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천막당사 시민들 반응은?...“광장에 나온 다고 국민들 목소리 듣나”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09-13 03:33:00
  • -
  • +
  • 인쇄
[현장스케치] 시민들 반응 없고 냉랭한 분위기만
▲ 서울광장 하늘에 민주당의 의지가 나부끼고 있다 ⓒ일요주간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민주당이 국민들과 뜻을 함께 하겠다며 거리로 나선지 한 달하고도 열흘이 넘었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 국회를 뛰쳐나와 거리의 뙤약볕과 싸워가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투쟁 아닌 투쟁의 길을 택한 제1야당을 두고 갖가지 해석만 난무했다. 속절없이 여당에 끌려 다니기만 한다는 비난도 있었고 국회의원의 본분과 책임을 망각한 거리정치라는 손가락질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국정원 개혁을 위한 촛불의 힘을 응집하는데 기여했다는 평도 따른다.
시작은 있었지만 끝이 없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결연한 의지로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이 있기 전엔 천막을 결코 걷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렇게 여름은 지나갔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하늘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던 12일, <일요주간>은 서울광장에 마련된 민주당 천막당사를 찾아가봤다.


시청역에 내려 횡단보도 앞에 서자 길 건너 시청건물과 함께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개혁! 이기는 민주당!’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민주당의 상징과도 같은 노란색을 벗어던지고 파랑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만큼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서울시청에는 추석을 맞아 전국각지에서 올라온 팔도특산물행사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장의 테두리를 둘러 팔도특산품을 전시하는 천막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시민들의 흥도 민족 대 명절 한가위를 앞둔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그리고 그 한쪽 구석에는 민주당의 파란 천막이 자리 잡고 있었다.

▲ 12일 팔도특산품행사가 열리고 있는 광장의 모습 ⓒ일요주간

천막 당사에 들어서자 꾸벅거리며 졸고 있는 어느 기자 한명과 몇몇 의원들과 보좌진, 그리고 당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늦은 점심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들에 손에 들린 책은 기자가 방문한 당일인 12일 출판기념회를 연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저서인 <국정원을 말한다>이었다.

박병석 의원과 박영선 의원, 문병호 의원이 당사 안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박병선 의원은 박영선 의원에게 검은 표지로 장식된 신경민의 책를 내밀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기자가 다가가 인터뷰를 부탁했다. 박병선 의원은 기자에게 박영선 의원과 문병호 의원을 가리켰고 기자는 다시 두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박영선 의원은 말끝을 흐리며 “괜찮다”고 했고 문병호 의원이 기자를 불러들였다.

▲ (사진 왼쪽부터) 박병선 의원, 박영선 의원, 문병호 의원 ⓒ일요주간
시청 앞을 지나는 국민들의 냉랭한 반응에 대해 물었다. 문 의원은 “(국민들의 관심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항상 고조될 순 없다”면서 “이석기 사건 때문에 소강상태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빨리 국회로 들어가란 분들도 많고 격려성 말씀들도 많다. 민주당사를 찾는 분들은 그래도 더운데 고생한다면서 힘을 주시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히, 집요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만 먼저 개최한다고 밝힌데 따른 의견도 물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먼저 매듭지어야 하지 않겠나”면서 “아무것도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국회로 돌아갈 순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서 사과를 하시거나 특위라도 만들어지고 의지라도 보여야 협력할 수 있다”면서 “전면적으로 성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1야당과 대통령의 영수회담과 관련되어서는 “(국정원 개혁 등) 성의 있는 답을 해야지 밥만 먹고 얼굴만 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마침 이날(12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4주년을 맞아 노무현재단이 주최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기자도 행사장을 방문했다 온 참에 문병호 의원에게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 물었다. 문 의원은 “(민주당 장외투쟁에) 신뢰를 보내실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인권변호사 출신이시기도 하고 무엇보다 원칙을 중시하시는 분이었다. 권력기관(국정원)의 잘못된 행태는 강력하게 개혁하자는 의지를 보이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가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번에도 이쪽은 찍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천막 안 한쪽에 마련된 프레스석에 앉아 자리를 정돈하며 천막당사 안을 훑어봤다. 중앙에는 의원들이 앉아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 왼쪽에는 일반 시민들의 자리가, 오른쪽에는 프레스석이 있고 뒤편에는 컴퓨터 기기와 각종 홍보물이 보관돼 있는 창고 용도로 쓰이는 듯 했다. 그리고 당사 앞에는 시민들의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프레스석에 앉아 밖을 보니 대다수의 시민들이 민주당사에 눈길을 주는 시간은 2~3초에 불과했다. 눈빛에는 약간의 호기심, 그리고 무관심이 읽혔다.
▲ 천막 당사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일요주간

지나가는 시민들 몇몇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다. 익명을 요구한 67세의 할아버지 한 분은 간단명료하게 “여아 간 빨리 합의해서 끝냈으면 좋겠다”는 한마디만 남겼다.

70대 중반의 남성은 “밖에서 투쟁하는 것 보다 국회로 돌아가서 법과 질서에 맞게 해야 된다고 본다”고 지적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야당의 회담제의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사 앞에 마련된 서명운동 테이블을 서성거리던 할아버지 한분은 “정치는 다른 게 없다.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어야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젊은 층의 반응도 냉담하기만 했다.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시청 앞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별로 살갑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 나와 있다고 해서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거리투쟁이 (국정원 개혁, 민주주의 수호 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는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시민 대다수는 민주당이 거리로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그 방법과 지나치게 길어진 장외투쟁 기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민주당이 주중에는 국회를, 주말에는 장외투쟁을 하겠다며 본분을 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은 그저 “일은 제쳐놓고”로 여기는 듯 했다.

▲ 민주당 천막당사 ⓒ일요주간

이날 열린 노무현 재단 주최 행사였던 ‘2013 한국민주주의 위기 진단과 재(再)민주화를 위한 모색’에서 김한길 대표는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있고,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졌고, 약속은 공수표로 되돌아와 서민과 중산층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생이 어디로 가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이날 기자가 느낀 바로는 적어도 서민과 중산층은 자신들이 벼랑에 밀려나고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 듯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