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박봉민 기자] 또 하나의 가족이 죽었다. 반도체 전자산업 전체로는 63번째, 삼성전자ㆍ전기에서만 55번째이고, 삼성반도체 단일 업체로도 벌써 32번째 죽음이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만 32살의 꽃다운 젊음이 늙은 부모의 가슴에 한을 남긴 채, 어린 두 아이의 가슴에 그리움을 남긴 채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후 악성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해온 이윤정 씨가 7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97년 고등학교 취업반으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으며 이후 6년간 고온테스트 공정에서 근무를 해왔다.
<반올림>에 따르면 고인은 근무하는 동안 고온에서 타버린 반도체 칩의 검은 연기를 흡입했으며 벤젠 등에도 노출이 되어 왔다. <반올림>은 삼성의 무성의함을 지적한다.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종란 노무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례를 포함해 삼성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거나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삼성의 무성의를 강하게 질타했다.
고 이윤정씨의 사례와 관련해서는 “투병과정에 삼성 측에서 대화 시도 같은 것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초기에 산재신청을 하지 않으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 현재 정확한 멘트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족들에게 그런 취지의 말을 했고 하지만 산재처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산재신청을 했고 그 뒤로는 따로 연락 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 측에서 도의적 책임 등에 관한 언급 같은 것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다. 고 이윤정씨가 2010년 7월에 산재신청을 했다가 2011년 2월에 불승인된 후 그 해 4월에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여기에 삼성이 보조참고인으로 참여를 하면서 이것이 개인 질병이라는 주장을 아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삼성의 행태를 힐난했다.
이 노무사는 “실질적으로 삼성과 소송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작년 4월에 소송 접수 후 1차례 변론이 있었고 그 후로는 한 번도 변론이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법원에서는) 여러 기관에 사실 조회 등의 사유로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당사자의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데도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에 대해 “피해자가 너무 많은데 삼성에서는 단 한 마디 사과도 없고 이것에 대한 대책이나 이런 것도 없고 산재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례 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삼성에서는 모두 개인질병이라는 주장만 펼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삼성전기와 전자에서 55명이나 돌아가셨고 이들이 모두 2~30대의 젊은이들이다. 이것이 어떻게 직업병이 아닐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아울러 “삼성이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유족에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행정소송 개입을 철회하고 산재인정을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명복을 빈다”는 입장만을 밝혔을 뿐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회사 입장에서도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고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삼성이 관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삼성 측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삼성은 단지 보조참고인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 이윤정씨의 투병 초기에 삼성 측에서 산재신청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보상 등의 제안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삼성에서 근무하다 병을 얻어 산재청구를 하는 이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산재는 저희가 판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대답을 피했다. “산재 등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삼성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이들이 투병하고 사망에까지 이르는데 삼성이 회사차원의 공식적인 조문 등이 없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전직 동료로써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재직 중이셨던 분들에 대해서는 동료분들도 조문을 가고 회사차원에서도 적절한 무언가가 있겠지만 퇴직한 후 10~20년 된 분들에 대해서까지 회사 차원에서 조문을 다 갈수야 있겠느냐”고 대답했다.
하지만 “재직 중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회사차원의 공식 조문이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볼 일이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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