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 롯데 中企 기술 탈취 내막··“대기업 우월한 지위 앞세워 중기 기술 빼냈다”

이 원 / 기사승인 : 2012-12-10 16: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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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보수 비용 절감코자 ‘기술 탈취’ 자행...수사진행 중 금융권 상대 ‘불법 영업’까지
▲ 中企기술 탈취로 도마에 오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News1
지난 7월, 계열사를 유통과정에 끼워 넣어 중간 마진을 챙긴 이른바 ‘통행세’ 적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억 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은 롯데 그룹(신동빈 회장)이 ‘중소기업 핵심 기술 탈취’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며 ‘상생경영’에 직격탄을 맞았다(본지 359호). 경찰 압수수색 결과, 이들은 프로그램 공급과 유지 보수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에 핵심 기술 공개를 요구하며 압박한 뒤 업체가 이를 거부하자 관련 기술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10여 차례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변경, 영업하는 등의 불법적 행위를 자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일요주간>은 대기업 ‘상생경영’의 탈을 쓴 롯데그룹의 무책임한 경영과 ‘중기기술 탈취’의 해결 방안에 대해 짚어봤다.

[일요주간=이 원 기자] 3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롯데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 김선국(45) 전 대표이사 등 관련 임직원 3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자동화기기(ATM)의 프로그램 공급과 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네오아이씨피로부터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 공개를 요구했으나 업체(네오아이씨피)가 이를 거부하자 몰래 파견 직원의 노트북에서 빼내 ‘소스 코드’를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피에스넷은 롯데그룹의 백화점 및 대형마트·편의점 등에 설치된 ATM을 설치·운영하는 회사다. 2008년12월부터 롯데피에스넷과 네오아이씨피는 프로그램 공급 및 유지·보수와 관련한 800억 원 대 납품계약을 맺었다. 해당 업체는 올 7월 초엔 ATM기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을 통해 구매하는 ‘통행세 제재’를 받았다. 이후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철퇴에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의 수사결과 드러난 정황은 다음과 같다. 롯데피에스넷 김 전 대표가 네오아이씨피에 유지·보수 비용 30억 원이 많다고 판단, 자신들이 직접 담당하기 위해 피해업체인 네오아이씨피에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공개하라 압박하기 시작한 것.

▲ 롯데피에스넷-네오아이씨피 간 ATM 흐름도

그러나 피해업체 측이 이를 거부하자 김 전 대표는 부하직원인 A씨(48)로부터 프로그램 소스를 몰래 빼내올 것을 지시했다. A씨는 지난 3월 회사에서 파견근무 중인 피해업체 직원의 노트북에서 최신버전의 ATM 관련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USB(이동식저장장치)에 담아 빼내는 방식으로 소스 코드를 빼냈다.

프로그램 소스 코드란 디지털 기기의 소프트웨어 내용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나타낸 일종의 설계 도면을 말한다.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것은 해당 기기의 제작에서부터 작동 및 관리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IT업계에서는 이를 공개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개발 기밀을 모두 공개하는 것과 다름없어 이를 거부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공동개발의 경우 소스 코드를 공개할 수도 있지만 불법으로 몰래 빼냈다는 부분에서 가장 기본적인 상도덕을 어긴 것이라는 오명을 지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 등 은 프로그램 소스를 빼내는 데 그치지 않고 소스 코드의 외형만 변형해 이름을 바꾼 프로그램을 만들어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영업을 자행한 점도 포착됐다.

또 피해업체 측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강력히 항의하자 이들은 변형버전의 프로그램 사용을 잠시 중단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로부터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요청을 받자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약 10회에 걸쳐 추가로 변형 프로그램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빼돌린 소스를 이용해 만든 변형 프로그램으로 영업을 하던 중 ‘프로그램 소스 공개’를 조건으로 새로운 협력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내 결국 피해업체인 네오아이씨피를 탈락시키기까지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시 피해업체 측이 특정업체와 사전담합설을 제기하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그러나 당시 롯데피에스넷 측은 “현재 경찰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고 필요한 경우 계약서를 근거로 법률적 대응도 고려중이다”라며 강경한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는 등 뻔뻔함을 드러냈었다.

피해업체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롯데피에스넷 측이 소스 코드에 대한 압박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라며 “요구에 불응할 경우 롯데와의 모든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 아닌 경고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롯데’라는 대기업에서 소스 코드를 불법으로 빼가는 등의 행위를 자행할 줄을 몰랐다”며 한탄했다.

경찰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표 등 일당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빼낸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이용, 10여 차례 걸쳐 변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불법 영업을 자행했다”면서 “대기업 계열사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 기술을 빼내는 것은 롯데그룹 내 모럴 헤저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전개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경찰은 약 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이들은 불구속 입건, 지난 10월말 서울 중앙지검에 송치했다.

반복되는 대기업發 중기기술 탈취
대·중기 간 공정거래 생태계 조성 필요

이번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과 관련해 비단 ‘롯데그룹’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중소기술 탈취는 무자비하게 자행되어 이는 기술탈취는 물론 인력까지 이어져왔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중소기업은 인력과 기술을 대기업에 빼앗기면 결국 대기업은 협력사와 인력풀을 국내에서 찾지 못하고 해외에서 찾아야하는 형국이 올 것이라는분석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달 검찰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전무를 포함한 임원급 3명 등 총 4명, 협력회사인 YAS의 전무 1명 등 총 15명과 LG디스플레이와 협력회사인 YAS 등 2개 법인을 기소 처리한 바 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연구원 등을 통해 빼낸 기술은 OLED TV 생산을 위한 박막 생산 기술 및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십조원 대의 피해규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인력과 기술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체 내 인력부족으로 결국 중소기업에서 수혈받아 이는 결국 중소기업의 붕괴로 이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 환경이 조성된 기업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렇듯 대기업간 혹은 중소기업 간 잦은 기술 및 인력 유출을 놓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대기업은 IT인력난에 시달리면서도 투자에 소홀했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기업간 종속관계에 놓인 중소기업이 핵심인력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해 대기업으로 인력 및 기술 이동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기업이 생태계의 성장을 억압하지않기위해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생이 필요하다.중소기업의 기술을 대기업에 정당하게 이전, 대가 인 사용료를 지불하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것.

또한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이 필요로하는 제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해 납품하는 등의 기술협력 등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기술역량을 보유함으로써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올바른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동반성장’을 외치는 현 정권에서 핵심기술을 대기업에 빼앗기는 중소기업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간 올바른 생태계 조성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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