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해외여행…마약거래 춘추전국시대"

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13-09-30 12:57:45
  • -
  • +
  • 인쇄
[스페셜] 전 세계는 마약과의 전쟁 중(中) 해외여행 본격화… 마약 값싸고 쉽게구해 확산 부채질
‘밀반입’ 세관 허점 노리고 國內法 비적용 버젓이 유통


[일요주간=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추석 연휴에 조그만 사건이 하나 있었다. 9월 18일 새벽에 세부(Cebu city)에서 국내로 향하던 한 비행기 안에서 새벽에 세부(Cebu city)에서 국내로 향하던 한 비행기 안에서 27세의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한 시간 가량 기내에서 횡설수설 하였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 승무원들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상징후 ‘환각 해외여행’ 급증

말이 오락가락할 뿐만 아니라 같이 탑승한 동승자인 남성 역시 여성의 이상한 행동을 막기는커녕 같이 횡설수설하는 상황이 전개되어 급기야 공항경찰대가 출동하여 이들을 조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두 탑승객의 신병을 인도 받는 공항경찰대는 조사 결과 세부 현지에서 3차에 걸쳐서 두 남녀가 필로폰을 투약한 것을 확인하고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하였다. 다행히 말이 오락가락하는 수준에서 끝났으니 망정이지 흉기를 들거나 난동을 부리는 상황이었다면 해당 여객기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Newsis
최근 들어 해외 여행객들 가운데 일부가 외국으로 나가서 구하기 쉬운 마약을 현지 공급책으로부터 구입한 후에 이를 투약하고 들어오는 속칭 ‘환각해외여행’이 급증하여 마약청정국 지위를 가진 우리나라의 마약관리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국가적으로 마약을 용인하거나 또는 마약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에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은 물론 사회의 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정부는 강력한 마약 불관용 정책을 지속하여왔다.

마약을 밀매하는 유통조직과 이를 생산하는 생산조직, 그리고 실제 마약을 남용하는 투약자 집단의 3개 대상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면서 적극적인 단속과 검거, 처벌 및 마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의 몰수에 집중하여 왔으며, 이는 마약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안전성과 면역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최근에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해외여행 가격이 전반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마약을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남아지역으로 여행을 빙자하여 출국한 후에 이들 장소에서 마약을 즐기는 사례가 자주 사법당국에 의해서 적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불거진 여러 연예인의 마약투약 관련 의혹과 내용을 보게 되면 유명인을 비롯한 부유층 자녀 및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해외마약여행이 널리 퍼져 있음을 알게 해준다.

따라서 차후에 해외로 자주 여행을 가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하여 마약에 관한 정보를 정밀하게 습득함은 물론 마약여행을 하면 바로 국내에서 사법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정밀한 정보망과 수사망의 구축이 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007 작전 흡사 '밀반입 천태만상'

해외 마약여행 이외에도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하는 시도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역시도 이제는 좌시(坐視)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판단된다.

세계 5대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에는 매일 평균적으로 7만 명 이상의 항공탑승객과 6천 톤 이상의 항공화물이 오고가는 붐비는 상황이다. 때문에 세관이나 출입국관리국, 공항경찰대, 국정원 등의 관련 기관들이 모든 이용객과 화물을 대상으로 하여 전수적인 마약조사 및 탐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를 악용하여 다양한 유형의 마약밀반입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첫째로, 휴대품을 간소화 하여 업무 목적상 입국한 것으로 위장하는 유형이 있는데, 주로 새벽 시간에 국내로 입국하는 국제항공편에 탑승한 후에 여행용 가방을 소지하지 않은 채 지갑이나 핸드백만을 들고 간단한 차림으로 입국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일단 소지품 검사만을 하고 여행용 가방 등에 대한 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지갑이나 열쇠고리, 바지주머니나 신발 등에 시가 1억 원 이내의 소량 마약을 들여와 팔아치우고 빠지는 수법을 사용한다.

세관이 주로 소화물이나 여행용 가방 등에 대해서 집중적인 검색을 한다는 점을 역이용하는 수법으로서 대담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세관이 예의 주시하는 유형이다.

둘째로, 탑승객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주고 마약이 숨겨져 있는 물품을 대신 가져다 전달해주도록 해외 공항에서 접근하는 유형이 있다. 어느 정도 알려진 유형이기 때문에 고전적인 마약밀수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에도 대신 마약이 숨겨져 있는 선물 등을 들여오다가 처벌을 받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급한 사정으로 직접 선물을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에 대신 선물을 한국의 지인에게 가져다주면 항공료 상당의 비용을 주겠다고 현혹하여 밀수를 시도하게 되며, 젊은 대학생 배낭여행객이나 나이가 많은 고령의 여행객들이 주 공략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미모의 여성이 남성들에게 부탁을 하거나 잘 생긴 남성이 여성에게 배송대행을 부탁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일종의 미인계(美人計)와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셋째로, 국내 마약법에 지정되어있지 않은 최신종 마약을 국제우편을 통해서 밀수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마약법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필로폰이나 아편, 대마, 코카인 등이 전부 금지마약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국제우편을 통해 밀수하는 경우에는 쉽게 관계 당국에 적발된다.

국내법 비저촉 '신종마약 반입' 늘어

하지만 신종마약으로서 국내 마약법에 금지마약으로 지정되지 않는 약물의 경우에는 당국의 정보망이나 수사망, 단속망 등이 상대적으로 느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오히려 역이용하여 마약을 밀수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3년에 등장한 ‘5F-AKB-48’이란 신종마약을 들 수 있는데, 2013년 5월이 되서야 임시향정신성의약품 가목에 지정된 최신종 마약이다. 정식으로 마약류에 등록되기 이전까지 많은 양이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밀반입 후에 사용한 사건이 검찰에 적발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주로 책이나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장식품 등에 숨겨 들여오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화학적으로 기존의 마약보다 강력한 효과를 내도록 제조하였기 때문에 부작용 역시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루즈 선을 타고 국내에 대규모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 마약유통책(Smuggler)을 숨겨놓고 제주도 등의 관광지에서 수집책(Receiver)과 접선하여 마약을 몰래 들여오는 수법도 사용되고 있다.

한 번에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도로 들어오고 있는데, 세관에서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마약밀수품 조사와 검색을 하는 데는 한계성이 따른다.

특히 이번 추석과 같이 중국에서도 큰 명절이 있을 경우에는 수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도나 인천으로 몰려온다는 점을 노리고 마약유통조직들이 전 방위적으로 대목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당국에서도 대규모로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올 경우에 이에 대한 검색을 강화함은 물론 기존의 마약관련 정보망을 전부 활용하여 마약류 밀수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신출귀몰 마약유통 ‘융단폭격 대공세'

마약의 밀수가 적극적인 단속과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마약을 국내로 들여왔을 때 얻게 되는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마약유통은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되어 있어서 속칭 ‘상선’으로 불리는 앞의 마약 전달자를 잡아내는 과정 하나하나가 어려운 일이며, 설사 상선을 잡는다 하더라도 그 위의 상선을 알아내지 못해 투약자만 잡고 정작 공급책은 못 잡아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들이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마약류를 유통함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여러 장치들이 있는데, 대포폰이나 대포차, 대포통장은 물론이고 공중전화기와 PC방의 컴퓨터, 해외에 서버를 둔 메일서비스 등이 마약 유통조직의 활동을 자유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경우에 그 신분을 당국이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음으로 인해 이들을 활용한 마약전달체계 역시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오토바이 퀵이나 택배서비스, 고속버스 및 KTX 택배 역시도 마약류 유통과 전달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한 마약의 택배배송을 기사로 다룬 적이 있지만 이에 대해 뾰족한 대책이나 대안을 내놓기에는 시간과 돈, 인력이 너무 많이 든다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마약을 재배하거나 또는 화학적으로 실험실을 운영하여 마약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해외에서 이를 들여오는 방법이 가장 좋을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이 매우 치밀하고 조직원 상호간에 서로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때문에 적발과 처벌의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또한 마약을 해외에서 접한 이후에 국내에 들어와 이를 끊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남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외국의 주요 마약 제조국들에서 활동하는 대형 마약조직들은 신종마약을 끊임없이 개발하여 소비자들에게 걸리지 않고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약도 하나의 불법 소비재로서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이들 조직들이 사력을 다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약을 개발하고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보아야 한다.

수요층의 급증은 해당 불법재화의 유통을 확대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마약투약자와 구매자 층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범정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자발적으로 마약남용을 하지 않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처벌 대신에 치료를 통해 마약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선도적, 치료적 마약교정프로그램의 제공과 확대가 시급하다고 사료된다.

몸을 망치기보다는 정신을 망치는 것이 마약이며, 마약으로 찌든 개인과 사회는 파멸로 가게 된다는 격언을 다시금 되새겨 국내 마약유입과 유통을 적시적(適時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모아야 할 때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