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분리 100일 농협 '끊이지 않는 잡음' 누구를 위한 MOU인가

이 원 / 기사승인 : 2012-06-18 12: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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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농협 MOU '현대판 노예계약' 논란 이어져
▲ 지난 12일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이어진 파업 투쟁 현장ⓒ전국금융노동조합 농협지부
[일요주간=이 원 기자] 13일, 서대문에 위치한 NH농협중앙회(이하 농협) 본사 앞은 농협 노조의 ‘농협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MOU) 체결’에 반발,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신·경 분리 100일째를 맞이한 노조는 MOU가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했으며 이는 일방적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농협노조는 지난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정으로 전체 조합원 1만5,615명 가운데 96.1%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파업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노조는 두 달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8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거대조직 농협이 ‘총파업 불사’를 선언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농협조직의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에서 문제점은 시작된다. 당초 오는 2017년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신·경분리가 예정된 상황에서 무려 5년이란 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정부는 부족 자본금 출연(5조원)을 ‘보조금 지원’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농협법 제9조2항(국가가 농협중앙회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필요한 경우 경비를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농협에 부족 자본금 출연 ‘보조금’ 지원도 이행하지 않은 채 농협과 주관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의 ‘경영개선 이행 약정서’체결만을 요구하고 있어 농협사측과 노조, 정부 간 불씨가 재점화되기에 이르렀다. 농협 노조는 신· 경분리 이후 지난달 체결된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로 자율성 침해는 물론 사업구조개편등을 통한 구조조정까지 자행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14일)아무런 타협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시간이 지채시키고 있다. 노조는 인사, 조직, 자회사 매각 등 애초 MOU에 담겨 있던 조항을 내세운 정부의 ‘관치금융’을 통한 구조개편을 철폐하라고 강조했다.

▲ NH농협 나동훈 노조위원장이 '관치금융 철폐'를 외치며 본사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전국금융노동조합
농협-정부간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MOU)···과연 3백만 농민을 위한 일인가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농협 간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이 체결된 이후 노조와 야당의 반발은 거세졌다. 하지만 정부는 게의치않고 각 부문별 독립사업부제 강화 및 경영 효율화, 자체자본 확충, 조합지원사업 개선, 조합 출하물량 50% 이상 중앙회 책임 판매 등 5개 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전제 조건은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산은금융지주 주식(5,000억 원어치)과 한국도로공사 주식(5,000억 원어치)를 농협중앙회에 출자한 후 농협금융채 이자 8,000억 원을 향후 5년간 보전해주겠다는 것. 정부가 제시한 금융사주식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기관이라는 점이 농협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노조관계자는 “사업구조개편은 당초 우리(농협)가 원했던 것도 아니며 지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노조와 합의를 통한 MOU는 없다고 단언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MOU 체결에 찬성한 것은 ‘자율성 보장’이 전제됐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정부는 MOU를 내세워 정부부실채권을 떠넘기며 이자를 내줄 테니 약정대로 이행하라는 ‘현대판 노예계약’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국민과 법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정부를 힐난했다.

농협 노조 단독파업···금융노조-금산협 간 산별교섭 선행되야
협상 결렬 시 “‘관치금융’을 내세워 국회에 ‘농협 MOU 공론화’ 연내 파업 가능해


그렇다면 농협 노조의 이같은 독자적인 파업이 가능한 것인가? 지난 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산하 농협중앙회지부 허권 위원장은 정부의 관치금융 철폐를 내세워 단식투쟁을 이어가다 탈진, 그 뒤를 NH농협 나동훈 노조위원장이 대신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7월 중순 총파업을 목표로 정부와 사측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농협노조의 쟁의행위를 위한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아냈지만 농협의 단체교섭권은 금융노조에 있어 현 금융노조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금산협)간 산별교섭이 아직 합의점을 찾지못한 상황에서 농협 노조의 독자적 파업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에 농협노조는 금융노조와 함께 산별교섭의 합의점이 찾아지는 데로 단독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것. 노조 한 관계자는 “독자적 파업 단행으로 ‘불법파업’ 을 단행하진 않겠다” 며
“정부와 사측의 ‘현대판 노예계약’을 비난하기 이전에 금융노조와 금산협 간 산별교섭이 불발되더라도 교섭권을 이행받기 위한 금융노조와의 협의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노조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산협과의 산별교섭이 결렬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기간을 거치면 연내파업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농협 노조가 문제시 삼는 ‘관치 금융’을 내세워 국회를 통해 농협 MOU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단독 파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강행된 노조 천막농성현장에서 대치한 사측과 노조ⓒ전국금융노동조합 농협지부
신충식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돌연 사퇴...은행장 수행 순탄치 않아
사측 회추위 통한 외부인사 5명 추천...선정 과정 비공개, 오늘(18일) 선정


신·경분리체제 출범 이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NH농협은행장을 겸직해온 신충식 회장의 지주사 회장 돌연 사퇴를 선언한 이후 농협은 농협지주 회장 선정을 놓고 후보자 전원을 외부인사로 포진해 논란에 휩싸였다.

농협 노조는 신 전 농협지주 회장의 사의를 놓고 ‘금융 관치화’를 위한 음모라는 주장이다. 신 전 회장은 지난 12일 한국은행 62주년 창립기념 리셉션에 참석, 기자들에게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은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겸직의 한계를 느꼈다”고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신 전 회장의 사퇴로 현 정부관료 출신의 대규모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것을 우려했다. 정부와 농협중앙회 간 MOU 체결이 관치 금융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비난도 이었다. 노조는 지주 회장이 외부 인사를 통해 영입 될 경우 현 정권과 결속한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의 MOU 졸속 체결에 앞장 선 그가 농협금융지주의 부실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노조 관계자는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구성원을 비롯한 회장 선출과정 및 방식을 비밀에 부치기로 하면서 관료 출신 퇴물들을 낙하산 인사를 통해 농협 수장에 앉히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역시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수십명의 낙하산 인사를 경험한 농협이 또 다시 낙하산 인사를 조장하고 있다”며 동조의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신임 회장 후보로 거론 중인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태형 전 농협신용부문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며 이는 “최 회장이 농협 관치 금융을 진두지휘 하려는 태세”라며 농협금융지주를 힐난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임시이사회를 통해 선정한 회추위를 통해 오늘(18일) 차기 회장 경선을 갖는다. 그러나 이번 농협의 회장 외부인사 영입에는 정부도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경고한 바 있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경 분리를 내세운 농협중앙회의 새로운 출발에 낙하산 인사는 시대를 거스르는 행위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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