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과정에서 각 세대와 집단들은 실패와 좌절, 공포, 혼란을 겪으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트라우마 한국사회’라는 책을 통해 각 세대와 집단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원인과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그는 힘들고 아프다고 외칠 수밖에 없던 우리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진정한 ‘힐링’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 지 방향을 제시해주고 잇다.
<일요주간>은 김태형 심리학자를 만나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학자의 본분은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를 분석하고 비판해 대안제시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자로서 한국사회와 한국인들에 대한 연구들을 꾸준히 해오며 그게 맞는 일을 하기 위해 책을 집필하게 됐다. 2010년에 IMF와 신자유주의가 한국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책 ‘불안증폭사회’를 통해 얘기했고 이번엔 그보다 더욱 심도 있게 한국사회에 대해 다루고 있다. 현대사에서 어떤 집단심리가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펴보고 있다. 한국은 분단국가라는 상황과 독특한 집단 심리, 단일민족으로 5,000년 이상의 역사, 다양한 형태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있는 등 이런 것들을 모른다면 한국사회와 한국인을 이해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연구를 해온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한국사회를 분석했는데 트라우마의 정확한 뜻은 무엇인가.
▲트라우마는 심리적 외상을 뜻한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병은 병이지만 가벼운 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가벼운 병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실 치료해야하는 데 사는 것에 별 지장 없으니 그냥 지나친다. 자신이 왜 고통스러운 지 나 자신이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 지 자각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때문에 개인과 이사회가 어떠한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세대와 집단으로 나눠서 분석하고 있는데.
▲세대별로 보면 유년기부터 생존문제와 싸워오고 4·19혁명과 5·16쿠데타로 좌절되는 경험을 한 50년대생(좌절세대)의 ‘좌절 트라우마’와 경제성장의 성과가 가시화 되는 유년기를 보내 희망과 기대, 자신감 등 긍정적 심리를 내면화하며 청소년기의 꿈으로 인해 생긴 60년대생(민주화 세대)의 ‘미완성 트라우마’, 경제부흥기로 TV가 널리 보급돼 고급문화에 일찍 눈뜨면서 세계관과 인생관의 혼돈으로 생긴 70년대생(세계화세대)의 ‘혼돈 트라우마’, 경쟁의 압박으로 공부기기계에서 삼포세대로 이어지며 공포감으로 눌린 80년대생(공포세대)의 ‘공포 트라우마’로 살펴볼 수 있다.
집단 트라우마는 돈 중심의 세계관이 일으킨 계층 간 갈등은 ‘우월감 트라우마’로 빨갱이로 몰려 언제든 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는 ‘분단 트라우마’로 차별과 학대, 죄의식 등이 얽힌 지역 갈등은 ‘변방 트라우마’로 규정할 수 있다.
-2013년, 현 사회를 진단해준다면.
▲극우보수세력이 두 번 연속 집권한 시점이다. 심각하다. 한국의 극우를 심하게 얘기하자면 일본의 아베,독일의 히틀러와 같은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지 않은 세력, 극우보수주의가 오래 집권하고 있다 보니 트라우마도 생겨났다. 극우의 특징은 정치적 반대를 인정하지 않는,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다. 현재 어떤가. 소위 좌파다, 사회주의다, 친북이다 하면 바로 탄압을 하는 극우보수주의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맹렬하게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 조직된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일간베스트(일베)도 극우세력으로 불리며 비난을 받고 있는데.
▲사회가 파시즘으로 기울고 폭력이 난무하게 돼 거기에 대중이 무기력감을 느끼고 공포를 느낄수록 극우화 될 가능성이 크다. 히틀러가 등장하게 된 배경도 그렇다. 당시 독일 사람들이 힘든 조건에서 무기력해지고 청년층이 앞날에 대해서 공포에 질린 그 당시 상황에서 청년층은 자신을 구해줄 사람이 히틀러라믿고 가장 맹렬한 지지자가 됐다. 히틀러는 자신의 반대되는 세럭들을 무참히 테러했고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내가 언제 좌파로 몰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극우세력 공포증이 생겼다. 예를 들어 어떤 한 반에서 깡패가 일진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많이 괴롭힌다고 치자. 그렇다면 일반 학생들이 이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거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럼 안전하다는 생각에 공포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다. 그래서 사실은 정말로 극우적인 신념과 정치적 입장, 계급적 이해를 가지고 극우세력이 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극우세력들이 휘두르는 폭력과 공포로부터 자신을 지키기기 위해, 생존을 위해 그쪽으로 가서 완장을 차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수적 세력도 이념적 보수가 아닌 공포로부터 출발한 생존을 위한 보수다. 일베나 젊은 층들도 비슷하다. 일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그곳에서 어떠한 말을 해도 다 괜찮다는 것에 안전하다고 느낀다. 진보쪽에 가서 똑같은 말을 하면 비난을 받는다. 공포에 질리고 분노에 가득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일베에서 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은 어땠는지 생각해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스타일이 강경하지 않았나. 강력한 힘이 느껴지고 다음 번에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50대부터 20대의 마음을 움직였다. 상대방에게 잘 보여서 표가 이동하는 경우는 없다. 생존에 의한 이념 선택이다. 참으로 동물적이다. 나이드신 분들이 보수에 투표를 많이 하는 경우도 공포 때문이다. 힘이 세보이는 쪽에 충성을 바쳐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안보를 들먹이며 공포감을 조상하는 수법도 꽤나 잘 통한다. 이런 극단 트라우마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재벌 총수를 통해서는 어떤 심리를 살펴볼 수 있나.
▲초창기 몇몇 재벌들은 성장과정이 괜찮았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정경유착, 부적비리 등으로 성장했다. 정정당당하게 부를 축적하지 못해 갖는 피해의식, 죄의식 같은 것을 졸부근성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부당한 방법으로 성장한 사람은 언제든지 징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 안전하게 재산을 도피하려 하는 심리가 있다. 떳떳하게 재산 축적을 한 사람은 굳이 그런 방법으로 방어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죄의식도 하나의 정신병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일종의 트라우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갑의 횡포’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우월함 트라우마’의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인간대접을 받고 싶고 무시당하지 않고 살고 싶은 게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욕구이자 동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어떠한가. 나를 무시할 만한 사람도 아니고 돈 좀 있다는 사람한테 무시당하니 스트레스가 막중하다. 예전에 공동체가 있을 때에는 그 스트레스를 같이 얘기하며 싸웠다. 그렇게 민주화 운동도 벌이며 싸워왔지만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공동체가 깨지고 사람들이 개인화돼 공동으로 싸울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아무한테나 화난 것을 풀고 있다. 무시당한 것을 딴 사람한테 풀려면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비교하며 무시할 거리를 찾고 있다. 너는 나보다 학력이 낮아, 재산이 없어, 못생겼어 등 찾아내서 걸렸다 하면 깔보고 내려다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비하할 거리가 있어서 비하하는 게 아니고 비하하기 위해 거리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어린 아이들이 별거 아닌 걸로 왕따를 시키는 것이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아무리 성공하고 출세해도 사람을 함부로 깔보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런 분들이 조금 더 목소리를 내야는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예전에는 자신의 꿋꿋한 길을 걸어가면 가난해도 존경을 받았다. 지금은 돈이 없으면 지식인이라도 패배자 취급을 받는다.
-이러한 트라우마에 대한 ‘힐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최근 ‘힐링’ 열풍이다. 하지만 책이나 미디어에 접하는 힐링은 개인적인 힐링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힐링을 해야 될 때다. 아이들의 정신병 증가율은 나이가 어릴수록 높다. 높은 이유는 부모가 아이들을 잘못 키워서 그렇다고 한다. 왜 예전보다 자식 교육에 문제가 있느냐면 이유는 사회에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아이들이 살아남게 만들기 위해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양육을 하고 있다. 이 사회가 부모들을 그렇게 만들어놓고 왜 부모들 탓만 하고 있는가. 병은 사회가 주고 치료는 개인이 하라고 한다. 개인적인 치유에만 매달리면 손해를 끼친 범인을 놔두고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자기가 치료하게 되는 상황이다. 궁극적인 치료가 안 된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의 트라우마와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해 고쳐나가야 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부산 덕포동 중흥S클래스 건설현장서 화재 발생...검은 연기 치솟아 [제보+]](/news/data/20220901/p1065590204664849_658_h2.jpg)
![[포토] 제주 명품 숲 사려니숲길을 걷다 '한남시험림'을 만나다](/news/data/20210513/p1065575024678056_366_h2.png)
![[포토] 해양서고 예방·구조 위해 '국민드론수색대'가 떴다!](/news/data/20210419/p1065572359886222_823_h2.jpg)
![[언택트 전시회] 사진과 회화의 경계](/news/data/20210302/p1065575509498471_939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