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수렁 속에 빠진 박근혜표 복지...어디로 가나?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10-01 08: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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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국민연금 연계 기초노령연금 역차별 논란
▲ ⓒNewsis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노령연금과 관련, 국민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어르신 모두에게 매달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여 그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이 후퇴된 데 대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다른 곳에서 더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과의 연계성에서 연금가입자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영 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의 회유에도 불구,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도 국민연금 연계성과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그에 더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공약의 하나였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한 셋째아이 대학 등록금 지원이, 서울시와의 무상보육 갈등보다 우선순위에 놓여있는 점 역시도 생색내기 공약 이행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약속한 박근혜 정권의 앞날이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다 준다더니 왜 구분하나

정부가 9월 26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박근혜 정권의 공약이행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됐다.

특히 이날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어르신과의 약속’이었다. 복지가 지난 대선당시 최대 이슈로 떠오른 만큼 세금에 민감한 국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NO증세’를 약속했지만 당시에도 지적됐었던 것처럼 증세 없이는 불가능한 약속이었던 셈이다.

‘돈 나올 구멍’ 없는 상황에 기초연금 대상자는 소득하위 70%로 줄어들었고 그마저도 차등지급이라는 뒷걸음질을 해야 했다. 공약대로라면 기초노령연금에 한해 2014년~2017년 4년간 총 57.1조원의 예산이 추가편성 돼야 하지만 이번 정부안은 17.5조원이 줄어든 39.6조원의 계산이 나온다.

2013년과 비교하면 3.2조에서 62%가 늘어난 5.2조원을 내년도 기초노령연금으로 편성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지방재원도 1.8조가 확보되어야 하는 만큼 제 2의 무상보육사태를 일으킬 위험도 있다.

정부는 이번 복지공약 후퇴와 관련돼 급속도의 고령화를 밟고 있는 현재, 공약대로 20만원씩 모든 노인에게 지급할 경우 향후 재정에 큰 부담을 끼쳐 지속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미래세대에 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일정 수준 소득이 있는 노인들에게까지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당초 기초연금이 목표로 했던 노인빈곤 완화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도 한 몫을 했다는 자평이다.

이번 기초연금안 도입으로 2014년 7월부터 20만원을 전액 지급받는 어르신은 353만명으로 전체 598만명(2012년 12월 기준) 중 59%에 해당한다.

국민연금 장기가입자 역차별 논란

이번 ‘기초연금안’의 가장 큰 줄기는 국민연금과의 연계성에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집을 살펴보면 이 부분에서는 공약을 ‘그대로’ 이행한 셈이 된다.

공약집에는 ‘기초노령연금법을 기초연금법으로 전환’하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적 운영을 위한 국민연금법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제시하고 있다. 즉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으나 국민연금과 연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 중 ‘기초연금’ 도입 부분
하지만 이 설계대로라면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장기간 성실히 납부한 가입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될 수 있다. 정부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을 최고 20만원에서 차등지급하는데 그 기준이 되는 가입기간은 11년으로 하고 있다.

한 달 월급이 100만원인 가입자가 11년간 성실히 연금을 부어왔다면 기초연금 20만원을 전액 보장받고 이에 더해 국민연금 22.2만원을 받게 되어 총액은 42.2만원이 된다. 하지만 20년간 납부한 가입자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지급액이 44.9만원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기초연금은 10만원으로 반토막이 된다.

총 소득을 비교하면 10년 동안 국민연금을 더 부어온 가입자는 12.7만원을 더 받지만 자신이 부은 돈을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손해라는 지적이 따른다. 국민연금 대신 개인연금을 들었을 경우 국민연금과의 연계성에 구애받지 않는 만큼 기초연금은 그대로 최고액인 20만원을 지급받으면서 개인연금액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입기간 1년이 증가할 때마다 기초연금액은 월 6,700원 감소하지만 국민연금으로부터 월 10,000원 이상의 금액을 추가로 지원 받게 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본질을 가린 ‘조삼모사’격의 설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50세 이하 중장년층에선 내는 만큼 혜택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9만 4,600원의 기초노령연금은 해마다 연금액이 주기적으로 증가하도록 되어 있으며 박근혜 정부의 ‘손질’이 아니더라도 2028년이면 20만원을 지급토록 하고 있다.

2013년 기준 만 50세인 사람이 대상연령이 되는 15년 뒤인 2028년에는 자동적으로 2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안의 설계대로라면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로 분류되어 절반인 10만원으로 깎이게 된다.

당초 박근혜 정부가 공약에서 목표로 한 것은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과의 연계성 확보로 인해 안정된 노후소득 마련을 위한 실질적인 국민 1인 1연금 체계 토대를 확고히 하는 것이었으나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면에서 오히려 국민연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낮은 출산율과 수명연장으로 인해 가파른 노령화로 접어들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볼 때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대비책이 아닌 공적연금에 대한 신뢰하락으로 인해 노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젊어서는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돈 벌어 부었지만 노후는 개인이 알아서 각자 준비해야 한다는, 말 그대로 ‘복지국가의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소득인정액 구분과 국민연금 연계 차이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묶어 운영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목표는 현재 운영 중인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보다 견고히 해 국민 1인 1연금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며, 나아가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현재 노인 빈곤 문제 해결 ▲미래 세대의 안정적인 공적연금 보장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증세가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에서 복지를 확대해야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지급대상자 축소(소득하위 70%)나 연금액 차등지급(최대 20만원)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액을 차등지급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소득’이 아닌 ‘국민연금 가입연수’를 택했다는 점에서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이번 기초연금안의 모든 단점은 바로 이 국민연금 가입연수 기준에서 불거졌다고 봐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기초연금 도입계획’ 설명자료를 살펴보면,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제시한 소득인정액 기준 차등지급방식과의 비교를 통한 국민연금 연계안(이하 연계안)의 장점을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는 최대액인 20만원을 받는 수급 대상자의 수가 연계안이 더 많아 혜택을 받는 수요자가 늘어 기초연금의 보편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이점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눈앞에 현재의 숫자가 미래의 복지국가의 초석이 될 수 없다는 시점에서 공약 이행 여론을 염두에 둔 변명일 뿐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국민연금 안정성을 도모해 기초연금 지출증가 속도를 둔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재정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을 토대로 노후를 준비한 국민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국가의 복지부담(기초연금 등)도 적어진다는 속셈이 담겨 있어 이 역시도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는 가시적인 목표 달성에 불과하다.

세 번째는 국민연금 가입연수만을 가지고 기초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만 65세 이후에 일을 하거나 소득이 있거나 저축이 많아도 기초연금액 확보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현재 노인빈곤 및 자살률에 있어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간과하고 있는 처사로서, 마찬가지로 소득을 기준으로 책정했을 때와 수급 대상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네 번째는 국민연급 수급자간의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현세대 노인들에게 국민연금이 적은 대신 기초연금으로 이를 보완하고 미래세대에는 국민연금을 많이 주는 대신 기초연금을 적게 주겠다는 말이지만, 불로소득으로 여겨지는 기초연금이 깎이는 미래세대는 자신이 부은 정직한 돈에 대해서만 혜택을 보는 셈이 되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정부는 연금제도의 본래 취지가 정기적인 연금소득 보장에 있으며 이 취지에는 연금조사 방식이 부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매월 일정한 액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기준으로 인해 수급액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근거인데, 소득을 기준으로 하나 연계안을 기준으로 하나 과연 기초연금액 산정에 얼마나 큰 변동폭을 가져올지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정부가 스웨덴이나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사례를 근거로 했지만 차근차근 준비한 복지국가와 급격히 고령화가 이뤄진 우리나라와는 등식이 성립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반박의 가능성이 크다.

뜬 구름 잡는 공약만 이행하나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중 셋째아이 대학 등록금 지원도 ‘생색내기’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셋째아이 이상 대학 등록금 지원’에는 2014년도 신입생 중 셋째자녀인 경우에 한해 장학금 형태로 1225억원을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지만 전세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출산율을 올리는 데 효과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014년에 신입생이 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1995년생이다. 20년 후에나 받을 혜택을 바라보고 자녀계획을 세우는 부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상보육 재원 고갈로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던 것만큼 1225억원의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있었다면 급한 불부터 껐어야 한다는 비난도 따른다.

또한 높은 교육열로 인해 부실대학 논란이 끊이지 않고 많은 수의 대졸자들도 취업의 문턱을 넘기가 낙타가 바늘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는 현실에서 실효성이 있는 정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선 공약집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시 후보는 ‘국민행복 나라살림 운용계획’을 통해 “공약은 요란하지만, 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공약은 아무도 하지 않음. 믿을 수 있는 공약 실천 약속은 바로 실현 가능한 재원마련에서 시작됨”이라고 적었다.

이어 “복지지출의 누수와 유사·중복을 막고 실효성을 높이도록 복지행정을 개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믿을 수 있는 공약실천 약속이 바로 그 재원마련에서 흔들리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증세 없는 복지’는 ‘미션임파서블’이라고 지적했던 것이 그대로 재연되는 셈이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복지 지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우선순위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 국민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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