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채용’ 노조파괴 꼼수 드러나…노노갈등 격화
해외수출 ‘화려한 성적표’에 걸 맞는 대책 필요
[일요주간=이 원 기자] '출근하라'는 사측에 노동자가 '그럴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과연 이게 무슨 풍경이란 말인가. 지난해 10월 17일, 시작된 울산 현대차 공장 앞 송전탑 고공 농성 중인 최병승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 씨는 열흘 전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 발령받았지만 사측에 거부의사를 표명하며 여전히 송전 탑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를 외치고 있다. 현실 가능한 얘길까.
차기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노동현안에 대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와 함께 현대차가 ‘노사관계 후진 회사’로 찍힐 판이다.
현대차는 자사 취업강령에 따라 최씨가 7일 이상 무단결근하게 되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강제 해고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딱 떨어지는 해결책이 아니어서 속 시원하지 못한 입장이다.
사내 하청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것은 수년 전 얘기다. 지난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12곳에 대해 ‘파견법’ 위반을 인정한 이후 9년을 넘게 끌어온 고질적인 문제다. 최 씨는 울산공장에서 2년 넘게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후 지난 2005년부터 복직 소송을 7년간 진행했다. 1·2심 재판부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지난해 2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다.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이후에도 복직인사를 미루다 지난 4일에서야 최씨를 9일자로 직영 고용했다. 하지만 최 씨는 ‘혼자 내려갈 수 없다’며 송전철탑에서 내려오지 않고 92일째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 15일부터 정규직 신규채용을 진행해 비난을 사고 있다. 오는 4월부터 300여명의 합격자들을 라인에 배치해 주간연속 2교대제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비정규직 지회가 가만있을 리 없다. 신규채용을 진행 중인 현대차에 대해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물타기 채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작년 현대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중국시장에서만 85만대, 미국 70만대, 유럽 43만대 등 해외 시장에서 373만대 이상 판매해 총 440만1947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사상 최대인 83조원, 영업이익도 9조원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많이 이뤄냈다. 지난해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에서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53위를 기록했다. 겉으로는 이렇게 화려한 ‘성적표’를 내고 있지만, 노사관계로 브랜드 이미지를 다 깎아 먹고 있다는 평이다.
현대차도 올해 1750명을 정규직 화하는 등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총 3,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나서긴 했지만, 이는 현대차 전체 비정규직 8,500명의 41%에 지나지 않는다. 간극이 너무 큰 것이다.
물론 비정규직 지회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에는 현대차의 사정을 일일이 들어주긴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화하더라도 투입할 곳이 부족하기때문.
특히 현대차 측이 매년 사상최대 실적을 자랑하고 생산대수도 늘리고 있음에도 정규직 전환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은 아니다. 단지 정규직 노조의 업무량을 보완할 수 있는 규모만큼만 오는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들은 비정규직 지회가 주장하는 ‘임금격차’, ‘고용불안정’, ‘노동환경’ 등에 대해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버티고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결국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의 본질은 비정규직의 ‘불법고용‘이다. 이를 그대로 놔둔다면 글로벌 브랜드로 이름을 널리 알려 나가야하는 현대차에게 장애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이에 이번 문제를 ‘신규채용’으로 가려 노노갈등을 유발할 게 아니라 글로벌 5위 자동차 메이커에 맞는 대책을 내보이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