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삼성전자 시총 27조 증발…“아직 건재” vs “무너질 것”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06-17 03: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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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이미 과열화…혁신 없는 삼성 무너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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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아직 건재 “수직계열화 구축…업계 경쟁상대 없다”
위기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이미 과열화…혁신 없는 삼성 무너질 것”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아이폰의 아성을 누르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갤럭시S 시리즈로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에 급제동이 걸렸다.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플래그십(flagship)모델인 갤럭시S4의 판매치가 저조(예상만큼 팔리지 않는)할 것’이라는 예측이 삼성전자 주가를 강타했다. 보고서가 공개된 지난 7일, 삼성전자 주가는 무려 6.18% 넘게 빠져나가며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급락으로 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 등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 매매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선포했고 이미 JP모건 측과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자 삼성전자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이라며 갤럭시S4의 판매 부진 등에 대해서는 “아직 괜찮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는 고공 행진하던 삼성전자의 주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배당금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과연 위기가 온 것일까.

7일 JP모건의 ‘갤럭시S4 판매 둔화’ 보고서를 발표하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자 10% 넘게 미끄러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적극적인 매수와 증권사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소폭 하락세로 진정세에 돌아서며 안정화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보고서 발표 이후 최근 6일 동안 10%가 넘는(11.88%) 급락세를 나타내며 추락했고 시가총액 역시 27조원이 증발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익 거래일인 7일, 6%의 폭락세를 보이자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도 11일,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번 외국계 증권사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하향 평가’가 이어지자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과 삼성전기 최치준 사장은 “갤럭시S4의 판매고는 이전 시리즈 중 가장 최강”이라면서 판매고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오히려 (JP모건이) 기대치를 높게 잡은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사를 전했다.

실제로 갤럭시S4의 판매고는 이전 모델(갤럭시S3)에 비해 1,000만대 돌파 기간이 무려 27일로 판매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빠른 수치를 기록했으며 실제로 2배 가까운 판매세를 기록 중이다. 1분기 매출은 52조8,700억 원, 영업이익은 8조7,8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각각 16.8%, 54.3% 상승했다.

여기에 파이낸셜 타임즈 등 해외 전문신문 역시 JP모건 등의 보고서가 “지나치다”는 내용은 보도를 내놨지만 크게 상황은 변화하지 않았다. 주가 낙폭이 과도하다는 국내 증권사들의 보고서가 쏟아졌음에도 급락세를 끌어올리는 만족할 만한 반등은 없었다.

이는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시장에서 저가매수에 힘을 실어주자 어느 정도 안정화를 찾았지만 이른바 코스피 시장 최강주인 삼성전자의 이미지 손실은 피할 수 없는 부분임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 주가급락에 석연치 않은 부분은 여전히 산재한 것인가.

수직계열화 삼성 라이벌 없다

삼성전자 주가 급락을 놓고 ‘위기’설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경제연구기관 등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현재와 같은 상승세를 유지하며 ‘견조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10일 현대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이유로 ‘핵심 부품의 수직계열화’를 꼽았다. 라이벌 업체인 애플이 설계와 개발은 애플 본사에서 전담하고 나머지 부품 및 생산을 모두 외주에 맡기는 것과는 달리 삼성전자는 모든 제품의 개발·생산·유통을 삼성계열사에서 전담한다.

‘수직계열화’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경기 상황에 따른 재고 물량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 하드웨어에 대한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최상의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경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이에 대한 물류 리스크 등을 포함한 고정비용이 추가된다는 단점도 발생한다는 점, 또한 스마트폰 업체들이 협력사 인 동시에 경쟁사도 되기 때문에 ‘경쟁 구도’에 대한 부담감이 2배로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이를 ‘장점’으로 꼽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경쟁사와의 별도로 부품 협상을 통한 부담감이 줄어들 뿐 아니라 발 빠른 시장 요구에 대한 스펙 조정이 빠르다는 데 있다. 이는 결국 삼성전자의 성공을 불러왔으며 다양한 제품의 판매로 애플처럼 1~2가지 모델로 집중 공략해야하는 부담감 없이 능력을 발휘해온 것이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애플이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에 못 미치는 신 모델을 내놓는 것과는 달리 화면 크기의 다양화를 비롯해 수십 종류의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PC 등을 선보여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분야에서 이미 최고의 입지를 구축한 삼성전자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외주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이 바로 삼성의 수직계열화의 힘이자 플랫폼 없는 삼성이 하드웨어 생산에 대한 자신만의 루트를 구축해 그 경쟁에서 살아남는 이유다. 또한 한 부문의 실적이 감소한다하더라도 기존 사업의 매출과 상쇄해 이익을 상향할 수 있는 유리한 점도 갖고 있다.

동부증권 차재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실적 감소를 설명하기에는 핵심부품 타 제조업체 등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것이 없다”면서 “삼성(전자)만큼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업체의 부재로 결국 삼성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삼성(전자)의 그룹 체계가 시장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 없는 新모델, 삼성 강타할 것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자 현재 실적보다 불투명한 미래 전망을 탓하는 전문가들도 나왔다. 눈앞에 놓인 현 2/4분기 삼성의 예측치인 1억 대 판매고가 7,000만 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고는 지난 분기부터 연이어 나오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지난 10일, ‘삼성전자 판매전망 분석보고서’를 통해 2/4분기 판매 전망치를 기존의 8,100만대에서 7,570만대로 하향 조정했고 이에 따른 연간 판매 전망 역시 1,880만대나 줄어든 수치를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연간 휴대폰 사업팀인 IM사업부문 영업이익도 5.9% 하향 조정한 27조7,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IM부문 영업이익의 감소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0%가 넘게 집중돼있어 삼성전자의 하락세는 곧 삼성그룹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삼성의 위기설’을 내놓는 이유다.

또한 갤럭시S4의 고급화가 오히려 삼성전자 스마트폰 보급률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포화상태를 넘어섰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1위에 올라서며 방점을 찍었지만 이후 ‘혁신’이 없는 삼성에 사람들은 기대치를 낮출 것이라며 위기설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역시 7일, ‘신 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내용에는 “우리(삼성전자)가 가장 힘겹게 싸워야하는 대상은 바로 ‘자만’이다”면서 1등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4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삼성전자의)신 모델을 내놓은 삼성은 결코 성능과 기능에서 그들이 내세우는 ‘혁신’을 완성하지 못했다”면서 “경쟁사였던 애플을 누른 것은 삼성 스마트폰의 다양성과 혁신이었다면 이제 (혁신을)보여주지 못할 경우 애플의 아성에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혁신’적인 신 모델 발표를 멈출 경우 삼성전자의 위기를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작전설의 許와 實

지난 한주 간 삼성전자 주가의 급락을 놓고 이른바 ‘작전설’로 곤욕 아닌 곤욕을 치렀다. 작전설이 ‘설(說)’이던 ‘설’이 아니 던 간에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은 무려 27조 원 가량 공중 분해되고 말았다.

삼성전자 주가 조작의 작전 세력이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해주는 것은 다음의 2가지 정황 때문이다. 하나는 ‘공매도’, 또 다른 하나는 대차잔고의 급등이다.

JP모건 보고서가 나온 직 후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기 직전 대차잔고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대차잔고란 주식을 빌린 후에 갚지 않은 주식 물량으로 대차잔고 물량의 증가는 곧 공매도를 준비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공매도를 위해 주식의 대차잔고를 늘려왔고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삼성전자의 위기’관련 보고서가 나간 직후 공매도를 치려고 했다는 것. 이럴 경우 급락한 10%가 넘는 삼성전자 급락 분은 고스란히 그들의 손에 쥐어질 수 있다는 게 ‘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분석하는 내용이다.

물론 주식급락 기간 동안 공매도 투자자들은 수익을 낸 것은 사실이다. 거래량 역시 전 삼성전자의 주식 거래 물량의 6%(5.7% 25만주)에 가까웠으며 이에 따른 평가차익만 해도 200억 원(224억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업계는 공매도나 대차잔고가 아닌 삼성전자와 선물거래에 오히려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동안 삼성전자에서 이뤄진 공매도 규모를 살펴보면 큰 규모가 아니라는 데 그 원인을 두고 있다.

이 역시 외국인투자자 들 중심으로 이뤄져 JP모건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 3일 가량 코스피200지수 선물 6월 물이 무려 2만계약이 매도됐다. 선물 매도는 곧 코스피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사들이 선물 투자의 방향을 이미 정해놓은 상황이라면 바로 현물에 영향을 미쳐 지수 급락이라는 효과(?)를 본 것이다.

이에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투(외국인투자자)세력이 주가를 움직였다는 정황은 많지만 확증은 없다”면서 “금융당국의 파생시장에 대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외투 세력의 선물옵션 투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번 삼성전자 주가급락을 놓고 작전세력의 색출은 물론, 파생상품 거래 규제 등을 위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적인 세력을 막아보겠다는 취지에서지만 그 효력이 얼마나 될 지는 명확한 대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는 시점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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