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청정국 지위 위태…둑을 높이 쌓아야”

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13-10-10 1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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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전세계는 마약과의 전쟁중(下) 한국 마약청정국 흔들흔들 ‘2015년경 상실 가능성’
마약사범급증…1년에 1만명 이상 넘으면 적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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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 자신을 대상으로 피해를 입히는 중범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적 동물이라 함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을 통해서 본인의 존재적 가치를 인정받음을 의미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군집(群集) 생활이 아닌 사회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도덕과 관습, 그리고 법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사료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음은 물론 자기 자신의 생활이 인간사회의 기본적인 법규와 규칙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준법은 더 없이 중요한 사회생활의 기본이 된다.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정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법(Law)을 만들어 집행하고 있으며,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강제력을 행사하여 규제와 통제를 하게 된다.

법을 위반하는 행위 가운데에서 가장 큰 사안에 대해서 우리는 형법을 통해 처벌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상행위를 범죄(Crime)이라고 부르고 있다. 범죄의 유형에는 타인을 대상으로 피해를 입히는 범죄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여 피해를 입히는 범죄로 나뉘는데 대다수의 범죄유형은 전자(前者)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기 자신에게 피해를 입힘으로 인해 처벌을 받는 범죄유형과 범죄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사회 공익적 차원에서 비록 피해자가 본인이라 하더라도 처벌을 하여 명확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사회적 의도가 있기 때문에 처벌대상이 된다.

대표적으로 자살과 마약, 성매매 등이 피해자가 본인인 범죄유형에 해당한다. 자살(Suicide)의 경우에는 일반인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신분이 군인인 경우에는 처벌이 되도록 군형법에 규정되어 있다.

군인은 민간인의 신분이 아니고 국가의 안보를 위한 공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경우에 별도의 군형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성매매의 경우에도 본인 스스로 성을 구매하거나 파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외관상 폭행이나 상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상규 상에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여 국가형벌권을 적용한 처벌이 가해지고 있다.

피해자가 자기 자신인 범죄 가운데에서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심각한 유형에 해당하는 것이 다름 아닌 마약범죄(Drug Crime)라고 볼 수 있다. 마약범죄는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여 국가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마약을 투여하여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전통적인 범죄유형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마약범죄의 주된 피해자가 본인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사적 자유행위로 보지 않고 처벌하는 것은 그만큼 개인의 피해가 클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악풍(惡風)의 감염(感染)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쾌락을 쫓는 행위라는 점에서 음주나 성매매와 심리적, 진행적 메커니즘이 동일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큰 사회적 폐해로 인해서 국가가 그대로 용인하지 않고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

피해자가 ‘자기 자신인 범죄’에서 가장 심각한 유형
마약치료교정 전문기관 설립 ‘자수범 선도제도’강화
재활 가능하도록 경제적 지원까지 특별지원법' 제정


‘마약청정국’ 인구 10만 명당 20명 이하

마약범죄가 그간 우리 사회 안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것은 많은 사람이 마약을 남용해서라기보다는 유명 인사들이 마약사건에 연루되어 처벌을 받음으로 인해 대중적인 관심이 크게 작용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유명 가수나 탤런트, 영화인, 모델, 패션디자이너 등이 마약사건에 연루되어 심각한 명예실추는 물론 아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경우도 많았으며, 스포츠 스타나 유명 강사, 대기업의 임원과 2-3세 경영인 등등이 마약문제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에 해당한다. 마약청정국이라 함은 말 그대로 마약으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마약문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국가임을 의미한다.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얻거나 이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건전성이 우수하다는 의미이며, 더 나아가 사회적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마약청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관련 범죄자의 숫자가 20명 이하여야 하며, 이를 유지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인구를 5천만 명으로 놓고 보았을 때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매년 1만 명 이내의 마약사범이 사법기관에 적발되어야 함을 의미하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이 분명하다.

최근 들어 마약사범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1년에 1만 명 이내라는 마약사범 수치를 유지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실제로 강력한 국가적 통제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에 2014년이나 2015년에 가서는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마약으로 규정하고 이를 불법적으로 남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면서부터 마약류사범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름 있는 연예인들도 프로포폴 수사에 적발되어 법정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마약사범을 잡으면 안 되지 않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마약의 전염성이 우리 사회를 노리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의 4대악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5대악에는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마약문제에 있어서 전혀 자유로운 입장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신속하게 정리하지 못할 경우에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약사법제도 전면적 ‘혁신 대안들’

우리나라의 마약청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세 가지 방향의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마약치료교정을 위한 전문 교정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현재는 법무부 내에 국립법무병원(구 공주치료감호소)과 같은 식의 교정치료전문병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이 현실적인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약중독자의 전문적인 재활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에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마약으로 인해 처벌된 사람이 다시는 마약에 손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마약사법제도의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시스템을 과감하게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국립마약재활원과 같은 별도의 전문치료기관을 설립하여 마약치료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치료와 처벌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관의 운영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일반인들은 범죄감식과 과학수사기법을 적용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약칭 국과수)이 경찰청장 산하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과학수사의 독립성과 발전성을 위해서 안전행정부의 별도 독립기관으로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는 경찰청장의 지휘통제로부터 자유롭고 전문적인 과학수사의 진행을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립법무병원을 보다 확대 개편하여 별도의 국립의료원과 같은 마약전문 교정치료기관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 도박중독과 같은 분야의 재원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둘째로, 마약사범 가운데 자발적으로 마약을 끊기 위해서 자수하는 경우에 법률적,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수범 지원선도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자수한 마약사범에 대해서 구속조치를 하는 경우가 지금도 많이 있으며, 처벌이 무섭기 때문에 자수나 주변의 마약투약자에 대한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수를 하거나 도움이 필요해 주변에서 신고를 해주는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선처와 지원, 신분보장 그리고 재활이 가능하도록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는 '마약자수자 특별지원법'과 같은 별도의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강력한 처벌만으로 마약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마약 투여자들의 자수가 치료와 재활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로, 마약투약사범이 아닌 마약제조, 밀수, 유통, 소매사범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진행되어야만 한다. 마약투약자는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는 범죄자이지만 마약제조, 밀수, 유통, 소매사범은 타인의 정신과 건강을 해지는 분명한 강력범죄자이다.

따라서 투약자와 기타 유형의 마약범죄자를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되며, 오히려 투약자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함은 물론 이웃한 중국과 같이 가장 엄한 처벌로 다스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마약 중독자 한명 보다는 마약 제조, 밀수, 유통, 소매범죄자 한 명이 훨씬 많은 추가적 투약자를 만든다는 점에서 투약자 이외의 범죄 감염성이 보다 높은 마약사범에 대한 초극단적인 처벌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약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대상일 뿐만 아니라 일부 제한된 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불법소비재라는 점에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던 대상이다. 하지만 최근에 일어나는 마약관련 사건을 보면 더 이상 그냥 방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알게 된다.

정부 당국은 물론 국민 모두가 마약에 대한 위험성과 사회적 폐해에 대해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마약을 우리 사회로부터 척결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하며, 일부 관련 기관과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 마약을 완전히 몰아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만 할 것이다.

수치상의 마약청정국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마약청정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우리나라를 마약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로 만드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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