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효율성 있는 재벌개혁이 필요하다”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06-03 09: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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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박근혜 정부 100일 평가 토론회 “경제 민주화, 이대로 좌초되는가?”
▲ 30일 경실련 주최로 열린 “박근혜 정부 100일 평가 : 경제민주화와 재벌정책을 중심으로” 평가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군산대 경제학과 이의영 교수가 토론의 시작을 알렸다.ⓒNewsis

특정가문에 의한 경제력 집중, 재벌과 대기업의 구분해야
부당내부 거래 ‘효율성’먼저 고려된 재벌개혁이 필요한 시점

[일요주간= 이희원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이번 정권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5년 전 이명박 정권 출범 100일 당시와는 달리 현 정권에 대한 평가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은 “박근혜 정부 100일 평가”라는 주제 아래 현 정부의 전반적인 어젠다인 국정운영, 경제민주화, 맞춤형 복지,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토론회를 3일에 걸쳐 개최했다.

30일 그 두 번째 시간으로 경제 분야를 다뤄 “박근혜 정부 100일 평가 : 경제민주화와 재벌정책을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군산대 경제학과 이의영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영재 KDI 선임연구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열띤 논쟁을 펼쳤다.

특정 가문에 의한 경제력 집중 해소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서울대 박상인 행정대학원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의미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서 “경제민주화의 개념은 소유 집중 즉, 특정가문에 의한 경제력 집중으로 이에 따른 소유 집중의 해소에 있다”고 정의했다. 이는 헌법 상 제119조 2항으로 경제민주화 조항이 실현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정가문에 의한 경제력 집중’으로 독일과 미국의 예를 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콘체른(Konzern: 법률상으로 독립되어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통일된 지배를 받는 기업 집단)이 해체된 것은 형식적인 기업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이 지배하는 구조를 없앴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 록펠러 가문을 중심으로 특정 가문에 집중된 경제력 집중이 강화되자 ‘진보적 운동(Progressive movement)’이라는 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록펠러 가문과 JP모건 가문이 ‘금융 산업’을 두고 맞서자 이 역시 특정가문에 대한 경제력 집중 방지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경제민주화가 추진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과 대기업의 의미가 구분되어야하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재벌은 총수가 있는 대규모 계열 집단이며 대기업은 기업집단이 아니다”면서 “기업들의 모임이 대규모인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에서 재벌세습과 경제력 집중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즉,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출자문제가 야기되는 것이 재벌 개혁의 근간이라는 설명이다.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은 재벌 세습이라는 소유 집중을 만들고 이는 현대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이 되는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바람직한 경제민주화의 방향을 갖기 위해서는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공정거래법 제3장의 조문 신설 및 수혜를 받아온 재벌총수 일가와 계열사에 대한 실효성이 있는 제재 및 벌칙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혜를 입은 계열사의 과징금을 매출액의 10%로 올리고, 재벌총수일가의 자본이득을 세금으로 환수하거나, ‘일감몰아주기 이득 환수세’를 세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만약 이러한 규제들이 법 기술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 사전규제 조항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자규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시켜 기존의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하는 한편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재벌개혁은 재벌 계열사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재벌개혁을 통해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재벌승계를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벌 총수 일가가 많은 이윤을 내고 부를 축적했을 경우 정당한 세금을 내고 승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그는 “재벌개혁을 미루는 것은 수술이 필요한 암 환자에게 수술에 따른 비용과 고통을 강조하면서 수술을 받지 말라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내부거래 효율성 먼저 고려

박 교수의 발제를 끝으로 연세대 경제대학원 신광식 교수가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섰다. 신 교수는 재벌세습이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이 되는 법,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재벌가의 내부거래가 반드시 재벌 세습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내놨다.

신 교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를 사례를 들었다. 그는 “사업자체는 효율적인 내부거래로 이미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분의 소유문제라는 것. 지분구조가 모두 현대家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내부거래’가 곧 ‘재벌세습’의 문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효율성은 인정하되 지분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해 설득력 있는 내용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재벌개혁은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효율성 창출·증대와 무관한 내부거래가 문제가 되는 것이며 효율성 달성의 내부거래라고 하더라고 계열사 시장지위 강화를 위한 지원 및 사익편취를 위한 거래는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효율성 달성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계열사들의 거래비중에 따른 지분참여가 타당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에 재벌개혁이 왜 선제과제로 들어갔는지 설득력 있는 주장이나 내용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재벌개혁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의 유일한 법학 전문가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봉의 교수는 “경제민주화란 경제 질서를 규정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질서를 모두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이해해야한다”면서 “헌법 전문에 나타난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범국가적 목표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경제 질서를 규정짓는 데 머무를 것이 아니라 박 정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 영역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시켜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박 정부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동시에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법안들은 지금 현재보다는 재벌을 타겟으로 규제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정부 기관 등에 대한 힘과 권력을 오히려 실어주는 법안에 집중되고 있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끝으로 그는 물량몰아주기 등에 대한 규제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총수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정거래법 상 총수는 동일인, 총수일가는 동일인 관련자로 분류되는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Power’ 즉 총수의 의사결정은 힘을 지니고 있어 가장 강하지만 단지 동일인이라는 것 이외에는 법적 효력이 없는 현 법안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한국형 경제민주화 필요

한편 KDI(Korea Development Institute 한국개발연구원)임영재 선임연구원은 발제 내용을 언급하며 “미국과 독일 등 타국에서 이뤄진 경제민주화와 국내의 차이점과 공통점 등을 파악해 정책화 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제민주화 추진에 앞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동반성장 정책 등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생명을 연장시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름없이 문제가 발생했던 점을 들어 비슷한 문제점이 야기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연구원은 “먼저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평가에 대해 당시에는 재벌 대기업들이 다수의 국민들을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나 현재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총 취업자의 90%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언제 도산할지 모르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물량몰아주기 등 한정된 총량의 내수 서비스 시장을 놓고 중견기업과 재벌 대기업 간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태로 경제양극화의 부정적 체감효과를 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해 “현상의 본질은 불법적으로 자사주들의 의결권을 부활시켜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창출하는데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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