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노정금 기자] 최근 들어 전자발찌를 찬 범죄자들의 재범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일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성폭력 전과자 서씨는 가정주부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했다. 서씨는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보호관찰 대상자였다. 이 사건이 일어나면서 전자발찌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자발찌’ 감시···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서씨는 성폭행 전과범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가 살고 있는 거주지까지 1km 떨어진 피해자의 집까지 이동해 범죄를 저질렀으나 어떠한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전자발찌는 2008년 9월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시행됐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은 자택에 설치된 가택감독장치에 의해 일정 범위 이상을 벗어나면 관계기관에 즉시 보고가 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제도는 위치추적 제도라고 설명한다. 이번 가정주부를 살해한 서 씨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보호관찰 대상자였으나 부착명령 기간에 특별하게 경보를 발생시키거나 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찌를 착용했음에도 범죄재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위치추적 등 기능에 그쳐 범죄 실행 시 검거나 범행 전 심리적 위축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제 범행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를 통해 성범죄자의 행적을 24시간 추적할 수 있으나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서울 광진경찰서 장성원 형사과장은 “발찌를 차더라도 그 사람에 대해서 24시간 전담해서 밀착해서 감시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며 “경찰 또한 범행에 대한 예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법원은 전자발찌 부착과 함께 외출제한이나 출입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며 “전자발찌를 착용하면 누군가 나를 감시한다는 압박은 받을 수 있어도 전자발찌가 모든 행동정보를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라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잇따른 전자발찌 착용자 범죄 재발
보호관찰관 1인이 약 8명의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
지난 2일 울산에서는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60대 여성의 집에 들어가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혔다. 또 지난 3월 서울에서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김모(36) 씨가 자신을 방송사 PD로 속여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려다 실패하자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되는 등 전자발찌를 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133명의 보호관찰관이 전국 1030명의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하고 있다. 보호관찰관 1인이 약 8명의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보호관찰관은 매달 평균 5회씩, 30분에서 1시간 동안 전자발찌 착용자를 만나, 재활노력 여부, 위치경로 파악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전자발찌 착용자의 실질적인 관리에는 역부족이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사실 인원이 부족하고 업무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일반 공무원과 달리 야간 출동 등으로 밤 11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전자발찌 채우는 것이 성폭력 근절하는 근본적 대책 아니다”
최근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을 소급적용하는 방안 등 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성 범죄자에게 지속적으로 성욕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까지 등장했다.
이는 사람의 몸에 강제적으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타 범죄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인권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성범죄자의 제재를 대폭 강화할 경우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게 된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측은 전자발찌 착용에 대해 “효과가 있다. 없다의 의견이 갈리는데요. 단기간의 효과는 볼 수 있다고는 생각은 하지만 제한적이고 임시적인 대책이라고 생각 한다”며 “전자발찌를 확대하고 더 많은 사람을 전자발찌 채우는 것이 성폭력을 근절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성폭력 근절에 대한 제시 방안은 “최근의 소위 화학적 거세나 전자발찌, 신상공개 확대 등에 법무부가 집중을 하고 있다”며 “반면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해자의 교정교육, 상담 등에서는 거의 예산투자가 없다. 외국의 경우 이런 곳에 예산이 많이 투입된다. 프로그램 개발 등에 많이 쓰이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그렇지 못하다”라고 현재 실정을 비판했다.
이어 “가해자 교정교육에 더 집중할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아무리 형량을 높여도 유죄 판결율도 낮고 성폭력 신고율도 낮은 편이다. 그래서 화학적거세, 신상공개, 전자발찌의 경우도 소수의 가해자들만 처벌을 받는 것이다”라며 “교정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되는 것 같다. 근본적 문제에 치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