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 폭력, 대물림 악순환…비겁한 반사회적 행위”

최영인 한국범죄학 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13-08-14 10:38:38
  • -
  • +
  • 인쇄
최영인의 뉴스IN 4대악 근절 기획시리즈 ‘가정폭력’(2) 가정폭력 상담 4만8천여건에서 9만5천건으로 급증
대법원의 轉向的 ‘남편의 강간’ 판결 공권력 예고편

부부간 폭력 용납되는 사회환경 강력하게 제어해야
아동학대 철퇴를 ‘복지적 치유적’ 방안 총력 투입을

-사진은 해당기사와 관련없음. ▲ @Newsis

[일요주간=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 ● ‘가정폭력’5년 사이 2배로 급증

가정은 국가의 근본이자 제일 중요한 기본 단위이다. 가정의 행복은 모든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의 기본을 튼튼히 하기 때문에 국가의 발전은 물론 선진국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지도록 만드는데 근본적인 힘이 된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4대악의 하나로서 가정폭력을 지정한 것은 이와 같은 가정의 중요성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가정의 행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여왔다.

특히 정부는 가정의 안정성과 행복과 관련한 업무를 주도하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여성가족부를 만들어 운영하여 왔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및 가정과 관련한 국가정책이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가정의 평화와 행복 및 가족 구성원 전체의 기쁨이 배가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고자 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의 4대악에 가정폭력이 들어간 것을 보더라도 오랜 시간 가정이 학대와 폭력의 장소가 되어 왔고, 이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2008~2012년 5년간 여성긴급전화(1366)에 접수된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4만7760건에서 9만4985건으로 2배가 늘어났다고 한다.

최근에 대법원에서 국내 최초로 부인에 대한 남편의 강간행위에 대해서 유죄확정판결을 내린 사건이 있었는데 이 한 사건만으로도 우리 가정이 이제는 평안과 안식의 장소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해당 사건에서 남편측은 부부간의 성관계 중에 약간의 폭력이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부인 측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강간 범죄를 남편이 저질렀기 때문에 유교적 관점이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형벌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법원의 판결은 결과적으로 부부간에 발생하는 강간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판결을 뒤집는 상황이 되었다.

법원에서 남편에 의한 부인 대상 성폭력을 강간으로 인정하였다는 것은 더 이상 가족 간의 폭력행위에 대해서 인정하거나 이해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또한 직접적으로 가정폭력에 대해서 정부나 공권력이 나서서 발본색원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법조계에서는 가정사에 너무 깊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가정 내에서의 폭력에 의해 영혼이 황폐화 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식의 방관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신적 후유증’ 육체적 고통 그 이상

가정폭력의 발생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무엇보다도 술을 마시고 가정 내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알코올 중독에 의한 가정폭력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피해자의 육체적 고통이 최소한 수개월에서 심할 경우 사망하기 직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또한 육체적 고통보다 더 오랜 기간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은 정신적, 정서적 측면에 있어서 받게 되는 악영향이다. 때문에 가족 내에 알코올중독인 사람이 있을 경우에 이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코올중독 치료를 해주는 공적인 치료복지사업의 확대와 지원을 위한 재원의 마련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알코올에 의한 폭력이 무서운 것은 흉기난동 등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심한 폭력의 행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정폭력 피해자가 큰 부상이나 사망에 이른 이후에도 가해행위의 심각성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큰 상처와 비극의 아픔을 남기게 된다.

최근 들어 정부에서도 주폭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과 함께 가족을 대상으로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이나 여성을 형사 처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처벌받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자 환경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만 한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부부간의 심각한 갈등으로 인한 폭력이다. 이전에는 주로 남편이 부인을 일방적으로 구타하는 유형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부인에 의해서 남편이 심각하게 매 맞는 유형도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절대적인 피해자의 숫자에 있어서는 여성이 압도적이기는 하나 남성도 매를 맞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음을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부간의 폭행이나 폭력행사에 대해서 존속폭행이나 존속상해로 처벌하고 있으며, 이는 형법상의 가벌적(可罰的)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분관계에 의한 처벌의 강화가 법으로 엄연하게 존재한다 하더라도 부부간의 폭력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부부간의 폭력은 일반적인 개인 간의 폭력과는 성격이 다르다. 여성계에서는 남성우월적 사회현상의 대표적 내용으로서 남편에 의한 부인대상 폭력을 들고 있을 정도로 비인격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라 해서 심한 비난을 하고 있으며, 역시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부부간의 폭력은 가장 비겁한 반사회적 행위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남편으로부터 심한 구타와 가혹행위를 받는 부인들이 이를 신고하지 않거나 또는 그냥 넘어가려는 속성이 있다는 점이다. 부인 입장에서 남편을 고소함으로써 이혼까지 이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러한 이유로 남편에 의한 폭력을 신고하지 않는 행위는 오히려 폭력의 강도를 높이고 본인은 물론 자녀나 다른 가족들이 파생적으로 폭력의 피해자가 되도록 확대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남편에 의한 가정폭력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함은 물론 여자라고 해서 맞고 넘어가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용납되는 사회 환경을 지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부부간에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가중처벌뿐만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가정폭력예방교육을 장시간 듣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만 하며, 관계 기관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을 통해 강제력을 통한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직접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부부간의 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되고 있고 실제로 다양한 유형의 매 맞는 여성들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해 사회가 숨기기보다는 정확하게 이야기 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이뤄진 부부관계 속에서 폭력이란 요소는 절대적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대상임과 동시에 가장 치졸한 행위임을 다시금 밝히고자 한다.

● 부모가 원수보다 더 못할 수도

이와 함께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으로 부모에 의한 자녀대상 폭력이 있다. 역시 전통적인 가정폭력의 한 유형이자 많은 아동들이 부모의 학대행위와 폭력행위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습적으로 자녀에 대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하여 친권을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미국식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필자도 현장에서 피해 아동들을 접하면서 부모가 오히려 원수보다 더 못한 존재인 경우를 자주 확인할 수 있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다양한 형태의 모든 폭력은 해당 아동들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외상(트라우마)를 남김으로 인해 왜곡된 자아상과 낮은 자존감을 갖게 한다.

이는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 자신의 자녀에게 역시 폭력을 행사하는 악순환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으로 해결해야 할 대상에 포함된다.

부모에 의한 폭력을 견디면서 자신은 성인이 되면 더 이상 같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그러한 폭력을 행사하던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를 폭력의 대물림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가족학이나 복지학에서 주요한 문제적 이슈로 보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정상적인 사회성이 부모의 폭력으로 인해 형성되지 못함으로 인해 영구적으로 사회 내의 실패자가 되어 고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여성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성매매와 같은 잘못된 행위로 빠지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부모에 의한 자녀대상 폭력을 교육수단이나 훈육의 방법쯤으로 여기는 잘못된 사회적 시각과 생각을 고쳐야함은 물론 자신이 낳고 키운 자녀라고 해서 소유물로 생각하여 막 해도 된다는 식의 사고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가정폭력에 관한 대안들은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고, 그럴싸한 내용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명쾌한 대안으로 정립된 내용은 사실 없는 상황이다. 극약처방이나 온정주의적 접근을 하고자 하는 경우 모두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극렬한 저항이나 항의로 인해 그 실효성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새정부가 추진하는 4대악 척결 사업방향에 가정폭력이 들어간 것은 분명히 잘 된 일이며, 이번 기회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각 기관과 사회구성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으로 인해서 집을 나온 여성과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자활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복지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며, 가정폭력으로 인해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이 다시금 학교로 돌아가 편안하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복지적 차원의 지원도 역시 뒷받침 되어야만 할 것이다.

말로만 가정폭력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의지의 피력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실질적으로 가정폭력으로 인해 고통 받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부분을 경청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이제는 가정폭력의 근절을 위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수단을 동원하여 효과적으로 문제의 근본을 찾아내어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정폭력은 우리 사회의 근본을 뿌리째 흔드는 행위이기에 본 필자는 가정폭력예방을 안보적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의 행복을 지킬 수 있어야 사회구성원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으며, 나라가 튼튼해지고 구성원들이 국가라는 틀 안에서 안전하게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를 외부의 적을 막는 것만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가정폭력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국가의 체제와 틀을 견고하게 만드는 안보를 위한 근본적인 조치로 이해해야만 한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만이 가정폭력을 영구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사회적 요구인 것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