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역사소설 - 女帝 정희왕후⑤

황천우 작가 / 기사승인 : 2013-07-10 16: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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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 걱정일랑 조금도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 아주 잘 살 거예요.”



어머니를 통해 상궁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비록 남자가 닭띠고 여자가 개띠인 경우 사주가 썩 달가운 편은 아니나 당사자인 왕자 유가 정희에 대해 세세하게 이야기를 듣고는 그를 물리치고 혼인하겠다고 했다.


오히려 어떤 경우 간교한 인간들보다는 항상 주인에게 충직한 개가 좋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아내라면 당연히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좋겠다는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또한 쉬쉬하면서 나이 문제도 거론했다. 바로 진평대군(후에 진양대군을 거쳐 수양대군으로 책봉)으로 책봉될 왕자 유의 경우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여자를 배필로 맞이하겠다고 강력하게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정희는 그때서야 자신의 배필이 될 왕자가 이름은 유고 조만간에 진평대군으로 책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상궁들이 어머니에게 전한 이야기를 통해서 둘째 왕자의 사람 됨됨이도 전해 들었다.


정희 자신보다 한살밖에 많지 않지만 사주에 연연해하지 않을 정도로 영특하고 명민하며 용기도 가상하고 무예에도 탁월한 자질을 겸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문무를 고루 겸비한 재목감이라는 말이었다.


정희는 달리 생각했다. 그 모든 요소보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고 과감하게 개진하는 진정한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그를 전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걱정하는 부분, 전에 언니가 이야기했던 궁정 생활의 비극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희에게 있어 자신의 모습을 한번도 보지 않은 영웅호걸이 될 왕자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무되었다. 그것이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꼭 천생연분을 떠나서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에는 알지 못했는데 잠자리에 들면 기분이 마냥 싱숭생숭해지고는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길례와 갑득이 일전에 어두운 곳에서 이상한 행동을 했던 일이 연상되어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는 했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감을수록 그들의 환영은 더욱 또렷하게 머리를 파고들고는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숨도 가빠졌다. 전혀 얼굴을 보지 못했건만 늠름하게 생긴 모습이 시야를 아른거리면 그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이 벌렁거리고 얼굴은 괜스레 발갛게 달아올랐다.


한번 길례를 불러 무엇 때문인지 물어보고 싶은 호기감이 들었었다. 그러나 행여나 길례가 자신의 상태가 마치 길례와 갑득의 행동을 하기 위한 전초전이라 생각하고 그에 응답을 할까보아 혼자 속을 태우기만 했다.


네가 그리 생각하고 있다니 이 어미는 너무 고맙구나. 네 말마따나 다 팔자려니 하고 살도록 하거라.”


어머니의 얼굴이 근심 자체였다.


어머니는 왜 그리도 이상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계세요? 마치 제가 가서는 안 될 길을 떠나는 사람처럼 말이에요.”


어머니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으로 정희를 주시했다.


어머니, 제 걱정일랑 조금도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 아주 잘 살 거예요.”


말은 그렇게 자신 있게 했지만 막상 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 있었다. 단순히 길을 떠나는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까지 익숙하게 지내온 모든 것과의 작별을 의미했다. 또한 과거로부터 이어온 자신과의 작별을 의미했다.


동희 언니가 말했었다. 여자에게 있어 혼인이 주는 의미 아울러 정희의 경우 이제 혼인을 하고 나면 왕족의 일원이 된다고 말이다. 더 이상 평범한 여인이 아니라 정식으로 직급이 정해지고 그 틀에 박혀서 그야말로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생활해야 한다고 했다.


초야


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여러 사람이 자꾸 방안을 훔쳐보는 듯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흐릿한 초롱불 아래에 늠름한 낭군, 진평대군이 좌정한 상태에서 그들의 시선을 쫒아버리겠다는 듯 연신 밭은기침을 해댔다.


간간이 순임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정희보다 두 살 많은 여종 순임의 동반은 의도되지 않은 일이었다. 어떻게든 길례와 함께 길을 떠나려 했으나 길례의 간절한 눈빛, 갑득을 향한 애절함 때문임을 알고 있는 정희가 길례가 아닌 다른 여종, 순임과 함께 한양으로 향했다.


그 순임이 지금 방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는 듯했다.


집을 떠나 한양으로 가기 위해 조그마한 꽃가마 앞에 섰다. 앙증맞게 생긴 꽃가마에 시선을 주었다. 뒤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불시에 눈물바다가 이어졌다. 어머니, 동희 언니, 길례......


막상 굳게 마음먹고 길 떠나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던 각오가 봄 날에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의 눈물을 바라보자 그 눈물이 자신에게 옮겨져 자신의 눈에서도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눈물로 가려진 그 눈으로 아버지를 찾아보았다. 아버지께서 저만치에서 곰방대를 빨면서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계셨다. 의도적으로 자신을 가까이 하지 않으시려는 듯했다. 그런 아버지의 소리 없는 눈물이 짙은 연기로 변해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눈치를 주시자 마지못해하면서 정희의 등을 떠밀었다.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마를 향하던 시선을 돌려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순간 몸이 어머니에게 기울었다. 어머니도 마치 그런 행동을 기다리기나 했었다는 듯이 정희의 몸을 감싸 안았다.


아버지의 탄식 소리가 울음을 가르고 전달되었으나 한동안 모른 척했다.


갈 길이 머니 어서 서둘러야 하는데 뭐하는 거요!”


기어코 아버지의 말씀이 흐릿하게 전달되었다. 이제는 정희 자신이 서둘러야할 듯했다. 어차피 떠나야 할 길이라면 빨리 떠나 주는 일이 남은 사람이나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 제 발로 가마 안으로 들어섰고 힘들게 좁은 가마 안에 자리 잡기 무섭게 공중으로 뜨고 있었다. 일순간 작은 몸이 작은 공간으로 부딪쳤다. 부딪치면서 일어난 조그마한 둔탁한 소리가 마치 서둘러 자리를 뜨라는 신호로 받아들인 듯 가마꾼들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가마 밖의 모습이 보일 턱이 없으나 마치 눈에 보이는 듯했다. 어머니와 동희 언니, 그리고 그 뒤 한쪽에서 아버지께서 자꾸 손을 흔들고 있을 듯했다. 그를 생각하며 가만히 손을 들어 사각의 가마를 만져보았다. 딱딱했다. 순간 자신이 그 곳에 갇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일어났다.


문득 일전에 보고는 했던 꽃상여의 모습이 떠올랐다. 돌아가신 분을 딱딱한 관에 누이고 그리고 상여 위에 올리고는 그 위에 꽃을 꽂았다. 죽음이 미워서, 보기 싫어서 일부러 꽃으로 장식했다고 생각했다. 바로 자신이 그런 입장에 처해진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운 생각이었다.


생전 타보지 않았던 가마를 타서, 아니면 가마가 출렁거려서 그런지 자꾸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구토가 날 것만 같았다. 창가로 기댔다. 얇은 천이 창문을 막고 있었다. 그 천을 살짝 들쳤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로 다가왔다. 곁에서 걷고 있는 순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고 그 너머로 초록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었다.



서방님, 진평대군의 가슴이 쿵쾅거리는 듯했다. 그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쿵쾅거리는 소리는 진평대군에게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바로 정희 자신에게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를 깨닫자 머리를 숙였다. 행여나 그 소리를 진평대군이 들으면 어쩔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연신 헛기침만 해대던 진평대군이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려 있는 초롱불로 다가가서는 거침없이 꺼버렸다. 일순간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쿵쾅거리는 소리도 어둠 속에 잦아들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곁눈질로 진평대군을 바라보았다.


한양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생전 그렇게 먼 거리를 나서본 적이 없어서, 혹은 사각의 좁은 공간에서의 정체되어진 시간으로 인해 더욱 길게 느껴졌는지도 몰랐다.


이틀을 역관에서 보내고 그 날도 벌써 반나절을 가마 안에서 보내고 있었다. 진행하던 가마가 멈추어 섰다. 가만히 천을 들추자 눈앞으로 파란 강물이 펼쳐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듯했다.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순임이 다가와서 천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씨, 이제 내리셔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합니다.”


강을 바라보는 순임의 표정이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았다. 저도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정희 자신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정희 자신보다 더 착잡할지 모를 일이었다.


행여나 길례의 경우처럼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괜스레 얼굴이 발개지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디지?”


가마에서 내리면서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저기 앞에 보이는 곳이 마포 나루터래요.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강을 건너야한대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마꾼들이 엉기적거리며 주위에서 물러서고 있었다.


순임이 이야기한 한양 방면을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강 너머가 너무 어지러웠다. 그러기를 한 순간 강 건너에 있는 사공이 정희 일행을 발견하고 여유 있게 노를 저어 다가서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지금 지나쳐온 곳이 얼마인지 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공허한 생각이 일어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멀리 바라보이는 산 정상을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순임아, 이제 이 강을 건너면 우리 집과는 이별이네.”


자신의 마음, 아니 순임의 마음을 떠보고 또 순임으로부터 자신의 아쉬움을 위로 받고 싶었다.


아씨, 아니 이제는 아씨 마님이지. 저는 아씨 마님만 같이 있으면 고만이에요. 그러니 아씨 마님이 계신 곳이 쇤네의 집이지요.”


그 주인의 그 하인이었다. 당돌하기가 그지없다. 아니 그것이 바로 현실을 냉철히 직시하는 현명한 방식일 터였다.


그래, 우리 둘이 오순도순 살아가자꾸나.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말이야.”


순임의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이 길을 자신 혼자만 가고 있지 않았다. 바로 순임이라는 당돌하지만 자신을 철저하게 보필하는 시녀가 함께 하고 있었다.


배가 다가오자 저만치 물러서 있던 가마꾼들이 다가왔다. 정희가 가마꾼들에 앞서 배에 올랐다. 배라기보다는 그냥 나무로 엮어 만든 뗏목이었다. 그것이 가마꾼들에게는 훨씬 이로운 모양이었다. 가볍게 가마를 뗏목위에 올려놓고 저들끼리 한군데로 몰려갔다.


서서히 뗏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가라앉을 듯 불안해 보이는 뗏목이 그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서히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갔다.


초롱불을 꺼버린 서방님의 기척이 가까이서 느껴졌다. 마치 서방님의 숨결이 얼굴에 와서 부딪치는 듯했다. 그를 느끼자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려들었고 눈을 뜨고 있건마는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진평대군이 정희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번 헛기침을 해대더니 과감하게,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탓으로 그의 손길이 정희의 몸으로 다가왔다.


순간 움찔 거렸다. 진평대군의 손이 닿은 곳은 머리에 쓰고 있는 족두리가 아니라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는 뺨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독감에 걸려 열이 오르고 있는 중인지 정희의 볼이 뜨겁게 느껴졌던, 혹은 진평대군의 손 역시 뜨거워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정희가 움찔거리자 순간적으로 진평대군이 손을 거두었다. 잠시 조용한 한숨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손을 거두어들인 진평대군이 다시 한 번 크게 호흡했다. 잠깐 동안 적막감이 방안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기를 잠시 후 전광석화보다 빠르게 서방님의 손이 파고들었다.


이전에 마을에서 보았던 혼인식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 일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웅장했고 또 그 규모에 맞게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넓은 마당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바라보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전에 정희가 아니었다. 당돌함은 저만치 사라지고 오로지 수줍음만이 고개 들었다. 군중을 바라보자 이상하게도 외로움과 고독감이 찾아왔다. 수많은 군중에서 자신만이 외떨어져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는 중에서도 제정신으로 그를 바라볼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서방님이 되실 분, 진평대군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 분이 나타나서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주리라는 생각으로 서방님의 모습을 그리며 초조함을 달랬다.


본격적으로 혼인식이 거행되자 잠시전의 불안감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본래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일이 진행되기 전에 일어났었던 호기심에 따른 불안감은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이 사라져버렸고 어떡해하면 자신의 존재를 많은 사람들에게 확고하게 심어줄 수 있을까하는 자신감이 온몸을 감쌌다.


또박또박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일순간 그 자리에 모여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걷고 있는 땅바닥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자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서 어머니를 생각했고 동희 언니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히려 옆에서 시중들고 있는 순임이 떨고 있었다.


시선을 슬쩍 순임에게 돌리려고 하는 순간 단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 사람이 자신의 서방님이 될 진평대군임을 확신하자 숨이 막히는 듯했고 시선을 땅으로 떨구었다.


단을 앞에 두고 진평대군과 마주 섰다. 자꾸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당당하고자 했던 마음이 다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별 문제 되지 않았으나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할 서방님의 경우는 달랐다.


자꾸 옆에서 누군가가 뭐라고 말을 하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결국 혼인식이 모두 끝날 때까지 다른 사람의 얼굴은 물론이고 서방님의 얼굴도 바로 보지 못했다.


세상이 휘황찬란한 빛으로 가득 들어찼다. 마치 그림으로 보았던 무릉도원의 세계, 인간의 세상이 아닌 듯 온통 무지개가 널려있었다. 그 속에서 까닭 모를 전율이 온 몸을 휩싸고 있었다.


한순간 그 속에서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힘차게 발을 구르자 그네가 무지개를, 구름 속을 비집고 솟아올랐다. 저 멀리로 어머니와 동희 언니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잠시 쉬기 위해 힘을 빼자 그네가 다시 구름 속을 빠져나와 또 다른 무지개 속을 파고들었다.


시어머니


시어머니께서 공비에서 왕비로 개봉 되던 날 진양대군과 함께 궁궐을 찾았고, 행사를 마치자 서방님과 함께 집으로 향하려는 중에 한 여인이 다가왔다.


대부인 마님, 소인 왕비전 김 상궁이라 하옵니다.”


자신을 김 상궁이라고 소개한 여인이 소헌 왕후께서 정희를 찾는다는 전갈을 가지고 왔다. 진양대군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바라보았다.


어머니께서 부인에게 하실 말씀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어서 가보세요. 나는 궁궐에서 남은 일을 더 할 터이니 이따 저녁에 집에서 만납시다.”


대군도 같이 가시지요.”


아니요, 어머니께서 특히 부인에게 하실 말씀이 있는 듯하오.”


미소 짓는 진양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김 상궁의 안내로 왕비전에 이르자 시어머니 홀로 자리하고 계셨다. 그런 날이면 으레 많은 축하객들로 인해 내전이 차고 넘칠 터인데 홀로 있는 모습이 다소 이상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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