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누수차 오명 현대차···추락한 정몽구식 품질경영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10-16 0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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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의원 “언론보도 후 ‘모르쇠’ 일관 제조사 현대차, 1위 자격 없어”
▲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Newsis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세계5위’이자 국내 완성차업계 1위인 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 이하 현대기아차)이 잇단 급발진 사고와 싼타페에 이은 아반떼 모델에서까지 누수 신고가 접수되면서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반면 품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그 동안 정몽구 회장이 내세운 ‘품질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제조사인 현대기아차가 사전에 문제점을 인지하고 내부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누수 차량 신고 접수 후 처리과정도 더뎌 ‘늑장대응’ 이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급발진 1위 차량 쏘나타

#사례1. 지난 8일 서울 번동의 한 가스충전소에서 택시 기사가 몰던 YF쏘나타가 갑작스레 후진을 하더니 이후 전면으로 돌진했다. 당시 택시를 운전했던 김 모(58)씨는 “시동을 켜고 후진기어를 넣자 순간 차량이 갑자기 굉음을 내면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사고 직후 갖은 현장조사에서 정황을 판단 후 “해당 사고는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아니다”고 밝혔다.

사고 차종인 YF소나타는 과거 급발진 의심사례가 여러 차례 접수된 바 있다. 최근 5년 간 신고 된 급발진 사고 286건을 분석한 결과 해당 차종이 25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일반 휘발유를 사용하는 쏘나타의 13건까지 포함하면 총 38건에 달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해당 차종의 급발진 의심사고로 17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자 전문가 등의 입회하에 공개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현대차 측은 당시에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4일 국회 국토교통부 소속 이윤석(민주당, 전남무안신안)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작결함 신고는 16,477건으로 이 가운데 ‘급발진’ 의심 사고가 28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급발진 사고는 2009년 7건에 불과했지만 2012년 136건으로 급증해 이에 따른 정부의 원인분석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은 “자동차 제작 결함 사례가 만 건을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자동차에 대한 리콜 조치는 지극히 미미한 실정”이라면서 “특히 급발진 의심 사고는 신고건수가 지난해 400%가 급증하는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해당 정부부처인 국토부는 원인규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사고기록장치(EDR)의 의무 공개를 지난해에야 비로소 규정한 국토부의 안일한 태도를 비난한 것이다.

EDR이란 자동차의 충돌 사고 전후 일정한 시간 동안 차량속도, 엔진의 회전수, 브레이크 작동여부 등의 운행정보가 기록된 박스로 사고차량의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중요한 열쇠이다.

특히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EDR장착을 의무화해 소비자 중심의 리콜 조치 등의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어 정부의 늑장대처가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국내제조사 등 시판용자동차에 EDR 장치의 의무화를 하지 않아 자칫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장착된 차량의 제출 의무화 또한 3년 후부터 적용돼 사고 차량의 원인 규명은 쉽지 못할 전망이다.

싼타페부터 아반떼까지 물새는 자동차 오명

사례2.# “만약 똑같은 일이 미국 등 해외서 발생했다면 이런 리콜조치가 아닌 무상 수리를 했을까요? 이것은 국내 대표브랜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7월, 현대차는 자사 SUV대표차량인 싼타페 누수 현상이 발견된 소비자에 ‘무상 수리’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지목된 것은 차량 이음새 부위의 실란트 처리 과정에서 조립 상 실수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차량의 구조적 결함이나 조립라인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닌 점을 들어 리콜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 현대가 교통안전공단에 제출한 싼타페 DM 누수부위 <자료제공=심재철 의원실>

집중호우로 누수현상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자 현대차 측에서 이에 따른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그러나 ‘리콜 조치’대신 ‘무상 수리’를 선택한 현대차 측 태도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함 사실을 공표할 의무가 없는 무상 수리의 경우 차주인 소비자가 직접 문제를 파악하고 자동차정비업체에 수리를 요청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 지정 정비소 측은 물이 새는 부분에 무성의한 실런트 칠로 대처하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N사의 싼타페 동호회 회원인 차주 박 모(36)씨는 현대차의 무성의한 수리 방식에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미국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무상 수리로 대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4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브레이크 스위치’가동을 문제 삼자 현대차 측이 즉각적인 리콜 대처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늑장 대처는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에도 불을 붙였다.

또한 8월에는 싼타페에 이어 현대차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 모델에서 엔진룸 누수가 발생했다. 문제가 된 아반떼 차량은 앞 유리창과 보닛의 접점인 ‘카울 톱’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해 차주(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후 현대차는 “평생 보증”하겠다고 나섰지만 분노를 종식시키기엔 힘겨운 모습이다.

이렇듯 지난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교통안전공단 제작결함신고센터에 접수된 누수차량은 1,290건으로 이 가운데 현대차가 780건을 차지해 ‘결함차 제조사’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누수 관련 신고가 많은 차량은 ‘아반떼’모델로 403건에 달했으며 이어 ‘싼타페’가 271건, 기아차의 ‘K3’ 99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15일 국회 국토교통부 소속 심재철 의원(새누리당, 안양시 동안을)은 국토교통부 교통안전공단이 제출한 자료에서 “무려 1,290건 에 달하는 누수차량이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시적으로 무마하려는 제조사와 언론보도 후 결함조사에 나선 뒷북행정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누수 차량 신고 건수는 2011년 227건, 2012년 95건, 2013년 현재까지 968건으로 해마다 편차를 보였지만 꾸준히 접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의 경우 유난히 긴 장마로 인해 누수 차량이 크게 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해마다 누수 차량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의 조사로 이어진 것은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Newsis

또한 다수를 차지한 현대차 뿐 아니라 한국GM 214건, 기아자동차 187건, 르노삼성 16건, 쌍용자동차 8건으로 나타났다. 수입차도 총 49건의 누수 신고가 접수돼 ‘누수 현상’이 일부 모델이 국한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심 의원의 주장이다.

“언론보도 후 ‘모르쇠’ 일관 제조사 현대차, 1위 자격 없어”

심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수 차량 신고 접수 후 처리 과정은 너무도 안일하다”면서 “문제를 바로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늑장 대응으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 의원은 공단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현대차가 이미 언론보도가 나가기 이전부터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무상 수리를 결정한 시점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된 점을 들어 “대처가 늦어진 이유를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거짓 해명으로 무마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안일한 제조사의 대처 뿐 아니라 국토부 등 관련 기관의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 역시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심 의원은 “국토부가 급발진이나 차량 누수 등 자동차 제작결함과 관련하여 언론 보도 후 마지못해 조사에 착수하는 일을 재차 반복하고 있다”면서 “차량 누수 조사 차량도 현재 3종에서 확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자동차 결함을 신고하는 센터가 분리되어 있어 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호창 의원(무소속, 경기도 의왕과천)은 자동차 결함 신고와 피해 구제가 일원화되지 못한 현 체재에 대한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한국소비자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히고 “현대차SUV 판매고 1위 차량인 싼타페는 누수율 1위라는 오명도 함께 쓰고 있다”면서 “옵션 등을 추가할 경우 3천만 원이 훌쩍 넘는 자동차를 수리만 해주면 끝이라는 식의 대처는 차주의 반감을 사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의 자동차결함신고와 국토부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결함신고센터로 분산된 신고 체계를 일원화하는 해 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발생한 연비과장 사태 당시 현대차기아차 그룹 내 관련 계열사 임원들을 잇달아 교체한 정몽구 회장은 그간 품질경영에 박차를 가해왔다. “품질향상 통한 브랜드 혁신을 통해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온 정 회장의 현대기아차가 추락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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