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안마사협회 회원들, “안마는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직업”

노정금 / 기사승인 : 2012-09-20 12: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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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한안마사협회 회원 2,000여명 안마사자격제도 합헌 기원 결의대회 열어
▲ 18일 대한안마사협회 회원 2,000여명이 여의도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안마사자격제도 합헌 기원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일요주간=노정금 기자]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 안마사협회 회원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사자격제도 합헌 기원을 위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전국안마사협회 회원들 2,000천여 명이 거리에 나와 안마사 제도를 “비시각장애인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안마는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직업”이라고 외쳤다.

이번 집회는 작년 10월 서울 중앙지법이 안마사자격제도와 관련한 의료법 제 82조 등이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의 선택을 제한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을 제청한 것과 올해 8월 안마사자격제도와 관련해 박모 등외 152명이 헌법소원을 제기, 헌재에 계류 중인 것의 합헌을 기원하는 행사다.

이날 이병돈 대한안마사협회장은 개회사에서 “99개를 가진 비시각장애인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시각장애인의 가능성과 희망인 안마업 마저도 빼앗으려 한다”며 “헌재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확인을 해줘야 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무자격 안마행위자들의 강력한 단속’과 ‘안마사의 3호 이하의 침 시술권의 보장’, ‘안마시술기관 운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저지른 범죄에 대한 사면’, ‘안마업권의 공공 부문에서의 완전 보장 및 안마원 육성 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다.

안마사제도는 시각장애인들이 정부나 국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을 이뤄내도록 하는 복지제도이자 고용제도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각 나라에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12살에 시력을 잃고 40년간 앞이 안보이며 살아온 서울 논현동에 살고 있는 원재광(52)씨는 “안마사제도는 무려 100년쯤 되었다”며 “이것을 펑탄하게 지켜온 것이 아니라 피로 얼룩지다시피한 투쟁으로 여기까지 왔고 이것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목숨까지 잃은 경우가 있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것을 법적으로 빼앗아 가려하고 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의 안마 시장에서 경제적인 활동 침해를 받고 있다”며 “마사지, 스포츠 마사지, 발관리, 왓포 등 이름만 거창하지 엄격히 따지면 요즘 이런 것이 다 불법이다. 하지만 정부나 경찰에서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고 있고 우리에게는 대책도 없이 우리직업을 개방하라고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살 길을 없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외쳤다.

안마사제도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시각장애인들은 안마사 행위를 합법적인 영업행위로 정당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재심판 청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씨는 “지난 2회 합헌 판결이(안마사제도는 합헌) 내려졌는데 제청을 해서 내년 쯤 ‘위헌이냐 합헌이냐’ 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 난다. 우리가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양보하지만 직업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권이 달려있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양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내년에 판결이 나겠지만 저희가 바라는 것은 합헌이다. 오늘(18일)헌법재판관 청문회가 있어서 우리의 뜻을 알리고자 이렇게 모여서 우리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시각장애인들을 대변했다.

경쟁력에 약한 시각장애인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시각장애인들은 주로 안마시술소에서 안마사로 생계를 이어간다. 간혹 개인 안마원이라고 해서 소규모로 업장을 임대해서 세금을 내고 사람을 써서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경쟁력이 약하다고 한다.

원씨는 “혼자 하기는 힘들어서 사람을 쓰는데 인건비, 임대료 등 부담이 있고 개인 샵을 얻어서 자립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며 “정부에서 지원과 대책을 많이 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05년 성매매법이 제정되면서 이들이 설 곳은 더욱 줄어들었다. 성매매 단속으로 안마시술소가 1,000여개에서 500개미만으로 반절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원씨는 “일반인들도 현재 안마를 하고 있으니 경쟁력에 약한 우리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다. 그래도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으니 다행인데 이것(안마사제도)마저 법적으로 위헌 판결이 난다고 하면은 저희는 살 길이 없다고 본다”고 씁쓸해 했다.

시각장애인은 현재 1급에서 6급까지 나눈다. 1,2급이 중증으로 1급은 전혀 안보이고 2급부터는 조금은 보인다고 한다. 6급 정도는 한쪽 시력이 없고 한쪽은 정상인 사람이다. 현재 안마사제도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은 6급까지 개방이 되어 있다.

한 눈이 정상에 가까운 사람도 맹인 과정을 거치면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안마사로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에 3,000 명 정도 되는 맹인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

원씨는 “우리가 한 20년 전만 해도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자기가 조금 노력만 하면은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지장이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암담하다.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취업의 문이 좁다보니까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서 협회측에서 안마원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안마업과 관련해 시각장애인들이 일반인들에게 양보는 없다”며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국가에서 배려를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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