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한길號 후퇴냐, 전진이냐…민심읽기 고심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08-27 10: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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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 3.15 부정선거 발언 논란…與 ‘대선불복’ 반발
▲ @Newsis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민주당이 서울광장에 친 천막을 걷기는커녕 오히려 불을 붙인 모양새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가 총 53일간의 여정을 마쳤지만 마지막까지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산보고서 채택마저 무산되며 국조 ‘무용론’까지 떠오른데 대해 민주당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당 내에서도 야당의 역할과 민생을 위해 국회로 돌아갈 시점이라는 온건파와 국정원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단식투쟁까지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김한길 대표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국정조사가 남긴 것

지지부진하기만 했던 53일간의 여정이었다.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잰걸음을 하며 국정원 댓글 의혹의 진상규명보다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증인채택과 청문회 언론공개 여부 등에서 연이은 마찰을 빚으며 파행과 막말을 오갔으며 지난 23일 결과보고서 채택마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종결됐다.

새누리당은 서로 간 의견 차이를 보이는 만큼 양 측의 입장을 실을 것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한다고 그걸 5대5로 실어야 겠느냐’며 끝까지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기간 내내 새누리당에 끌려 다니기만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증인채택에서도 민주당은 ‘원판김세’ 즉 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를 주장했지만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했고 1차 청문회에서는 원-판의 증인선서거부까지 나왔음에도 강경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증인심문 역시 새롭게 부각된 내용 없이 하나마나한 질문들로만 일관해 조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들어야했다. 민주당이 남긴 성과라고는 ‘김용판 전 청장의 지난해 12월 15일 점심식사’가 전부였을 뿐이다.

싸움의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었다. 2차례 이어진 청문회는 막말과 고성의 향연으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광주경찰 발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거듭된 막말은 국회 윤리위에 제소까지 논의된 상황이며 2차 청문회에서 국정원 직원의 신분노출을 막기 위해 설치된 가림막은 예상답변서 논란까지 낳았다. 결과적으로 53일간의 국정조사는 여야 간 첨예한 대립과 막말로 점철되며 오히려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대선 불복?

국정조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민주당은 결국 청와대까지 올라갔다. 21일 국조특위 야당위원들은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공개서한’을 들고 책임론을 외쳤다.

야당 위원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6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게 돼 있다”며 “대통령께서 헌법수호의 최고책임자인 만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야당위원들은 대통령께 이에 대한 입장과 책임을 요구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더불어 김무성, 권영세 증인채택 및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재발방지대책 마련, 국정원 개혁, 특검수용 등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문제가 된 것은 ‘3.15 부정선거’ 언급이다. 야당위원들은 “박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의 정신을 기리는 3.15 민주묘지를 참배한 바 있다”라며 “3.15 부정선거가 시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근간을 위협하는 발언이라며 결국 ‘대선불복’ 행태라고 비난했다. 같은 날 김태흠 대변인은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고, 선거에 불복하고 싶은 심정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런 민주당의 의도를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도 “작년 대선을 부정선거에 비교하는 것은 박근혜정부를 탄생시킨 대한민국 국민을 모독하고 대선불복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낸 헌정 질서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청와대 측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23일 “금도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언급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여의도의 ‘평행선’

국정조사를 거치면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한 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으면서 교차로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노숙까지 불사하겠다며 추석 이후까지도 장외투쟁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크게 개의치 않으며 처음부터 일관되게 ‘국회복귀’를 주문하고 있다.

23일 김한길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제4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그날까지 김한길이 광장에서 노숙하면서 천막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새누리당이 ‘억지로라도 국정조사만 끝나면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완전히 틀렸다”면서 “우리의 투쟁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장기화 선언에 새누리당은 결산국회 일정 통보로 맞받았다. 8월 결산국회를 위해 국회 상임위원회를 단독으로 개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를 26일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에 대해서도 소집 요구를 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여당의 통보에 ‘국회파행’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현안논평에서 “새누리당이 사실상 단독국회를 하겠다고 하고 부실심사를 공언하고 나선 것과 마찬가지”라며 “야당과의 일정협의 없는 새누리당의 단독국회와 부실심사 협박은 국회를 파행시키려는 어설픈 전략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광장의 강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정기국회 일정을 포기하거나 보이콧하지 않는다”면서 “정기국회는 야당의 1년농사고 가장 강력한 대정부 견제수단이며 국회의원의 의무임을 민주당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투쟁 의지를, 게다가 어느 한 곳도 부족함이 없이 할 것임을 밝혔지만 사실 국회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반드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국회 본연의 업무 추진에 차질을 준 것만은 아니겠으나 지금처럼 여당과 야당이 첨예하게 기싸움을 이어간다면 어느 한쪽의 제안에 다른 한쪽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고개 드는 ‘박근혜 책임론’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재차 주문하고 있다. 일련의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언급이 있지 않고서는 천막을 결코 걷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대표는 “총체적 국기문란의 진상을 밝히고 투쟁을 흔들림 없이 전개해야 한다”며 “민주주의 회복에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장외투쟁의 명분을 되새겼다. 즉 민주당의 장외투쟁의 명분은 ‘민주주의 수호’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의 침묵 커튼과 새누리당의 거짓 장막이 걷히지 않는 한 민주당은 결코 진실의 천막을 거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내활동과 함께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며 “단기간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광장에 천막을 치며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던 김한길 대표는 청와대가 5자회담으로 되받자 거절한 바 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박 대통령도 민주당의 거듭된 입장 촉구에 결국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26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작금에는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저는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정원 조직개변을 비롯한 국정원 개혁은 벌써 시작됐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정원을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장외투쟁 26일여 만에 얻어낸 청와대의 공식 답변에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는 김한길 대표의 고민에 달렸다. 앞서 국정조사 때도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한 만큼 투쟁의 강도를 높여야한다며 단식투쟁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이제는 ‘민생돌보기’에 나서야 할 때라는 온건파의 대립에서 김 대표는 강경파의 의견을 따랐다.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원’ 언급이 있기는 했지만 민주당이 장외투쟁에서 내건 3가지인 ▲박근혜 대통령 사과 ▲국정원 개혁 ▲남재준 해임 등에서 볼 때 아직 한 가지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8월 결산국회와 9월 정기국회, 10월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국회에 할 일이 쌓여있는 상황 속에서 여당의 연이은 압박공세에 야당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심읽기’에 고심하고 있는 김한길 지도부의 주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일지>

7월 2일 국정조사 승인안 본회의 통과
9일 정문헌,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특위 사퇴
12일 새누리당 ‘귀태’ 발언 문제 삼아 의사 일정 중단
17일 김현, 진선미 민주당 의원 특위 사퇴
18일 실시 계획서 채택
24일 법무부 기관보고
25일 경찰청 기관보고(댓글 삭제 동영상 공개)
새누리당,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 주장하며 무기 연기 선언
26일 국정원 기관보고 파행(남재준 국정원장 불출석)
28일 여야,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 합의
29일 국조특위 증인, 침고인 명단 채택 불발
건성동 새누리당 간사 지역구행
31일 민주당, 장외투쟁 선언
8월1일 민주당, 서울광장에서 의원총회
3일 민주당,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대국민보고대회’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촛불 집회
5일 국정원 기관보고(비공개)
7일 오후2시 증인 및 참고인 청문회 일정 의결
12일 국조특위 활동기간 연장 안건 가결
14일 1차 청문회(원세훈, 김용판 불출석) 파행, 동행명령장 발부
16일 1차 재청문회(원-판 출석, 선서 거부)
19일 2차 청문회(증인 26명, 참고인 6명 출석), 가림막 등장
21일 3차 증인심문, 야당 단독 진행
23일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채택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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