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두환 전 대통령과 선긋기 이면 물타기 의혹도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어느덧 취임 150여일을 넘긴 박근혜 정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에 속도를 내는가 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도 강한 비판을 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역대정권과의 대립각 세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의 미납된 추징금 1,600여억 원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지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음을 놓고 볼 때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읽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이같은 행보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쏠린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난공불락 ‘전두환 추징금’…전액 환수 될까
박 대통령이 역대 정부와의 차별화를 두드러지게 강조한 부분은 단연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의지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도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 못하고 이제 와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일명 ‘전두환 특별법’이라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검찰 조사 역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은 공무원이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을 끝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몰수·추징 시효를 기존 3년에서 10년까지로 연장하고 추징금 납부 의무를 친인척까지 확대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정치컨설턴트 이재관 마레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그동안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조사가 법률적 근거가 없다보니 정치적으로만 접근해왔던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적 공감을 얻어냈고 이를 통해 여야합의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이 새롭게 개정되면서 올해 10월 추징 시효가 완료될 예정이었던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1,673억 원은 2018년까지로 연장됐으며 조세피난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로 세금 탈루 의혹에 휩싸였던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 등 전 전 대통령의 일가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됐다.
과거 ‘전 재산 29만원’ 어록을 남겨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이 16년 만에 속속 파헤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특별집행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지난 16일 서울 연희동 자택을 비롯한 장남 재국 씨가 운영 중인 시공사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해 미술품 수백여점을 확보한 상태다.
해당 미술품은 이대원, 박수근, 천경자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도자기와 불상 등 진품일 경우 수백억을 호가한다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미술품 외에도 연희동 자택과 전재국 씨 소유의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 수도권 일대의 건물을 포함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와인 양조장 등 부동산 규모만 1800여억 원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최소 3,000억에서 최대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검찰의 광범위한 압수수색이 진행될수록 전 전 대통령이 자진해서 추징금 전액을 납부하리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16년간 해결하지 못한 전두환 추징금을 본격적으로 환수 조치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박 대통령이 과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풀리지 않는 ‘앙금’이 작용한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있다. 2007년 출간된 박 대통령의 자서전에는 ‘청와대를 나온 이후 정권 차원에서 아버지에 대한 매도가 계속됐다. 우리 3남매는 부모님 기일을 포함한 어떤 공식 행사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 전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정통성을 살리고자 박정희 정권을 폄하하며 매도에 나섰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퍼스트레이디로서 청와대의 ‘공주’로 칭송받던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운명을 달리하며 정권의 매몰찬 외면을 받던 시절, 그 중심에는 바로 전 전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간직한 박 대통령은 2004년 8월 한나라당 대표 취임 후를 마지막으로 전 전 대통령과 담쌓기에 나섰고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택은 발길을 했지만 연희동 자택은 찾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 등 돌리기인가
2012년 대선 당시 ‘이명박근혜’로 정권이 이어진다며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야당이 한 목소리로 부르짖었지만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단번에 이별을 고한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의 최대 공약이었던 ‘국토대운하’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4대강 살리기’로 우회를 한 것에 대해 감사원은 당초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결과라며 이 전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고 사업을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0일 감사원은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수심이 5~6미터 정도 되도록 하라”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내용까지 공개하며 감사결과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했다.
특히 이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라고 본다”며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전모를 확실히 밝히고, 진상을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거센 비판을 가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무리하게 추진 되서 국민 혈세가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문제가 있음을 꼬집었다.
감사원의 발표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11일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며, 이 전 대통령도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고 밝히며 “4대강 살리기가 그 본질을 떠나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명박 정부 당시 ‘녹차라떼’ 논란을 일으켰던 4대강 사업은 여러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 감사원은 2011년 1월 1차 감사결과를 통해 ‘별다른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월에는 입장을 번복하며 ‘총체적 부실’이라고 180도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은데 이어 3차 감사결과에는 ‘대운하를 위한 초석’이라고 결론지으며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
이에 정치컨설턴트 이재관 마레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대운하 사업은 여야의 지지 여부를 떠나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사업이었다”며 “한 기관이 같은 조사 대상을 두고 정권이 바뀌면서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은 감사원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를 확실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의 ‘정권 눈치 보기식 감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만 감사원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한다는 점만은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4대강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원전비리와 관련해서도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역대 정권의 책임임을 표명했다. 지난 6월 11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원전비리를 비롯한 문제들은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쌓여 왔던 문제다. 앞으로 원전부터 시작해서 과거부터 쌓여온 국민들의 불신들에 대해 과감하게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달 9일에는 “이번에야말로 과거의 원전비리를 발본색원해 원전업계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하지만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역대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은 앞으로 현 정부가 안고 가야할 문제점들을 지우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덮으려는 물타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7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서 전화연결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인해 모든 현안이 덮여버린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가 국면 전환에 아주 능수능란하다”고 평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은 굉장히 잘 한 일이지만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 특위가 움직이려고 하자 관심이 압수수색으로 쏠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국조를 통해 보다 면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주부터 국정원 국기문란 국조가 본격화된다”며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고 경찰이 이를 은폐했다. 이를 덮기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국정원이 부당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또 “회의록이 새누리당에 유출돼 핵심실세가 대선에 활용했다는 것이 사실상 이미 확인됐다”며 “이번 국조를 통해 더 분명한 진상 규명이 있길 바란다”고 입장을 표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출범을 알렸지만 증인 채택과 국조 범위 등 나머지 쟁점에 대해선 여야 간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과 대화록의 행방,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검찰 조사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쏟아지면서 박 대통령과 결코 무관하다 할 수 없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자칫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농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시사평론가 이동형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 자신은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걸 믿는 국민은 없다”고 지적하고 “박 대통령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어쨌든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빼기를 시도하며 국정원 스스로 개혁하라고 지시한 것은 국정원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박 대통령은) 마땅히 국정원에 대해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고 물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박 대통령 스스로 국정원 사태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나 그렇게 되면 정권의 정통성에 문제가 가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4대강은 원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인데 이명박 정부에선 한 번도 지적되지 않았던 것이 왜 갑자기 바뀌었는가”라며 반문했다.
역대정권과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전 대통령들의 책임론을 강조하는 취임 초기 박근혜 정부의 ‘제 색깔 찾아가기’가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심 가득한 눈빛을 거둬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부산 덕포동 중흥S클래스 건설현장서 화재 발생...검은 연기 치솟아 [제보+]](/news/data/20220901/p1065590204664849_658_h2.jpg)
![[포토] 제주 명품 숲 사려니숲길을 걷다 '한남시험림'을 만나다](/news/data/20210513/p1065575024678056_366_h2.png)
![[포토] 해양서고 예방·구조 위해 '국민드론수색대'가 떴다!](/news/data/20210419/p1065572359886222_823_h2.jpg)
![[언택트 전시회] 사진과 회화의 경계](/news/data/20210302/p1065575509498471_939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