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 구속집행 정지, ‘재벌 봐주기’ 논란

이 원 / 기사승인 : 2013-01-10 21: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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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법정출두] 공식 여전...시민단체 “유독 재계만 처벌 관대…수감자 차별” 비난 뭇매
▲ 지난 8월 법정에 출두하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News1
[일요주간= 이 원 기자] 회사 돈 천억 원을 빼돌려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1)에 대해 법원이 구속집행 정지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병세가 위중한 점을 들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작년 8월, 재벌총수로는 흔치않게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김 회장은 재벌총수들의 ‘봐주기식 판결’에 일침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5개월 만에 판결된 ‘구속집행 정지’를 놓고 또 다시 ‘경제계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한화그룹은 일단 안심하면서도 박근혜 당선인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안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제계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8일 “김 회장의 병세가 위중한 점 등 구속 상태를 정지해야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피고인에 대해 구속집행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회장의 주거지를 주소지 및 병원(서울대병원 또는 순천향대 병원)으로 제한했으며 김 회장은 별도의 회사업무 등은 볼 수 없다.

앞서 김 회장은 7일 예정돼 있던 재판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으며, 서울 남부구치소는 4일 재판부에 김 회장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건의서를 제출했다. 5개월여에 가까운 수감생활로 체중이 25㎏이상 늘어나는 등 김 회장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8월 법정 구속된 김승연 회장이 8일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았지만, 한화그룹은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결재 등 경영행위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날 김 회장에 대한 구속집행 정지 결정과 관련,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 회장이) 건강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업무를 볼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 자택이나 병원에서의 결재도 불가능하고, 해외 프로젝트 등 각종 현안을 보고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 그룹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는 최금암 경영기획실장 주도의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지난해 8월 16일 김 회장 구속 이후 최 실장이 팀장급 회의와 계열사 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전문 경영인 중심의 계열사별 자율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구속집행이 정지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1)은 9일 입원 중이던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보라매병원을 나와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9일 이날 오후 건강악화로 입원 중이던 보라매병원에서 호흡 보조장치를 단 채 이동침대로 실려 나와 구급차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한화 측은 김 회장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며 수감기간 중 급격히 불어난 체중의 원인과 호흡곤란 증세 등을 치료하기 위해 곧바로 정밀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5개월여 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지병인 당뇨와 우울증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폐기능이 약화되면서 호흡곤란으로 인한 저산소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지난 7일 항소심 공판에 불출석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 선고 공판은 4월초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 총수 관대한 처우 여전

구속집행 5개월 만에 한화 김 회장의 병세 악화의 이유로 집행이 정지되자 결국 이번에도 ‘재벌 봐주기식 판결’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재벌총수인 김 회장에 대해 구속을 집행했지만 결국 앞서 논란에 섰던 재벌 총수들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그간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던 많은 재벌 총수를 비롯한 재계 인사들은 구속 이후 급격한 병세 악화로 ‘휠체어 법정서기’를 마치 유행처럼 내세웠다. 또한 이후 이들은 형 집행 정지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휠체어 법정서기’의 원조격인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은 당시 형 집행이 정지됐고 ‘한보사태’ 등 대대적인 정치적 사건에 연루됐음에도 불구하고 복역한 지 5년 만에 석방된 바 있다.

또한 지난 2008년 12월 구속된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 역시 구속된 지 8개월여 만에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고 이후 2009년 11월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재판부는 이후 2011년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뇌물공여 및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및 벌금형을 선고받은 그에게 한달 만에 구송집행 정지 허가를 내줬다.

가장 최근엔 지난 4월 구속된 태광그룹 이호진(50) 전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상무가 ‘호흡곤란 및 전신 부종’의 이유를 들어 구속된 지 2달 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이렇듯 유독 재계에만 관대한 재판부의 ‘형식적인 판결’에 시민단체는 부당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김남희 변호사는 “법원이 판결이나 법집행에 있어서 재계에 대해 유달리 관대한 처벌 한 건 사실”이라며 “유사한 병세 있을 경우 다른 수감자에 대해서 같은 처우를 할지 의문이 든다”며 재판부에 날을 세웠다.

재계 박근혜 당선자 재벌 개혁 '촉각'

올 봄 박근혜 정부가 본격 출범하기 전 대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새로운 정책들이 인수위에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커 재계는 인수위 움직임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기업청의 정책 변화다.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박 당선인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독점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속고발권의 분산은 재계 측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분산된 고발권은 돌발 악재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재계는 박 당선인이 경제 정책 변화에 다른 파장 계산하기에 분주한 상태다. ‘중소기업 우선 정책’과 ‘대기업 중요 주주범죄에 대한 처벌권 강화 및 사면권 행사 제한’을 놓고 새 정부 출범 초 ‘시범 케이스’를 피하기 위한 자체 단속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한화그룹 김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직전 1,2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박 당선인의 행보에 재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한 임원은 “새 정부 초 핵심권력의 움직임에 따라 기업이 흔들리는 건 한 순간이기 때문에 사실 요즘 대관담당 임원들이 밤잠을 설치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불확실성이 빨리 제거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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