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은 지난호(394호)에 이어 <께로티카>展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인 박노해의 사진 작가로 변신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전시회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전시회는 오는 7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라 카페 갤러리에서 전시 돼 방문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Huallpacunca, Cusco, Peru, 2010.ⓒ박노해
께로스인들은 산정 너머 집으로 귀가할 때면
대지의 여신 파차마마와 산의 신 아푸에게
코카 잎사귀 세 장을 바치며 돌을 하나씩 쌓는다.
오늘 하루 삶에 대한 감사와 무사한 귀가를 기원하며.
그러나 십수 년 전만 해도 빛나던 만년설이 녹아내린 자리는
풀씨 하나 돋지 않는 삭막한 불모의 땅이 되어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의 것이 타락하면 최악이 된다.’

Huancarani, Cusco, Peru, 2010.ⓒ박노해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대지의 여신 파차마마.
땅을 파는 일은 파차마마의 심장을 여는 일과 같다.
안데스인들은 대지의 여신에게 코카 잎을 제물로 바치고
정성껏 기도를 드리며 허락을 구한 다음에야
잉카 시대부터 사용해온 따끄야로 흙 가슴을 연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농사를 지켜보며
자연스레 기능을 익히고 삶의 지혜를 전승받는다.

Patacancha, Cusco, Peru, 2010.ⓒ박노해
감자와 옥수수는 안디노스의 주요 식량이다.
인류 감자의 시원인 안데스의 토종 씨감자는
세계의 감자가 병들 때마다 인류에게 나누어졌다.
가장 척박한 자리에서 가장 단단하고 강인하게
자신의 순수를 지켜온 안데스의 토종 씨알들.
한 알의 종자에서 수많은 감자알이 재생되듯
우리의 희망 또한 그러하지 않겠는가.

Cochamuco, Cusco, Peru, 2010.ⓒ박노해
3개월마다 열리는 께로족의 총회 론다 컨퍼렌시아.
일곱 개 마을의 께로스인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공동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이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외부인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날 130여 명의 남녀노소가 초원에 빙 둘러앉아
눈비를 맞아가며 여섯 시간 동안 회의를 이어갔다.
여성이건 아이건 모두가 경청하고 발언하며
다수결이 아닌 전원합의에 도달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놀라운 현장이다.

Yanacancha, Cusco, Peru, 2010.ⓒ박노해
오늘도 길을 걷는 우리는
알 수 없는 먼 곳에서 와서
알 수 없는 그 곳으로 돌아간다.
우리의 힘든 발자국들은
한 줌 이슬처럼 바람에 흩어지니.
그러나 염려하지 마라.
그 고독한 길을 지금 우리 함께 걷고 있으니.

본명은 기평. 1957년 전남 함평 출생. 선린상고 야간부를 졸업했다. 섬유, 화학, 건설, 금속, 운수 노동자로 일했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복역하였다.
1983년 『시와경제』에 『시다의 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노동의 새벽』(1983), 『머리띠를 묶으며』(1991), 『겨울이 꽃핀다』(1999), 『참된 시작』(1999) 등과 수필집 『사람만이 희망이다』(1997), 『오늘은 다르게』(1999) 등을 간행한 바 있다. 『머리띠를 묶으며』에 이르기까지 초기 시 세계는 현실의 사회 제도와 이념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투쟁적이고 선동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수필집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후에는 생명과 포용과 화해의 길을 찾으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예술성과 정치성을 겸비한 대표적 노동자 시인으로 일컬어져왔으나,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후 그의 세계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터를 시작으로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 온 사진을 모아 2010년 첫 사진전 <라 광야>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2012년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대안 삶의 문화 공간 ‘라 카페 갤러리’에서 박노해의 글로벌 평화나눔 사진전을 상설 개최하고 있다. 파키스탄 사진전 <구름이 머무는 마을>展(2012.4.16-7.31), 버마 사진전 <노래하는 호수>展(2012.8.3-10.31), 티베트 사진전 <남김없이 피고 지고>展(2012.11.2-2013.2.27)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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