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잇단 수주실패·재벌세습 논란 ‘잡음’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07-09 03: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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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흔들리는 조선업계 1인자
▲ ⓒNews1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최근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침체기에 들어선 현대중공업이 잇단 악재로 가시방석에 앉은 모양새다. 조선업계 BIG3(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가운데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최근 낙찰에서 낙방하며 자존심을 구긴데다 세계 최강이라던 ‘고부가가치선 건조기술’ 경쟁에서 중국의 추격이 밀려오면서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새누리당)의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겠다”면서 이재성 사장을 앉힌 상황에서 유학중이던 아들 기선(31)씨가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하면서 또 재벌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이재성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라는 경영 슬로건에 맞춰 투자 여력을 높이고 있지만 과연 현대중공업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거대프로젝트 대우·삼성重 밀리고 재벌 세습논란
하청업체 산재은폐 의혹까지 겹쳐 ‘첩첩산중(疊疊山中)’


6조원 대 야말프로젝트 놓쳐

5일 러시아 현지 언론 및 관련업계 등은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발주처와 ‘슬롯레저베이션 협약(slot reservation agreement)’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일명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협약은 발주처가 수주 조선사에 독(dock)을 비워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우선협상대상자보다 진전된 단계를 의미한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총 3개국의 7개사(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STX조선해양,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러시아 국영조선소 USC)가 참여해 입찰 결과, 삼성중공업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유력한 수주 후보로 꼽혔다.

‘야말 프로젝트’는 러시아 민영 가스회사인 노바텍과 프랑스 토탈 등이 주도하는 액화천연가스(LNG)개발 프로젝트로 LNG 추정 매장량만 1조2,500억㎥에 달한다.

사업의 총 규모는 250억 달러로 50억 달러 규모의 아이스클래스급 LNG 쇄빙선 16척을 건조하는 세계 조선업계 최강 사업권은 이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에 조선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 20년 역사’에 금이 갔다. 문제는 업계 2위에 밀린 현대중공업의 수난사가 이번이 처음 아니라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에지나 유전 수주 직전 결과 역전


지난달 13일,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30억 달러짜리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수주가 유력했던 현대중공업을 막판에 제치면서 양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다.

5억5,0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에지나 유전은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45%, 토탈이 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토탈은 입찰 자격심사를 2009년부터 시작했다. 수주 직전에는 미국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의 조선사들이 참여했지만 초기부터 한국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양강 구도로 압축돼 현대중공업의 입찰이 유력시 된 상황이었다.

특히 해양플랜트의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현대중공업은 수주를 위해 최적의 조건을 제시했고 초기 여건 역시 현대중공업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사인 토탈은 앞서 2기 FPSO를 발주한 적이 있는 고객사였고 나이지리아에서 육상 플랜트 공사 경험도 있어 현대중공업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입찰 신청 이후 토탈은 “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겠다”는 뜻을 에지나 유전 사업승인권을 가진 나이지리아 국영석유공사(NNPC)에 제안했다.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본 계약만 맺으면 에지나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이 가져가는 상황이었다.

현대중공업으로 기울 던 수주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무렵이었다. 본 계약을 미루던 NNPC와 나이지리아 정부가 삼성중공업의 ‘현지화 전략’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부터다.

사업파트너인 토탈을 믿고 있던 현대중공업과는 달리 나이지리아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한 삼성중공업은 FPSO의 상당 부분을 현지에서 제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현지 업체로부터 부품 및 설비도 납품받겠다는 것. 나이지리아 정부 입장에서는 생산은 물론 고용 효과로 일석이조의 혜택이 있는 삼성중공업으로 기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토탈은 이에 “기술 경험이 풍부한 현대중공업이 낙찰되어야한다”면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나이지리아 정부가 선택한 것은 삼성중공업이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올 한해 수주목표액의 25%를 채우는 데 성공하며 현대중공업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입찰기간만 5년이 걸린 30억 달러 규모의 에지나 유전 개발도 놓친 현대중공업은 수주목표액의 10%가 넘는 금액을 놓치면서 내부에선 ‘현지화 전략에 소홀했다’며 지적을 받고 있다.



정몽준 장남 기선씨 재입사 논란


잇단 대형 프로젝트를 모두 놓친 현대중공업에 최대주주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장남 기선씨의 재입사로 재계 시선이 집중됐다. 기선씨는 2009년 1월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 7개월 근무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를 마친 그는 2011년 귀국해, 현대중공업을 사직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했다. 그런 그가 3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장으로 재입사에 또 다시 재벌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업계는 정몽준 의원이 경영체제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을 CEO로 내세웠지만 업계 2·3위에 대형 프로젝트를 빼앗기는 등 힘든 상황에 놓인 현대중공업에 ‘재벌 세습’은 시기적절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내놓고 있다.
다행히 1분기 유무형 자산 취득액이 3,04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34.2% 증가세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아직까지 전문 경영인인 이재성 사장의 투자 행보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선씨의 재입사가 안타까운 부분이다.

산재은폐 의혹까지 첩첩산중

여기에 지난 5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일어난 사내하청의 산재 106건에 해당하는 사례가 은폐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사내 관리자가 산재 은폐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당 은수미·장하나 의원과 민주노총,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내 하청 사업주와 사내 병원이 유착해 산재를 집단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지난 3월 12일부터 22일까지 울산 동구 지역 정형외과 10곳을 방문 조사하고 사례를 접수해 산재 은폐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산재를 당하고도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노동자 106명 가운데 97명이 사내 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9명은 정규직 노동자였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사내 병원들의 행태가 심각하다”며 “하청 노동자가 다쳐서 사내 병원에 가면 같이 간 관리자가 ‘집에서 개인적으로 다쳤다’고 허위 사실을 적도록 강요하고 사내 병원이 이를 용납한다”고 비판했다.

▲ 5일 국회정론관에서 은수미 장하나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등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사업주와 병원의 산재은폐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News1

이어 “노동자들은 관리자의 강압적인 태도로 아무 말도 못하지만, 차후 재발하거나 후유증으로 산재를 신청하려고 하면 초진 자료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산재를 신청하기 힘들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정규직의 경우 산재를 처리하면 3년간 인사고과에서 최하등급을 받고 연장 근로를 통제받는다”며 “게다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도입한 ‘산재 3회 이상 발생 하청업체 아웃 제도’는 산재 은폐 기재로 작동 한다”고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산재 은폐 사례 40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집단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나머지 66건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추가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에 현대중공업 측은 “부서장이나 협력업체가 산재를 은폐하면 오히려 적발해 처벌하고 있다”면서 “산재를 은폐할 이유가 없고, 안전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은폐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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