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인터넷에 정치 관련 글만 120건··· 수사 축소 의혹

권우진 / 기사승인 : 2013-01-31 21: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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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오후 불법선거운동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29)가 3차조사를 마친 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News1

[일요주간=권우진 기자] 지난해 대선기간 동안 야당 대선후보에 대해 비방댓글을 단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실제로 인터넷에 정치적 성향의 글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31일 서울 수서경찰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가 지난해 8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인터넷 사이트 2곳에 아이디 11개를 이용해 국내 정치 및 정책에 관련된 120건의 글을 게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앞서 경찰이 “찬성과 반대 표시만을 했을 뿐 대선이나 정치와 관련한 글은 게시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수사 축소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 의하면 김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91건, 중고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29건의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4개월 간 댓글 내용에 대해 찬성·반대 입장만을 표시했다고 발표했었다.

김씨가 게시한 글의 주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4대강 사업 등과 같은 예민한 사회적 이슈들로 대부분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북한 관련 비판과 야당 대선 후보자를 비판하는 내용 등 정부와 여당 옹호 성향을 가지고 글을 게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의 고의성 여부 등을 판단하고 있으며 1시간 마다 50여 건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던 점, 실명인증이 필요한 ‘보배드림’ 사이트에서 2개의 아이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앞서 브리핑한 내용과 이번 발표 내용이 다른 점에 대해 "브리핑 당시에도 이러한 글을 게시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당시 대선관련 키워드 6개로 인터넷 검색을 실시한 결과 이러한 키워드가 들어가지 않아 대선관련 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은 김씨가 해당 글들을 작성한 것에 대해 “대북 심리전 활동 과정에서 작성·게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민주통합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조직적 비방 댓글’ 주장은 사실무근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다 경찰 조사가 발표되자 뒤늦게 김씨의 댓글작성 사실을 인정한 점은 석연치 않게 여겨지고 있다.

국정원은 김씨의 글에 대해 “북한 찬양·미화 등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며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는 대북심리전 활동 수행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무원 신분을 밝히지 않고 개인의 견해에 따른 의사 표시를 한 것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대북 심리전’이라는 명목으로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부나 국정원에서 댓글달면 정상업무, 야당·시민단체·국민이 댓글달면 불법?” “중고차 거래하는 홈페이지에는 왜? 차도 종북차가 있었나” “심리전? 국민을 잠재적 간첩이라고 생각하는 국가기관이라니” “여직원 뒤의 그 배후를 캐야한다”며 경찰과 국정원의 수사 발표 번복과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는 다음주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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