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지배력 ‘흔들’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10-01 11: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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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자화상] 법정관리로 무너진 재계5위 신화
▲ 유동성 위기에 몰린 동양그룹 본사 전경 ⓒNewsis

시장자금성 의존 자금 조달 방식 원인···CP·회사채 투자자 소송 불가피
금융당국 “동양증권 고객자산 안전” 강조 불구 개인투자자 불안감 확산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투자자들에게 책임을 통감 한다” 30일 유동성 위기를 맞은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이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社에 대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발표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까지 각각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 예고된 상태다.

현 회장은 “자금경색과 위기여론의 심화로 투자자보호의 최종적 근간이 될 자산을 보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위기론’은 부인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룹 내 자금줄인 동양증권이 회사채와 CP(기업어음)의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한데다 내달 결제할 CP만기액만 4,800억 원에 달해 그룹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형국이다.

동양그룹의 부실사태가 수면 위에 오르면서 그룹 오너인 현재현 회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과연 한때 재계순위 5위까지 이름을 올렸던 동양그룹의 신화는 무너지는 것일까.


재계순위 5위 신화

동양그룹 내 법정관리行이 확정된 계열사는 (주)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세 곳으로 최악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까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세 개 업체가 발행한 CP규모는 총 4,586억 원(13,063명 판매)으로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99.2%에 달했다. 현재 회수 가능한 금액은 파악이 어려운 상태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그 규모가 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동양 사태는 자금 줄이 막힌 동양그룹이 자체적인 자금확보가 가능한지 여부가 해결의 Key를 쥐고 있다”면서 “명확하게 드러난 바가 없어 아직까지 위기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동양그룹의 유동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룹 내 자금줄이 과다한 차입금에 의존한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 알려진 정설이다. 즉 통상적으로 그룹 내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다른 그룹과는 달리 동양그룹은 CP(기업어음) 등 시장성 차입금에 의존한 채 자금 유입 루트를 만들어온 것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당초 동양그룹은 계열사인 동양매직을 매각해 자금 확보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인수 협상을 담당한 KTB 프라이버릿에쿼티(PE) 컨소시엄 측이 “(주)동양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자산동결에 따른 매각절차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히면서 이 역시 녹록치 못한 상황이다.

다만 동양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동양파워의 전량 매각이 성공할 경우 손실 규모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Newsis

그렇다면 동양그룹 현재현號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동양그룹은 1957년 故이양구 창업자가 국내 최초로 시멘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멘트업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때 재계 5위까지 이름을 올리며 업계를 호령한 그룹사이다. 그룹은 1980년대 부동산 경기가 활황기를 맞이하면서 최고의 주가를 올린 바 있다. 이후 현 동양증권의 전신인 일국증권을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다져왔다.

이후 동양그룹은 잇단 위기에 봉착한다. 1997년 IMF때도 굳건히 지켜온 그룹을 부동산 경기가 불황으로 다가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흔들리다 ‘동양생명’의 매각을 추진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동양그룹은 그룹 내 주력사업이던 시멘트사업인 레미콘과 가전 부문을 매각하는 내용을 시작으로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강도 높은 사업 재편에 나섰다.

이후 신성장동력 사업 구축에 실패한 동양그룹은 연이은 자금 위기가 찾아왔고 형제 회사인 오리온(회장 담철곤) 측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오리온 역시 담 회장의 구속과 비리 등으로 잇단 곤욕을 치른 뒤라 지원의사를 거부했고 현 회장 역시 주식 담보 대출을 한도 수준까지 받았기 때문에 추가로 내놓을 사재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그룹 내 자금 조달 방식 역시 동양그룹 흔들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100%에 가까운 시장성 자금으로 그룹을 운영한 동양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금리 CP 등을 발행해 곳간을 채우는 등의 비정상적인 자금줄에 기대왔다. 채권단을 통한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방식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적다보니 채권단 자체가 구성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후 2010년에는 재무구조개선약정 등 은행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회사는 곪아 터지기 시작했고 부실한 계열사로 자금이 몰리는 것을 우려해 어떤 은행도 채권단으로 나설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 위기 모면을 위한 동양그룹 내 조커였던 핵심 자산인 동양매직의 인수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양은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 ⓒNewsis

CP불완전 판매 대규모 소송 ‘불가피’

# 사례1.
60대 가정주부 A씨는 몇 동양증권의 CMA계좌를 개설해 유지해왔다. 그는 최근 암 진단비로 보험금 2,000만원을 수령했고, 그의 잔고 사정을 알고 있는 동양증권 직원은 ‘원금손실도 없고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며 동양그룹의 회사채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고, 동양그룹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이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 사례2.
B씨(62,여)는 최근 남편이 받은 퇴직금 5,000만원을 동양증권 CMA계좌에 이체했다. 오랜 기간 B씨와 거래를 하던 동양증권 직원은 지난 7월 높은 수익을 미끼로 동양그룹 계열사 기업어음(CP)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고, 동양시멘트 CP에 모든 퇴직금을 넣었다.

동양그룹 자금창구였던 동양증권이 개인투자자들에게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대규모 소송 전에 휩싸일 전망이다.

해당 투자자들은 동양증권으로부터 투자설명서 등으로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한 채 증권사 권유에 따라 회사채나 CP를 구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불완전 판매 피해사례를 접수 중인 금융소비자원(대표 조남희)에 따르면 자사 홈페이지 민원상담 게시판을 통해 동양증권을 통해 회사채와 CP를 구매한 투자자들의 피해사례가 3,500건 이상 올라왔다. 투자자들의 피해규모는 평균 5,000만 원 이상이다. 5억~6억 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는 글도 상당수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증권을 통해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및 CP 등에 투자한 투자자는 약 15,900명으로 금액은 4,564억 원에 달한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금융소비자원 홈페이지에 피해사례를 접수한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소송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양증권은 소매금융 특화라는 강점을 이용해 금융지식이 부족한 주부나 개인 자산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나 투자위험을 알리지 않고 투자를 유도했다”며 “이러한 동양증권과 그룹의 행태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기간 그룹의 편법적인 자금조달을 기획하고 지시한 책임이 있는 CEO들은 책임 있는 조치를 보여야한다”며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수사 당국도 시급히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회사채와 CP 발행이 큰 계열사 동양레저나 동양인터내셔널 투자자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30일 “동양증권은 (투자 위험성을)충분히 알리고 서명까지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위험성을 모르고 구매했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동양증권과 투자자들 간 투자위험성 관련 법적공방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동양레저나 동양인터내셔널은 신용등급이 매우 낮은 데다 자본잠식 상태여서 (동양증권이) 투자자들에게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알렸느냐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과 동양증권에 따르면 동양증권을 통해 회사채와 CP를 구매한 투자자 관련 구체적인 피해 대책은 동양그룹 계열사에 대한 법원의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되면 구체화될 전망이다.

고객자산은 안전하다는데..

한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동양증권 등 금융계열사의 고객자산은 안전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 원장은 “동양계열 금융사인 증권과 생명, 자산운용의 고객자산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동양증권의 경우 고객이 맡긴 증권과 현금은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안전히 보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양증권을 통해 유입된 증권 상품은 예탁결제원에 예치돼 있으며, 현금성 자산은 한국증권금융에 보관돼 있다. 즉 동양증권을 통해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 자산은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동양증권이 판매한 ELS 상품의 경우 안전자산인 국공채 등에 투자돼 있고, 회사자산과 엄격히 분류돼 있는 만큼 문제의 소지는 전혀 없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또 동양생명의 경우 지급여력비율(RBC)이 권고사안인 150%를 크게 웃돈 230%에 달하고 있는 만큼 걱정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동양그룹 위기에 대비해 특별검사반을 추가 투입해 집중점검에 나서고 있다. 또 특별점검반을 특별검사반으로 승격해 고객자산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날 최 원장은 “동양증권과 동양자산운용 등 동양그룹 계열금융사에 지난 23일부터 특별점검반을 투입해 고객재산 보관상태 등을 집중점검하고 있다”면서 “30일부터 추가인력을 투입해 특별점검반을 특별검사반으로 전환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고객자산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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