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은 지난 8일, 롯데그룹 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공급하는 업체인 롯데피에스넷(주)이 중소납품업체인 네오아이씨피의 ATM기 구동 소프트웨어 등의 핵심기술을 탈취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를 들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기술경쟁이 치열한 ATM 제조업체 간 기술유출 의혹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롯데피에스넷의 탈취 혐의가 드러나 이달 초 롯데피에스넷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 관련 서류일체를 수거했다.
네오아이씨피가 핵심기술 탈취를 확인한 시점은 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이 지난 5월 ‘CD/ATM 통합 유지보수를 위한 제안요청’을 들어 네오아이씨피를 포함한 롯데기공,LG엔시스, 청호컴넷에 공문을 보내왔다. 이후 입찰 참여를 결정한 업체들에 기존에 맺었던 CD/ATM의 유지보수계약과 달리 관련 기술의 소스 및 프로그램을 제공해야한다고 강요했다. 사실상 제조 및 생산, 개발까지 모든 핵심기술을 내놓으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에따라 네오아이씨피는 입찰거부를 밝혔고 핵심기술 유출이 뻔히 보이는 일을 할 수없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이후 롯데피에스넷이 자사의 핵심기술 소스를 탈취해 프로그램을 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네오아이씨피는 롯데피에스넷이 특정 업체에 ATM관리를 맡기기 위해 핵심기술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당하자 개발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기술을 탈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피에스넷이 특정업체와의 사전 담합이 확인됐다며 공정위에 관련 건을 제소한 상태다.
이에 롯데그룹은 “현재 경찰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고 필요한 경우 계약서를 근거로 법률적 대응도 고려중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지난 공정위 제재에 연이은 기술탈취 혐의까지 이어진 롯데그룹은 MB정권 내 승승장구하며 지난 3월 동반성장 중장기 로드맵을 포함한 ‘롯데 동반성장 보고서’를 발간으로 동반성장지수 최우수기업으로 등판하겠다는 의지가 과감하게 꺾이면서 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서는 현재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 시행에서 복잡한 기업구조를 갖고 있는 롯데가 결국 현대자동차 그룹에 이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복되는 대기업의 중기기술 탈취 자행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환경 필요해
이번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과 관련해 비단 ‘롯데그룹’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중소기술 탈취는 무자비하게 자행되어 이는 기술탈취는 물론 인력까지 이어져왔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중소기업은 인력과 기술을 대기업에 빼앗기면 결국 대기업은 협력사와 인력풀을 국내에서 찾지 못하고 해외에서 찾아야하는 형국이 올 것이라는분석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달 검찰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전무를 포함한 임원급 3명 등 총 4명, 협력회사인 YAS의 전무 1명 등 총 15명과 LG디스플레이와 협력회사인 YAS 등 2개 법인을 기소 처리한 바 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연구원 등을 통해 빼낸 기술은 OLED TV 생산을 위한 박막 생산 기술 및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십조원 대의 피해규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인력과 기술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체 내 인력부족으로 결국 중소기업에서 수혈받아 이는 결국 중소기업의 붕괴로 이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 환경이 조성된 기업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렇듯 대기업간 혹은 중소기업 간 잦은 기술 및 인력 유출을 놓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대기업은 IT인력난에 시달리면서도 투자에 소홀했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기업간 종속관계에 놓인 중소기업이 핵심인력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해 대기업으로 인력 및 기술 이동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기업이 생태계의 성장을 억압하지않기위해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생이 필요하다.중소기업의 기술을 대기업에 정당하게 이전, 대가 인 사용료를 지불하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것.
또한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이 필요로하는 제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해 납품하는 등의 기술협력 등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기술역량을 보유함으로써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올바른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동반성장’을 외치는 현 정권에서 핵심기술을 대기업에 빼앗기는 중소기업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간 올바른 생태계 조성이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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