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통신시장‘갑-을’뒤바뀌나…SKT vs 삼성전자, 달라진위상

김민호 / 기사승인 : 2012-03-19 13: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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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민호 기자]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불고 있는 제4의 물결은 스마트 물결로 요약된다. 무선통신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환경은 정치, 교통, 교육, 시장질서 등 다양한 분야의 변혁을 부르고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그런데 정작 스마트 대한민국의 기초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는 무선통신업체들은 사회적 변화의 바람도 외면한 채 구태만을 반복하고 있다.


<일요주간>은 대한민국 통신환경의 변화와 통신시장의 밥그릇 싸움의 현상을 취재했다.


2010년 이후 대한민국 사회의 발전을 이야기하자면 한마디로 스마트 혁명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시리즈가 한국 이동통신 기기 시장을 석권하면서 시작된 스마트혁명은 민주통합당에서 도입한 모바일 국민경선제, 스마트폰으로 교통요금과 물품판매대금을 결제하는 스마트 카드, 정품의 양주와 명품 등에 RFID를 적용해 스마트폰으로 정품여부를 실시간 확인하는 RFID 시스템, 친구찾기 시스템은 대한민국을 스마트혁명으로 몰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4G라고 불리는 LTE폰이 상용화 되면서 스마트폰으로 TV시청이 가능해지면서 모든 문화생활에서도 스마트 혁명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같은 스마트 혁명의 중심은 결국 무선통신 기술이다. 가짜양주를 실시간으로 가려내는 RFID 서비스와 스마트폰으로 구현되는 선불제 교통카드 등 일부의 경우 50m 이내의 단거리 통신 기술로 구현 가능한 서비스도 있지만 대부분이 모바일 인터넷 망을 통한 전국망 통신서비스다.


결국 스마트혁명은 무선통신 기술의 발전을 전제로 한다. 대한민국의 무선통신 산업은 KT, SKT, LG U+등 이동통신 3사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동통신업계의 불필요한 밥그릇 싸움,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에 대한 뒷북 대응 등으로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스마트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현재 KT, SKT, LG U+ 3사가 나눠먹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 사업자의 추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통업계 “지난해 우리가 장사 제일 잘했다”


3월 2째 주 통신업계에서는 때 아닌 순위 다툼이 벌어졌다. SKT과 KT가 서로 “지난해 유무선 통신서비스 1위 업체는 바로 나”라며 서로 우기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하성민 SKT 사장은 CEO와 구성원의 3년 약속 행사에서 “2011년 유무선 통신서비스 대표영역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SKT은 지난 2009년 유무선 통신 서비스 대표영역 1위를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SKT는 지난해 투자와 마케팅으로 KT와의 매출격차를 꾸준히 줄여나간 결과 목표수립 3년째인 지난해 통신관계사들(SK브로드밴드, 브로드밴드미디어, SK텔링크)의 순수 통신서비스 매출액이 총 13조 4,990억 원(내부거래와 단말·부동산·전용회선·SI 매출 제외)으로 매출 13조 3,602억 원을 기록한 KT(KT파워텔 추정치 포함)를 제치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KT는 자사의 지난해 통신 매출이 13조 3,602억 원이 아닌 14조 6,778억 원이라며 SKT의 1위 탈환 주장은 허위라고 즉각 반박했다. 더구나 자 사의 미디어 분야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 매출을 더하면 총 15조 1,000억 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무선통신서비스 대표영역 1위를 선언한 하성민 SKT 사장에 대해 “이번 발표는 통신업계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의도적 왜곡에서 비롯된 수치를 외부에 제공하는 것은 통신산업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그런데 통신업계의 특성상 특정 업체가 매출 1위 사실을 언론과 국민들에 의해 인정받는다고 달라질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통신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처럼 두 회사의 전혀 의미 없이 원색적 비난까지 서슴지 않은 매출 1위 공방이 서로 간에 감정만 상하는 소모전으로 발전한 양상이다.


특히 SKT과 KT 간 유무선통신 서비스 매출액 산출기준이 서로 다르다. SKT은 단말기와 통신SI를 순수 통신매출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매출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SKT의 이같은 기준에 대해 KT는 IT서비스성 사업을 부조건 배재하는 것은 토털 솔루션 형태로 융합화하는 스마트 시대의 사업환경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전용회선 역시 통신 서비스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유무선 통신서비스 매출에 대한 SKT의 주장(13조 3,602억 원)과 KT의 주장(14조 6,778억 원)에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같은 기준의 차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KT의 주장과 SKT의 다툼은 같은 물체의 길이를 인치(inch)와 센티미터(㎝)로 측정한 후 서로 자신의 수치가 맞다고 싸우는 것과 같이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통신시장의 위치, 갑과 을이 바뀌었다.


통신서비스는 통신기기와 통신망 서비스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통신업계는 이동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들 간 갑-을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그런데 오는 5월부터는 통신사와 통신기기 제조업체 간 갑·을 관계가 완전히 청산된다.


통신기기 통신 방식이 폐쇄형 식별제도에서 유심 칩만 갈아 끼우는 개방형 식별제도로 바뀌면서 통신서비스 회사와 통신기기를 소비자가 입맛대로 고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제도의 실행으로 통신사는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에 대한 지배권을 강제로 포기하는 셈이다.


그러나 개방형 식별제도 시행이 이동통신 3사 입장에서 악재가 아닌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이동통신 단말기가 기존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로 사실상 양분되면서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제조업체들에 대해 갑의 위치에서 을의 위치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휴대폰 리서치기업 마케팅인사이트는 최근 발표한 요동치는 이동전화 시장 보고서에서 “시장의 무게 중심은 통신사에서 휴대폰 제조사로 옮겨가고 있다”며 “단말 하나가 시장 전체를 좌우하면서 제조사 명운도 소수 단말기 성패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 통신사 담당 임원은 “갤럭시S3, 아이폰5 출시 일정을 알고 싶다. 요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통신사에 제품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며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출시가 임박해서야 망연동 테스트용을 간신히 받게 된다. 단말기 준비가 다 돼도 제조사에서 출시하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 폐쇄형 식별제도를 통해 통신 단말기 제조업체와의 관계에서 갑의 위치를 마음껏 누리다가 그 위상이 변화될 때를 기점으로 개방형 식별제도를 도입을 통해 관계를 청산했다는 것이다.


공짜 서비스 등장


또 이동통신업체에 대한 도전은 스마트TV, MVNO서비스, 카카오톡, 공짜음성서비스 등 다양화된 무료서비스가 있다. 특히 LTE 서비스시대가 열리면서 무료음성통화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첫 시작은 LG U+가 열었다. LG U+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세안플라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LTE망을 통해 음성통화와 문자전송을 하는 VoLTE 기술을 시연했다.


최택진 LG U+ 네트워크기술부문 상무는 “지난해 말 품질 분석을 끝마치고 지난달부터 현장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며 “기존 모바일 인터넷전화와는 차원이 다른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상철 LGU+ 부회장은 “통신 요금이 비싼 것은 음성통화와 데이터 통화 요금을 따로 받기 때문”이라며 “음성을 데이터화해 처리하면 요금을 더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통신 3사는 통신망 자체만을 관리하고 실질적인 영상, 통화, 문자, 데이터 서비스 사업은 중소기업 협력업체에서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도전


또 삼성전자가 LTE 기술을 전제로 통신 서비스에 거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첫 번째 도전은 스마트TV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스마트TV와 관련 KT와 법정 소속 직전까지 가는 갈들을 빚었다. K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10일 삼성전자 스마트TV 서비스 접속을 중단해 버렸다.


이에 삼성전자는 KT의 서비스접속 차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일단 이 갈등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강제성 있는 중제로 봉합됐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접속 제한 조치가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같은 사안에 대해 마음대로 접속 중단과 접속비 청구를 하기 힘들어졌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스마트TV에 이어 삼성 갤럭시 카메라를 준비 중에 있다. 삼성전자가 준비하는 이 카메라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무선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기술이다. 고객은 이 카메라를 가지고 카카오톡을 하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별도의 컴퓨터나 스마트폰 접속 없이 이메일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공유가 가능하다.


디지털 카메라를 쓰면서 안드로이드 마켓 등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예컨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카카오톡를 하고 찍은 사진을 이메일이나 SNS로 공유할 수 있다. 이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카메라가 무선 이동통신망을 통해 삼성전자의 이동통신 서버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카메라도 스마트TV처럼 기존 무선 이동통신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통신사의 수익구조는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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