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석 달 새 5명 사망···민노총 “사건은폐 급급”

이 원 / 기사승인 : 2012-11-22 16: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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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안전장치 미비···안전진단 명령 내려”
▲ 석달 새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고로 3기ⓒ현대제철

[일요주간=이 원 기자] ‘3개월 간 5명 사망 1명 중상’ 현대제철이 지난해 4월 착공한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고로 3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플랜트노동자들의 현 주소다. 내년 완공을 앞두고 순항하고 있다는 언론보도 뒤에 노동자들의 피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공사가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고로 3기는 내용적 5,250㎥, 최대 직경 17m, 높이 110m의 한 해 400만 톤 이상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고로로 3조원 에 가까운 총 사업비가 투입된 대행 공사다. 하루 평균 약 5,000여 명의 노동자가 내년 착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사고 당시 현장은 무리한 공기 단축 및 안전장치 미설치 등의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주사인 현대제철은 ‘개인 안전수칙 위반’이 사고를 불렀다며 노동자들에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충남지역본부(민주노총 충남지부)와 플랜트 노조 충남지역본부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안전 불감증’에 놓인 고용노동부와 현대제철 측에 재발방지 및 안전한 일터를 찾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플랜트노조 충남 지부는 이날 대전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 새 현대제철 고로 공사 현장 및 인근 현대 하이스코 공사 현장에서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며 “안전장치 미설치와 무리한 공사가 기간 단축이 사고를 불러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사망·사고 이후 담당부처인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중대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 중지 등 적법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며 ”고용부의 탁상행정이 결국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 조사 등을 통한 원인을 분석하기는커녕 적법한 조사기간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다음날 바로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근무를 끊임없이 이어왔다. 오히려 회사 측은 공사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을 현장 밖으로 내보내는 등 증거를 없애고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제철 고로3기 일관제철소 사고일지>

안전장치 미비…사고의 원인

이들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9월 5일 현대제철 소결현장 철 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던 홍 모(50)씨는 철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홍 씨를 덮쳐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후 한 달여 뒤인 10월 9일 당진제철소 전로제강공장 슬라그 야드장에서 크레인 전원 공급 변경 작업을 하던 A씨(43)씨가 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 고압 트롤리바에 접촉·감전돼 10m아랙로 추락,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같은 날 목숨을 잃었다.

같은 달 25일에는 후판3기 기계설치 작업을 하던 이 모(56)씨가 4m높이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다행히도 의식불명 상태였던 이 씨는 지난 7일 미세한 움직임을 보이며 회복 조짐이 있다는 소식이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달 들어 3번의 사고가 재발한 것. 지난 2일 교량 형틀공인 B씨는 서당교 작업 발판 설치 중 발판이 붕괴 돼 3명이 해상으로 추락했고 2명은 구조됐지만 B씨는 구조당시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지난 주 8일과 9일에도 나 모(43)씨와 신 모(33)씨도 각각 풍세 설비 설치 작업 중 추락하거나 기계에 끼어 협착사고로 둘 다 사망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유희종 사무처장은 “사고현장에는 개인 보호구가 지급된 노동자는 절반에 불과했고 사고가 발생한 발판 등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제대로 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전그물망 등의 안전장치 미비가 결국 사고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지만 “검토해보겠다. 하지만 결정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정확한 답변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트노동자들은 ‘안전장치 미비’뿐 아니라 근로 조건 역시 열악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9시간 포괄임금제를 내세워 법정근로시간(8시간)과 휴일 등 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안전장치도 부족한 환경에서 근로 조건까지 최악인 상태에서 업무를 이어왔던 것이다.

이에 이들은 회사 측에 재발방지 대책 방안 수립 및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와 특별 근로감독 실시는 물론 9시간 포괄임금제 폐지를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사고발생 접수 후 현장조사 결과에 따라 안전장치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안전진단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제철 사업장의 사고발생 직 후 작업 중지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현대제철 측은 관련법을 준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흐렸다.

공사 발주처인 현대제철 측은 “시공사를 통해 안전관리감독에 대해 수없이 당부해왔다. 사고의 원인은 근로자 개개인의 안전수칙 미수행인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전관리를 시공사에 맡겨 미흡했던 부분도 있지만 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 안전 불감 공화국 오명

한국의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 비율은 세계 1위다. 최근 그 비율이 떨어지는 추세라지만 ‘안전불감 공화국’ 오명은 여전히 남아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6명, 연간 2,114명이 노동현장에서 사망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간한 ‘OECD 국가의 산업재해 비교 연구 보고서’에도 10만인율(10만 명당 산재사고 사망수)이 11.4명으로 OECD국가 21개 국 가운데 1위다. 회원국 평균치보다 3배나 높은 수치다.

현대제철의 잇단 사고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전 불감 공화국’인 한국의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위험 속에 노출된 채 목숨을 담보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아직까지 1980년대 산업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규를 위반한 사업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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