전 바이오를 이부진에게 주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리고 바이오제약 산업에 대한 특별지시도 이부진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비전2020을 결정하던 2010년은 이부진이 호텔신라 전무시절 루이뷔통을 인천공항 호텔신라 면세점에 입점 시키고 삼성에버랜드의 식음료사업의 혁신을 이끌어 내면서 호텔신라의 대표이사 사장, 삼성에버랜드의 전략기획 담당 사장, 삼성물산의 상사부문 고문 직을 쟁취하던 해였다.
이부진 사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 미래성장 사업 중 바이오 사업권 확보를 요구했고 이 회장이 이를 허락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2009년 이부진이 호텔신라 전무 시절 삼성에버랜드에 입성할 때와 빗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4월 삼성그룹의 모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을 챙기고 삼성에버랜드에서 레이싱을 즐기며 소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버랜드가 식음료 사업 등 일부 사업부문에서 소비자들에게 자자한 원성을 듣는 등 경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당시 삼성에버랜드 경영진에게 진노했었다. 이에 이부진이 당시 호텔신라에서 추진한 식음료사업의 혁신과 성과 등을 설명하며 삼성에버랜드의 구원투수를 자청했고 이건희 회장이 이를 흔쾌히 허락하면서 삼성에버랜드에 입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 입성 전 이부진은 미국 디즈니랜드 등 세계 유수의 테마파크 놀이공원을 섭렵하면서 에버랜드에 대한 안목을 키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삼성에버랜드 입성이 이부진 사장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바이오제약 사업권의 확보 과정에서도 이같은 치밀한 기획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삼성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2002년까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으로 제직했었던 김용철 변호사는 “이부진 사장이 절대 만만한 성격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서현 이야기
한편 이서현 부사장도 포스트 이건희 시대 신수종 전략사업에 대해 큰 행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서현 부사장의 행보는 패션을 중심으로 전자재료, 화학 분야로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서현이 진행하고 있는 신수종 전략사업은 남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담당해오고 있었다. 김재열 사장은 제일모직 사장 시절부터 페터잉소재, 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제일모직의 전자재료 업을 주도해 왔다. 이에 이서현 부사장은 남편 김재열이 제일모직 사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이직한 이후 비전2020에서 규정한 신수종 전략사업 중 남아있는 LED사업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서현의 행보는 이재용, 이부진에 비해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와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서현이 후계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등장 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이재용, 이부진에 비해 다소 처지는 감이 있지만 이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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