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입찰 전부터 ‘대한항공 낙찰’을 기정사실화했던 대한항공은 충격에 휩싸였다. 670억 원의 입찰가를 써낸 대한항공 한국공항은 20억에 ‘유지보수업무’뿐만 아니라 ‘운영사업권’까지 넘어가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 사업권 경쟁은 인천공항급유시설(주)의 주인이 누구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공항 분할매각을 통한 ‘민영화의 우회로’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운영사업권’ 내놓은 급유시설 민영화
인천공항급유시설(주)의 주인을 놓고 줄다리기하던 양 사의 대결구도보다 담당부서인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공사가 ‘운영사업권’을 넘겼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95년 ‘건설교통부 항공기급유시설 민간투자사업 고시’를 통해 설립된 ‘인천공항급유시설(주)’는 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공항이 그 주인이었다. 나머지 34%의 지분은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유해왔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많은 투자비를 지출하는 위험을 피하고자 민간기업인 한국공항과 함께 ‘민간합동법인’을 설립해 이를 위탁, 수익금을 배분한 뒤 지난달 8월 13일 운영기간이 종료되면 정부가 직영하는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인천공항급유시설(주)를 결국 민간사업자 손에 넘기며 그 수익을 고스란히 그들의 손에 쥐어주겠다고 발표한 것. 인천공항급유시설(주)는 지난 10년간 연 평균 매출액이 약 227억 원, 영업이익은 79억 원, 매년 현금 수입은 연 평균 약 171억 원에 달하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지난 2010,2011년에는 각각 주주 배당금으로 40억을 지급해왔다. 대기업이 해당 사업에 눈길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급유시설 민영화가 반대에 부딪힌 현 정부가 결국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위한 첫 걸음을 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한항공 vs 아시아나
재벌그룹 공기업 팔아먹기 수단
정부는 급유시설 운영권 매각을 잠정 보류한다며 일시 연기하는 듯했지만 7월 30일 매각 강행의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결국 현 운영업체의 법인 청산을 불과 2주 앞두고 발빠른 입찰을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의 매매가격을 1,985억 원으로 책정, 인천공항공사에 이를 통보함으로써 그간
각종 시설 투자 등을 통한 탄탄한 사업체를 운영해온 인천공항급유시설(주)는 결국 민간기업인 아시아나 자회사 아스항공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40여명의 인천공항급유시설(주)의 고용승계 역시 문서화된 부분이 없어 문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그간 운영해온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항공’과 이번에 주인이 된 아스항공, 그 누가 주인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쟁점으로 떠오른 부분은 ‘운영사업권 민간위탁’이다. 실제로 인천공항 내 총 14개 시설의 소유권 및 운영권 가운데 급유시설 운영권 매각은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불씨를 지폈다. 재벌그룹에 공기업 팔아먹기 수단이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피해 고스란히 국민에게
인천공항급유시설(주) 사장은 대한항공 강영식 본부장이 겸직해왔다. 뿐만아니라 출근도하지 않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인천공항급유시설(주)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매년 1억5,000만원의 연봉을 꾸준히 가져갔다. 특히 매년 흑자를 내는 인천공항급유시설(주)의 기부금 대부분이 인하학원, 정석학원 등 한진그룹 산하 기관으로 집중돼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한 지난 2003~2008년엔 외국항공사에 시설 사용료를 책정금액보다 높게 받아 160여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다 적발되기도 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한진그룹’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막판 금호그룹에 빼앗겼지만 10년간 사업권을 쥐고 있던 대한항공이 입찰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것은 지난 7월 국토해양부 상임위원회에서 전 대한항공 임원인 인천급유시설(주) 박 모 상무의 발언이었다. 이미 입찰은 내정된 것이라는 것.
이후 이는 해당 직원이 퇴사하며 무마시켰지만 10년 전 당시 신규 사업자 선정에 3개월의 시일을 두었던 것과 비교해 입찰공고부터 신청까지 단 일주일에 기간을 둔 것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기위한 행위라고밖에 판단 할 수 없었다.
또한 정부의 매각 강행 이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발간된 ‘인천공항 민자시설 처분방안’ 연구보고서에서도 해당 시설의 소유 및 관리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들을 검토해왔음을 제시했다.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KDI가 공항급유시설(을 포함한 공항 내 민자시설)의 경우에는 업무의 성격상 민영화에 신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급유서비스 기능이 특정 기업의 통제하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작하지않아 기반시설에 해당하는 시설들과 공공성 및 보안유지가 강조되는 시설은 가급적 공공부문에서 소유 및 관리 및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하며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노동자 고용승계 “보장된 바 없다”
인천공항급유시설(주)가 아시아나로 관리운영권이 넘어가면서 약 40여 명으로 알려진 고용노동자의 고용승계에 대한 특별한 대책논의가 없어 문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직원들은 인천공항급유시설(주) 내에 고용돼 관련업무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직영이 아닌 민간위탁이 결정되면서 이들의 고용승계가 법적 보장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존에 직영으로 운영이 결정됐을 경우 인천공항에너지(주)와 같이 공항공사 내 자회사 편입 등의 형태로 고용승계가 될 것이라고 예상됐으나 민간위탁의 경우, 공항공사 내 타 아웃소싱업체들과 다를 바 없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은 물론, 노동조건의 후퇴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위탁의 문제점은 이미 지난 4월 국토해양부가 인천 공항공사 측에 보낸 문서에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국토부는 당시 문서에서 사업자 선정 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한다고 제시했다. ① 사용료를 사전에 확정 ② 초과 이윤 발생 시 환수 방안 마련 ③ 기존 민자회사의 고용승계 방안 마련 ④ 모든 항공사의 공정한 시설 사용 보장 ⑤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 및 관리·운영 상황에 대한 점검 강화 ⑥ 공공성 훼손 시 사업권 환수 방안 마련 등 6가지의 문제점을 시사한 바 있다.
해당 문서가 말해주 듯 직영이 아닌 민간위탁의 문제점은 이미 예견된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결국 이익을 창출해온 공공사업을 민간사업자에게 돌린 정부에 그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자사업화를 위한 전초전…특혜의혹 여전히 상존”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 조성덕 지부장은 인천공항급유시설(주)매각에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그는 “사업권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중 어느 쪽으로 넘어갔느냐는 중요한 것이아니다”라며 “그 동안 대한항공이 특혜의혹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아시아나 역시 재벌대기업으로 결국 인천공항의 ‘민자사업화’를 위한 전초전이 시작된 것임에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번 인천공항 매각작업은 전국 6개 공항급유시설 가운데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공사가 인수했거나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 최초 급유시설 매각을 통한 순차적 매각작업으로 ‘민자사업화’를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포공항의 경우 초기에는 한국공항이 급유시설을 건설, 운영했으나 전체적인 소유·관리는 한국공항공사가 전담하고 있다.
조 지부장은 현 인천공항 내 민자시설의 과도한 특혜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며 “기존 인천공항급유시설(주)도 당기순이익에 대한 높은 수준의 배당을 이어왔다”며 “결국 재벌 대기업으로 운영사업권까지 넘어가 합법적인 독점권을 이양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는 민영화를 위한 정당성을 찾지 못한 정부가 사업권까지 넘겨버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며 추후 지속적인 인천공항민영화를 반대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주민순 정책국장 역시 “(추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며)일단 아시아나 역시 민영화 민간투자사업으로 부분전환을 통한 공항 민영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각종 시설들을 민영화하는 것은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인천공항의 분할매각 즉 공항 민영화로 가는 시발점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재벌대기업으로 집중된 특혜의혹을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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